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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2권" 전략의 장 28회

[한국문화신문=유광남 작가]  선조 이연의 용안이 일그러졌다.

“추악한 권력이라고 했느냐?”

“올바로 사용하는 권력은 아름답습니다. 길을 잃은 권력은 혼란스럽습니다. 백성을 기망(欺罔)하는 권력은 추악한 것입니다.”

“백성을 속인다고 반드시 추악한 것이라 단정할 수 없다.”

“아닙니다. 논어에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慾不踰矩)란 말이 있습니다. 도에 벗어나지 않으면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마음이 흡족하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백성을 속이는 것은 도에 어긋난 것이니 그것은 욕심이며 야욕입니다.”

광해군의 날카로운 지적에 선조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순신이 주목 받게 된다면 왕권이 동요하게 됨을 그대는 모른다.”

광해군은 입술을 깨물며 아뢰었다.

“그 때문에 파행의 권력을 일삼게 된다면 먼저 민심이 요동칠 것임은 왜 모르십니까?”

“민심은 임금의 권력으로 장악할 수 있다.”

“착각이옵니다.”

“착각이라고? 백성들을 제압할 수 없는 권력이라면 그것은 이미 권력이 아니다. 그러나 이순신이란 놈은 권력으로도 쉽게 해결될 수 없다. 왜냐하면 그 자를 따르는 권력 또한 매일매일 생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이순신과 승부를 벌려야 한다면 당당하게 하옵소서. 소자가 아바마마를 적극 지원하겠나이다.”

“세자가?”

광해군은 재차 머리를 조아렸다.

“수군을 폐지한다는 어명을 거두신다면 소자는 아바마마에 대한 원망을 그치도록 하겠나이다. 익호장군의 죽음에 대하여 거론하지 않겠사오며 이순신을 이제 광해가 상대하도록 하겠나이다.”

선조는 이순신에 대한 공포가 사라지고 있음을 느꼈다. 세자 광해군이 이순신을 상대하겠다는 말을 듣는 순간에 일말의 안도감이 전신을 휘감았다.

“세자가 이순신을 맡겠다고?”

“아바마마의 두려움을 광해가 제거해 드리겠나이다.”

 

   
 
선조의 불안감은 이상할 정도로 평온하였다. 마치 꽁꽁 얼어붙어 있던 빙산이 스르르 눈 녹듯이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어째서 세자를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일까. 자신의 뒤를 이어 보위에 오를 광해가 아니던가. 임진년의 전쟁에서도 광해군의 활동은 기대 이상이었다. 선조는 그래도 당부를 잊지 않았다.

“과인의 예감이 그러하다. 이순신은 절대 무시하지 마라. 그는 반드시 복귀하여 왕권을 위협할 것이다. 그리고 불길한 예감은 맞는 법이다.”

세자 광해군은 다짐하였다.

“상감마마의 지시를 잊지 않을 것이옵니다. 금과옥조(金科玉條)로 마음과 정신에 새겨두어 통제사 이순신을 지켜보겠나이다. 하오니 수군폐지를 철회하여 주옵소서.”

선조의 입술을 비집고 어려운 결단이 새어 나왔다.

“그러하마. 세자의 뜻대로 하라.”

“황공하옵니다.”

선조와 광해군 부자(父子) 사이에서 모처럼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사안이 타결 되었다. 실로 오랜만에 이루어진 타협이었다. 그리고 이 날, 도승지 오억령이 장계 하나를 들고 입궐 하였다.

“전하, 도원수부로부터 통제사 이순신의 장계가 도달 하였나이다.”

이순신이 올린 장계의 가장 중요한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신에게는 아직 배 열두 척이 남아 있나이다. 신의 몸이 죽지 않고 살아있는 한 적들은 감히 우리를 경시하지 못할 것이옵니다. 신은 바다 위에서 명예롭게 죽기를 소원하오니 부디 수군폐지를 철회(撤回)하여 주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