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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진 코를 수송하는 하야부네를 가로채라

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2권" 명량의 장 55회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이순신의 눈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

“아니오! 죽은 것도 억울하기 그지없거늘! 그 장병들의 살붙이 한 점이라도 그리 참혹하게 보낼 수는 없소. 당장 출동 시킵시다.”

“목숨을 걸어야 할 일입니다. 적진 깊숙이 진입해야 합니다. 홀로 그 망망대해를 누벼야 하는 일입니다. 생사를 담보할 수 없는, 사실 무모한 명령입니다.”

“일본 놈들이 수 천 명의 원귀를 끌고 가는 일을 어떻게 그대로 묵과한단 말이요? 당장 장수들을 집결 시키시오.”

이순신의 명령에 의해서 각 판옥선의 장수들이 졸지에 불려 나왔다. 피곤한 기색들이 역력 하였으나 누구 하나 불평은 없었다. 그들은 거기서 잠이 확 깨어버리는 정도령의 설명을 들었다. 저마다 비분강개(悲憤慷慨)하여 눈가에 핏발이 차올랐다.

“생사는 절대 보장할 수 없습니다. 누가 지원 하시렵니까?”

 

   
▲ 임진왜란 당시 실제 왜군은 조선인의 코를 베어 교토로 보냈다.(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제일 먼저 손을 번쩍 들어 올린 장수는 고경명 의병장, 고진후였다. 하지만 그 뒤로도 다른 장수들 모두가 손을 하늘로 쳐들었다. 누구도 죽음을 두려워하는 장수는 없었다. 그들은 동료 장병들의 원혼을 구하고 싶었다. 이순신의 눈가에 이슬이 살짝 맺혔다. 곽재우의 뺨에는 이미 두 줄기 눈물이 흐르고 있었고, 원균은 얼굴이 온통 붉게 상기 되었으며 수염은 부들부들 떨렸다. 다른 장수들 역시 북받쳐 오르는 슬픔을 참기 위하여 이를 악다물고 있었다.

정도령 역시 뜨거운 눈물을 흘리면서 남원 성 장병들의 베어진 코를 싣고 가는 하야부네를 추격할 장수들을 호명했다.

“남해와 동해 바다 물길을 잘 알고 있는 이몽귀를 길잡이로 일당백 원사웅과 군관 송정립이 갑니다.”

이몽귀는 수영이 떠나갈 듯이 대답했다.

“즉각 출동하겠습니다.”

 

   
▲ 현재 일본 교토에 있는 통한의 조선인 "코무덤"

 

곽재우가 자발적으로 나섰다.

“난 수군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하여 함대전투에 쓸모가 없소이다. 차라리 추격 선박에 배치해 주시면 어떻겠소?”

군사 정도령은 공손하게 응대했다.

“곽의병장님에게는 다른 임무가 있습니다. 매우 중대한!”

송정립이 당당하게 외쳤다.

“영광입니다. 조선 장병들의 원혼이 실려 있는 하야부네를 끌고 오겠습니다.”

군관 송정립은 송희립의 동생으로 그동안 경상우수사 배설의 휘하에서 활동했었다. 큰형 송대립도 수군으로 활동 중이므로 3 형제가 이번에 이순신의 휘하로 모인 것이다. 일당백 원사웅은 상기 된 얼굴로 부친 원균을 향하였다. 원균은 그런 아들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정도령은 계속 지시를 내렸다.

“이번 출동하는 판옥선의 목적은 일본으로 가는 하야부네를 가로채서 무사히 귀항하는 것이니 적의 함정들과 전투는 되도록 피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래서 포격수와 궁수들의 숫자는 최소한으로 줄이고 대신 격군들을 보강할 것입니다.”

 

   
 

군사 정도령이 하달하는 명령에 대해서 누구도 견해를 달리하지 않았다. 이순신은 지필묵을 당겨서 일필휘지(一筆揮之)로 내 갈겼다.

-귀혼선(歸魂船)-

“우리 장병들의 혼을 반드시 찾아오라는 의미이다. 이번 임무를 수행하는 판옥선의 명칭이니라.”

군관 송정립이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아 들었다. 일당백 원사웅이 고개를 숙이며 당당하게 소리쳤다.

“우리 장병들의 넋을 찾아오겠습니다. 장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