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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2권" 명량의 장 49회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원균의 자세는 전혀 빈틈이 보이지 않았다. 곽재우는 이순신과의 담판을 여과 없이 원균에게 전달했다. 이 또한 정도령이 곽재우에게 은밀히 부탁한 것이었다. 원균의 태도가 어찌 나올 것인지 곽재우는 호기심이 담긴 눈으로 주시했다.

“난 이 바다에서 죽기를 소원하오. 왜적 4만 명이 목표외다.”

원균의 뜬금없는 발언에 곽재우는 촉각을 곤두 세웠지만 오직 그 말 뿐이었다. 곽재우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항해는 오후 내내 계속 되었다. 어둠이 막 시작 될 무렵에 저만치 파도를 타고 잉본의 관선(関船, 세키부네)의 뱃머리가 슬쩍 고개를 내미는 것이 목격 되었다.

“적선이다!”

판옥선에서 누군가의 고함이 울려 퍼졌다. 홍의장군 곽재우는 긴장감이 들었다.

“드디어 마주쳤소.”

원균은 철저한 패배를 당한 경험이 있는지라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적선의 숫자가 얼마나 될는지!”

파도가 넘실거리자 적선이 하나, 둘 바다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중형 군선으로 무장한 일본 선박의 수는 모두 55 척 이었다. 이순신의 개벽함에 청색 바탕에 하얀 무늬로 북두칠성이 수놓아져 있으며, 백색의 불꽃 깃술이 달려있는 초요기(招搖旗)가 펄럭였다. 함대의 선박들이 이순신의 대장선 개벽함 주변으로 재빨리 모여 들었다.

“적들의 숫자로 미루어 주력 함대가 아니고 탐망선(探望船)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우리 함대를 관찰하기 위해 도도가 파견한 것이니 오합지졸과 다름이 없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절대 단독 행동을 금한다. 대장기의 신호 깃발을 확인하고 항상 행동하라! 확실한 것은 저들이 우리 함대가 전부인 것을 확인 하고 돌아간다면 그 즉시 일본의 주력 함대가 출전할 것이다.”

 

   
 

이순신은 명령을 끝내자 즉각 산회하라는 손짓을 보냈다. 북소리가 둥둥 울리는 가운데 판옥선이 좌우로 학의 날개처럼 펼쳐졌다. 곽재우가 그 광경을 보면서 감탄했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이순신 장군의 학익진(鶴翼陣)이로군요.”

“그렇다네. 이장군의 해전술(海戰術)은 독보적이지.”

원균은 추호의 거부감도 없이 이순신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곽재우가 열의로 가득한 목소리를 꺼냈다.

“이장군의 함대가 일본 본토로 향하는 거! 가능하겠지요?”

“당연하지. 그 때문에 이장군의 혁명(革命)에 우리가 가담하는 것 아니겠는가.”

원균장군 역시 이순신의 개벽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표한 것이다. 곽재우는 비로소 마음이 후련해졌다.

“원장군님!”

“말하게.”

“그런데 정도령 말입니다. 그냥 헛소리만 늘어놓는 선비는 아니고. 신분이 정말 궁금합니다. 누구 문하인지도 모르고.”

“서애대감이 천거 했다면 필시 내력이 있을 것일세.”

“정도령이 예언하기를 일본을 박살내고 여진과 더불어 명나라를 반으로 나눌 수 있다고 하던데 사실일까요?”

원균은 고개를 돌려서 곽재우를 정면으로 마주 보았다.

“자네는 어떨 것 같나?”

“믿고 싶지만 그게 가능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