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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2권" 전략의 장 32회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김충선은 담담한 미소를 입가에 지었다.

“하다부족의 누군가가 당신을 사주한 것이 아니고, 당신 스스로 범행을 저지르려고 했다는 것을 난 믿소.”

“감사하군요. 눈물이 나도록 감격해야 하는 것이지요. 지금?”

아란은 김충선을 비꼬았다. 그래도 김충선은 어떤 동요도 없이 자신의 의견을 표현했다.

“사실대로 자백하지 않으면 하다부족과 건주여진은 전쟁을 해야만 하오. 이것은 단순한 유희(遊戱)가 아니라 수 만 명의 생사가 걸린 문제로 비화(飛火)될 수 있소. 그러니 신중히 처신해 주기 바라오.”

김충선이 선의를 지니고 진솔한 자세로 아란을 대하자 그녀는 내심 크게 놀랐다. 소문에 들었던 조선에서 온 사내는 귀신도 놀랄 정도로 철포를 잘 다루며 사람의 목숨 따위는 파리처럼 죽일 수 있는 전쟁터의 전사(戰士)라고 들었다. 누르하치는 그를 사위로 삼아서 여진의 몇 몇 남아있는 부족을 통일 시킨다고 하였다. 아란이 그를 제거하려고 했던 것은 부족이 통합되어 이제 하다부족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만일 하다부족이 건주여진으로 통합 된다면 그녀가 눈이 빠지도록 기다리는 오빠는 되돌아 올 곳이 없지 않겠는가. 다시는 만날 수 없는 혈육에 대한 애정이 그녀의 손에 칼을 쥐게 하였다.

 

   
 
“두더지 은서는 살려주세요. 그냥 날 좋아해서 도왔을 뿐이니까요. 부탁 이예요.”

“은서란 괴인은 물론이고 낭자도 방면해 줄 것을 칸에게 요청하겠소.”

아란은 좀처럼 실감이 나지 않았다. 세상에 이런 군자(君子)가 실로 존재하는 것이던가?

“왜......날 용서해주는 거죠?”

“낭자는 약간의 착오가 있었던 거요. 건주여진으로 통합된다고 하더라도 예하 부족의 문화와 생활은 보장 될 것으로 아오. 오빠가 못 찾아 올 리가 없소.”

“그것은 달라요. 막상 통합이 되면 그 모든 것은 힘이 있는, 권력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서 새롭게 편성이 되지요. 소수의 목소리는 더 이상 받아 드려지지 않아요. 바로 그것이 지배자가 되는 사람들의 모순(矛盾)이지요.”

아란은 제법 예리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 김충선은 그녀의 주장이 전혀 일리가 없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충분히 그럴 개연성은 존재했다.

“낭자는 칼만 가지고 논 사람이 아니구려.”

“그러는 당신도 내 말귀를 알아듣는 것을 보니 총칼만 다룬 게 아니겠군요.” 김충선의 입가에 모처럼 미소가 감돌았다. 그녀의 모습에서 실종된 장예지가 어렴풋이 겹쳐져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직은 군자로 부끄러움이 많은 사람이외다.”

“자신에 대한 겸양(謙讓)을 지니고 있으니 제법 사람 노릇은 할 수 있겠군요.”

“고맙소. 그리 봐 주신다면.”

그들은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죄인과 심문관이란 사실을 잊어버릴 정도로 우호적인 관계로 변하고 있었다.

“당신처럼 다정하게 말을 해 주는 사람은 실로 처음이에요. 누구에게나 그렇게 친절하신 건가요?”

아란이 갑자기 조용한 목소리로 김충선을 칭찬하자 황급히 변명처럼 김충선이 말을 뱉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