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 윤지영 기자] 사진은 말과 다르고 약속된 언어와 다르다. 또한 그림과 다르다. 사진이미지는 우리가 시각적으로 지각할 수 있는 어떤 것을 명백하게 하는 기호이지만, 그 의미는 불투명하다. 그것은 언어처럼 의미화과정을 거쳐야만 분명해진다.
사진에 찍혀진 시간과 공간은 사진 속 그때와 그곳을 경험하지 못한 자에게는 알 수 없는 시공간이다. 얼마나 비현실적인가. 뿐만 아니라 그림을 보는 행위가 화가의 생각과 제스처를 보는 것이라면 사진은 절대 사진가의 생각을 먼저보지 못한다. 따라서 사진가의 의도를 읽어내기란 쉽지 않은 매체다. 얼마나 사진가의 존재가 무시되는 이미지공간인가. 사진가의 생각과 의도를 안다는 것은 사실상 사진이 언어기호로서 문자처럼 상징적으로 읽혀져야만 가능하다. 정보전달은 기호와 기호사이에서 발생한다. 약속된 코드의 접속이 가능할 때만 의미가 전달되는 스토리텔링방식, 이 얼마나 사이버틱 한가.
기호란 다른 어떤 것을 명백하게 하는, 우리가 지각할 수 있는 어떤 것이다. 사진은 마치 투명한 유리창을 통해 바라보는 것처럼 확실하지만 결정적으로 아무 말을 하지 못한다. 그것은 대상을 직접 보는 것이 아니다. 시각적 보조수단으로 현실을 만나는 편견이 가득한 안경너머로 말하는 단지 초점을 정확히 맞추어야만 볼 수 있는 목소리다.
사진은 기본적으로 현실의 시공간을 파편적으로 보여주는 단편적인 네러티브이미지로 한 장의 사진으로는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어려운 매체다. 여기에는 반드시 텍스트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사진은 말도 아니고 그림도 아닌 즉 이미지와 텍스트 기호사이에 있는 기호다.
사진의 스토리텔링은 바로 그래서 필요하다. 그러나 오해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스토리텔링의 필요성은 기존의 의미를 다시 반복하는 그런 것이 아니다. 사진의 스토리텔링은 그림이 전달한 이야기, 문자가 전달한 이야기를 기계적으로 복제 재현하는 것이 아닌 글과 그림이 전달하지 못하는 또 다른 말하기 방식인 침묵을 깨우는 이야기다.
<사진, 기호와 기호사이>전은 사진 스토리텔링이 기존의 언어구조처럼 다루려는 방식을 피하고 또 그림이 전달하는 도상방식도 탈피하고, 사진이 제기하는 고유한 네러티브이미지들의 이야기를 연결시키는 방식을 취했다. 전시형식은 사진스토리텔링의 다양한 방법론 중 한 가지 방식이다.
이번 전시배치는 각기 다른 여러 장의 사진이미지가 이어지는 ‘연쇄이미지’에 관심을 갖고 기호와 기호사이에 벌어지는 일을 관찰할 것이다. 여기 참여하는 사진가 김윤호, 김승혜, 서종열, 정선종, 김혜경, 정승연은 각기 다른 삶의 경험 속에서 획득된 개인적 관점을 엮어서 스토리텔링 했다.
그것은 사진을 재현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닌 비언어적 말하기 방식인 이미지너머 기호와 기호사이를 연결하여 이야기를 한다는 뜻이다. 이미지 한 장을 볼 때와 이미지 여러 장을 볼 때, 우리의 독서는 다르다. 이미지 한 장을 제시할 때와 여러 장을 제시할 때 고려되는 측면 또한 달라진다.
전시장 벽면에 동시 다발적으로 보이는 사진과 사진사이의 끌어당김과 거리, 시각장의 힘의 역학적 관계와 선택과 배열순서 등에 따라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는 사진이 현실 공간 뿐 아니라 어떤 비가시적 맥락에 따라서 이야기는 수없이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쩌면 우리시대는 사진스토리텔링의 시대다. sns로 대변되는 비현실공간속에서 수많은 사진들로 넘쳐나는 걸 보면 사진이미지로 이야기하고 이미지로 의미하고 이미지로 표현하는 기호와 기호사이 내러티브이미지 자아의 시대가 아닐까?
<글 이영욱 교수>
<사진공간배다리>
전시기간 : 2016. 7. 4 ~ 7. 13
오프닝 : 2016.7.4(월) 오후 6:30
인천시 북성동 3가 9-6번지
(인천 차이나타운 삼국지 벽화거리에 위치)
문의 : 010-5400-08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