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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2권" 명량의 장 46회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구루시마, 난 이순신과 여러 차례 충돌했지. 그때마다 패배를 하고 훗날을 도모하며 도주해 왔어. 그러나 이번은 달라. 이순신은 준비를 할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었어. 그가 지금 행동하는 것은 우리에게 시위를 하는 것이라 판단이 되네.”

“시위라 하심은?”

“공격당하지 않으려는 계교지. 이순신이 전술에 능하다는 것은 이미 우리 모두 경험 했어. 그는 두렵기 때문에 행동하는 거야.”

구루시마는 불안한 얼굴을 하였다.

“과연 그럴까요?”

“이순신은 궁지에 몰려 있음이 확실해. 이번 기회에 숨통을 조이자!”

구루시마 미치후사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총대장과 대장들을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남아있는 희망은 이순신의 행각이 도도 총대장의 예측대로 일종의 발버둥이였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작아보였다. 구루시마는 불길한 예감을 떨치기 위해서 정종을 뜨겁게 데워 마셔야겠다고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이 모두 떠나간 빈 회의실에 일본 무장 차림의 사내 한 명이 들어왔다. 아마도 대장들의 자리를 정돈하기 위해서 나온 것처럼 보이는 무장의 허리춤에는 한 자루의 마상통(馬上筒=권총)이 삐죽 드러나 흔들렸다. 그 총의 손잡이에는 마오의 눈물(まお の 淚)이란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 * *

바람이 심하였다. 파도는 춤을 추었고 이순신의 판옥선 개벽은 바다의 출렁거림에 박자를 맞추었다. 출항의 일기는 매우 불손하였으나 조선 수군의 의지를 가로막지는 못하였다. 이순신은 그러나 대장선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검푸른 바다의 웅장한 파도를 주시하고 있었다.

물결이 출렁일 때마다 바다에 수장 되어버린 수군들의 애처로운 모습이 하나씩 스쳐 갔다. 그들의 안타까운 희생에 이순신은 잠시 묵념(黙念)에 잠겼다. 조선 수군은 이순신의 피와 땀의 산물이었다. 그들 병사들은 자식과 다름이 없었고 노를 젓는 격군들은 이웃이었다. 그들이 지금 바다의 원귀가 되어 파도를 타고 이순신의 눈가에서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는 것이다. 이순신은 통곡을 하고 싶은 심정이었으나 가까스로 참아내고 있었다.

“귀신이 되더라도 이 바다를 내가 지켜 내리라!”

그 바로 뒤의 선박 장군선에 탑승한 곽재우는 전 통제사 원균장군과 나란히 선박의 상층에 지어진 누각, 장대(將臺)에서 먼 바다를 응시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육지에서나 전투를 했던 몸인데 바다위에 오르니 어찌해야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습니다. 균형 잡기도 쉽지 않고 배 멀미도 심하게 나는 것 같습니다.”

“파도가 좀 강해서 배가 많이 흔들릴 겁니다.”

“요령이 있습니까?”

“글쎄요. 나 역시도 육전의 장수로 활동하다가 수군으로 옮겨서 처음에는 배만 타면 기절 했었어요.”

“원장군께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