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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는, 끝내라"

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2권" 승리의 장 4회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가토의 군선에 지자포 세 방이 명중하여 갑판이 파손되고 불길이 치솟았다. 이 광경을 언덕 바위에서 지켜보던 이회 형제와 장승업, 박정량, 그리고 구경하던 조선 백성들이 동시에 함성을 내질렀다.


“와아아! 와--”


“아앗?”


도도는 좌정하고 있던 자신의 군선에서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 가토의 전함이 불길에 휩싸이고 있지 않은가? 이순신의 함대가 발악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도도는 불안정한 눈빛으로 전방을 뚫어져라 주시했다. 가토가 자신의 안택선(安宅船아타케부네)을 포기하고 다른 일본의 중형 군선인 관선(関船세키부네)에 옮겨 타고 있는 광경을 목격하고서야 안도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도도는 아직도 공격대형으로 수군을 편성하여 울둘목으로 진입할 의사가 없어 보였다. 이미 명량해협의 가장 비좁은 장소에 일본의 군선들이 운집해 있어 자칫하다간 일본 군선끼리 충돌할 위험성도 내포되어 있었다.



‘이렇게 망설이고 있다가는 우리 전략은 실패하고 만다.’


도도의 대장선에 머물고 있는 김충선은 즉각 행동으로 옮겨야 할 시간이 되었음을 간파했다. 도도를 비롯한 장수와 장병들이 가토의 대장선이 파손되자 모두 정신이 그리로 집중되어 있었다. 김충선은 그들 틈에서 슬쩍 빠져나와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격군들이 교대를 위해 대기 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간이 선방의 문을 열자 준사가 얼굴을 내밀었다. 그는 호방한 생김새에 강직한 턱과 늠름한 체구를 지니고 있었으며 허리에는 두 자루의 칼을 차고 있었다.


“준비는?”


김충선이 묻자 준사의 결연한 턱이 아래위로 흔들렸다. 김충선은 평소와는 다르게 추호의 감정도 섞이지 않은 음성을 내뱉었다.


“시작하지.”


그러자 준사는 두 자루의 칼을 양 손으로 뽑아들고 선방 안으로 뛰어 들어가며 격군으로 보이는 일본인 네 명을 순식간에 베어 버렸다. 놀랍도록 빠르고 절묘한 솜씨였다.


“사람 살려.”


또 다른 격군들이 소리치며 달아나려는 순간에 그 옆에 머물고 있던 다른 격군들이 갑자기 돌변하여 그들을 제압했다. 김충선은 그때 비정했다.


“끝내라.”


준사를 비롯한 다섯 명의 위장 격군들이 이미 제압한 격군들의 입을 막으며 목에 칼을 깊숙이 박았다. 그들은 살인에 익숙한 듯 매우 능숙한 솜씨였다. 선방 안은 삽시간에 비릿한 피 냄새로 그득 찼다.


“서아지가 있는 곳으로 가자.”


김충선은 앞장서고 준사와 항왜 동료들이 그 뒤를 따랐다. 이번에는 직접 노를 젓는 맨 하단 부위였다. 70 여 명이 노를 잡고 있었고 함선의 속도와 방향 등을 제시하는 병사 2명과 북을 치는 고병(鼓兵)이 있었다. 그들은 김충선과 준사 등이 들어서자 다소 놀란 눈초리였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칼을 준사가 들고 있으니 무리가 아니었다.


“무슨 일이냐?”


김충선은 여전히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처리해라.”


그의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격군 중에서 한 사내가 일본 병사 뒤에서 소리 없이 일어나 뒤에서 그의 목을 휘감았다. 사내는 눈이 매섭고 광대뼈가 약간 튀어나와 사나운 인상이었다. 그의 이름은 서아지였고 김충선과 같은 항왜였다. 우득, 하고 목뼈가 부러지는 소음이 울렸다. 일본 병사는 미처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황천길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