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초연된 ‘묵향’은 매ㆍ난ㆍ국ㆍ죽 사군자를 소재로 정갈한 선비정신을 한 폭의 수묵화처럼 담아낸 작품이다. 고(故) 최현의 ‘군자무’를 바탕으로 윤성주 전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이 안무하고 패션 디자이너 정구호가 연출ㆍ디자인을 맡았다. 간결하게 정제된 한국 전통춤의 멋을 현대적 감각으로 보여줬다는 관객의 호평에 힘입어 초연 이듬해 재공연되는 등 국립무용단의 대표 공연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전통의 세련된 아름다움을 해외에 알릴 수 있는 작품으로 평가 받은 ‘묵향’은 초연 2년 만에 세계 무용계의 러브콜을 받으며 한국춤의 신드롬을 이끌어냈다. 지난 2월 ‘홍콩예술축제’에 한국무용 장르로는 처음으로 초청되어 현지 관객의 호평 속에 전회 매진을 기록했으며, 지난 6월에는 최초의 한국 작품으로서 70년 역사의 프랑스 리옹 ‘레 뉘 드 푸르비에르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다. 당시 공연을 관람한 프랑스의 저명한 무용 평론가 에마뉘엘 부셰는 주간지 ‘텔레라마’ 지면을 통해 “우아함과 기술적 기교가 완벽하게 어우러진 춤”이라고 평했다.
해외 초청공연을 성공리에 마친 ‘묵향’은 오는 10월 새로운 캐스팅으로 국내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에서는 신구 조화를 이루는 주역 무용수 캐스팅을 특히 주목할 만하다. 초연 때부터 주역 무용수로 선발되어 지금까지 함께해온 ‘매화’의 김미애와 ‘난초’의 이석준이 성숙해진 춤사위로 ‘묵향’에 한층 깊어진 멋을 더하는 한편, 국립무용단 신예 무용수 이요음이 ‘매화’ 주역으로 더블 캐스팅되어 7일(토) 공연에서 김미애와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할 것이다.
지난 리옹 ‘레 뉘 드 푸르비에르 페스티벌’ 공연에서부터 ‘오죽’의 주역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조용진이 대나무의 강건한 기개를 펼치며, 이번에 ‘국화’ 주역으로 새롭게 캐스팅된 최원자가 원숙한 감정의 춤을 선보일 예정이다. 대중과 통하는 한국춤 ‘묵향’은 올 하반기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공연장을 돌며 관객을 만난다. 오는 9월 30일 대구문화예술회관을 시작으로, 국립극장 해오름(10월 6~8일), 천안예술의전당(10월 14~15일), 대전예술의전당(10월 21~22일) 등 전국 투어로 비수도권 관객에 첫 선을 보인다.
국립무용단은 ‘묵향’ 팬을 위한 참여형 열린 마당도 개최한다. 오는 9월 24일(토) 국립무용단 연습실에서 열리는 이번 마당은 공연 관람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체험을 원하는 관객을 대상으로 한다. 주요 배역 무용수들의 지도로 ‘묵향’의 주요 장면을 직접 배워보고, 작품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는 세부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한편 국립극장은 무용 주요 공연을 묶어 에누리 판매하는 ‘무용 일편단심’ 패키지와 프리 패키지 등의 상품을 구성해 선보인다. 국립무용단의 ‘묵향’ ‘Soul, 해바라기’ ‘회오리’ ‘시간의 나이’ 네 작품을 구매 시 30퍼센트 에누리가 적용되는 ‘무용 일편단심’ 패키지로 더욱 알차고 저렴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예매ㆍ문의 국립극장 누리집 또는 전화 02-2280-4114
세계 무용계의 극찬, 한국 전통춤의 신드롬으로 이어지다
대중과 통하는 한국춤 ‘묵향’은 초연 2년 만에 세계 무용계의 러브콜을 받는 국립무용단의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했다. 2015년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을 기념해 오사카 NHK홀에서 열린 공연이 전석 매진되었고, 2016년 2월 ‘홍콩예술축제’에 한국무용 장르로는 처음으로 초청되어 현지 관객의 호평 속에 2회 공연 모두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 아시아에서 먼저 주목받은 ‘묵향’은 유럽으로 이어져 지난 6월 프랑스 리옹에서 열리는 70년 전통의 ‘레 뉘 드 푸르비에르 페스티벌(les Nuits de Fourvière)’에도 최초의 한국 작품으로 초청되었다.
‘레 뉘 드 푸르비에르 페스티벌’은 매년 6월과 7월 두 달에 걸쳐 4천여 석의 로마식 원형 야외극장에서 연극ㆍ무용ㆍ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이는 축제다. 이 축제에 ‘묵향’을 초청한 도미니크 들로름 예술감독은 공연 직후 “‘묵향’은 전통과 현대가 적절히 섞여있고 섬세함과 유연함이 돋보이는 작품”이라며 “유럽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라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들로름 예술감독은 첫째 날 공연 시 “공연 시작 후 30분간 비가 내렸음에도 야외 원형극장에 자리 잡은 관객 모두 제 자리를 지키며 공연을 감상했고, 환불 사태에 대비해 파견 나온 보험사 직원 역시 공연이 끝날 때까지 무대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감상을 하고 돌아갔다.”는 에피소드를 전했다. 공연을 관람한 프랑스의 저명한 무용평론가 에마뉘엘 부셰는 주간지 ‘텔레라마’ 지면을 통해 “우아함과 기술적 기교가 완벽하게 어우러진 춤”이라고 평했다.
‘묵향’은 지난 6월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아셈(ASEM) 제7차 문화장관회의에서 공연되며 전통의 세계화를 이뤄낸 성공적인 사례로 제시됐다. 일본ㆍ홍콩ㆍ프랑스에서 전해진 ‘묵향’에 대한 호평은 한국 전통춤에 대한 신드롬으로 이어져, 서울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공연될 예정이다.
대구문화예술회관(9월 30일)을 시작으로, 국립극장 해오름(10월 6~8일), 천안예술의전당(10월 14~15일), 대전예술의전당(10월 21~22일)으로 이어지는 전국 순회가 계획되어 있다. 간결하게 정제된 한국 전통춤의 멋을 현대적 감각으로 보여준 ‘묵향’이 세계 무용계로부터 호평 받은 데 이어 대중이 먼저 찾는 우리 춤으로 자리 잡았음을 입증하고 있다.
매·난·국·죽을 빛내는 주역 무용수, 신구 캐스팅의 조화
이번 공연에서는 신구 조화를 이루는 주역 무용수 캐스팅을 주목할 만하다. 주역 무용수는 ‘묵향’의 매ㆍ난ㆍ국ㆍ죽에서 중심점을 맡아, 각각의 장에 맞는 캐릭터를 표현하며 감정선을 이끌어나가는 존재다.
‘매화’의 주역으로는 2013년 초연부터 지금까지 무대에 오르고 있는 김미애와 함께 국립무용단의 신예 무용수 이요음이 더블 캐스팅되었다. ‘매화’는 겨울의 추위를 견뎌낸 씨앗이 땅 위로 솟아오르는 순간을 손끝의 응축된 에너지로 표현해내는 장이다. 연분홍색 저고리를 입고 ‘매화’의 첫 장을 여는 주역 무용수의 솔로 춤은 단연 돋보이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강한 에너지로 꽃을 피우는 매화’를 표현하는 김미애, 그와는 다른 자신만의 매화 이미지를 탐구해나가고 있는 신예 이요음이 서로 다른 매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난초’에서는 이석준이 주역을 맡는다. 그 역시 2013년 초연부터 ‘난초’의 주역을 맡아온 베테랑이다. 가야금과 거문고의 4중주가 배경음악으로 펼쳐지는 가운데, 이석준은 보다 성숙해진 춤사위로 난을 그리는 선비의 풍류를 표현해낼 것이다.
늦가을의 추위를 이겨내고 피어나는 ‘국화’는 우리 춤의 중후한 멋을 발산하는 장이다. 이번에는 국립무용단의 최원자가 새로운 주역으로 발탁되었다. 그는 해금산조 연주에 맞춰, 국화의 노란 빛이 그리는 온화하되 슬픈 감정선을 풍부하게 그려내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선비의 기개를 담은 ‘오죽’은 2~3미터에 달하는 대나무 장대를 타고 춤을 추는 남성 군무가 돋보이는 장이다. ‘오죽’의 주역 조용진은 길고 곧은 장대들을 끌고 나가는 중심이자 유일하게 장대 없이 솔로 춤을 추며 부드러움을 표현하는 양면성을 보여주는 역할을 맡는다. 그는 “딱딱하면서도 부들부들한 대나무를 상상하며 강인한 외로움을 표현해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관객을 위한 참여형 열린 마당, 접수 시작 일주일 만에 전석 매진
국립무용단은 ‘묵향’ 팬 층을 위한 참여형 열린 마당을 오는 9월 24일(토) 국립무용단 연습실에서 개최한다. 이번 열린 마당은 공연 관람에 안주하지 않고 그 이상의 체험을 원하는 관객 30명을 대상으로 한다. ‘묵향’의 매ㆍ난ㆍ국ㆍ죽 주요 장면을 주요 배역 무용수들로부터 직접 배워보고 ‘묵향’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세부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참가자들은 안무가 윤성주로부터 한국무용의 기본 특징과 ‘묵향’에 대한 작품 설명을 들은 뒤, 매ㆍ난ㆍ국ㆍ죽 주역 무용수들과 함께 각 장의 주요 동작들을 직접 배워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주요 배역 무용수들과 조를 이뤄 ‘묵향’ 춤의 아름다움을 몸소 체험해보고, 매ㆍ난ㆍ국ㆍ죽 각 주제 별로 이뤄진 세부 마당을 통해 ‘묵향’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매화’ 주제는 연분홍 저고리가 돋보이는 ‘매화’ 의상을 통해 정구호 의상의 특징을 알아보는 시간으로 구성된다. ‘난초’ 주제에서는 서양악기와 조화를 이뤄 ‘묵향’의 특색을 더욱 잘 드러내는 음악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며, ‘국화’ 주제에서는 고(故) 최현 선생과 안무가 윤성주의 가르침을 받은 주역 무용수와의 대화를 통해 안무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으로 구성된다. 마지막 대나무 장대가 인상적인 ‘오죽’ 주제는 한국무용의 소품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이다. 대나무 장대를 소품으로 사용한 ‘묵향’ 장면에 얽힌 에피소드와 함께 ‘소고춤’ ‘장구춤’ 등 한국무용에 사용되는 소품에 대해 알아볼 예정이다.
사회는 초연부터 지난 리옹 ‘레 뉘 드 푸르비에르 페스티벌’ 공연까지 ‘묵향’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기울여온 무용평론가 장인주가 맡는다.
한편, 지난 9월 6일 패키지 관객 대상 사전 예매, 9월 7일 일반 예매를 시작한 ‘묵향’ 열린 마당은 뜨거운 관심 아래 일주일 만에 전석 매진되어 ‘묵향’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작품 내용
‘묵향(墨香)’은 매ㆍ난ㆍ국ㆍ죽 사군자를 소재로 정갈한 선비정신을 한 폭의 수묵화처럼 담아낸 작품이다. 무용가이자 안무가였던 고(故) 최현의 유작인 ‘군자무’(1993년 국립무용단 초연)를 재창작했다. 서무와 종무 그리고 매ㆍ난ㆍ국ㆍ죽 모두 6장으로 구성, 사군자가 상징하는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을 통해 세상을 보는 군자의 시선을 담고 있다. 무용과 의상, 음악 등 작품을 이루는 요소들은 최대한 전통양식 그대로를 따른다. 하지만 간결해진 전통은 관객에게 동시대적 미니멀리즘의 미학을 제시하며 화선지 위로 그려지는 짙은 먹 선처럼 강렬한 춤의 잔향을 남긴다.
무용수들의 미세한 움직임이 지닌 깊이를 담아낸 윤성주의 안무, 간결한 양식미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확보한 정구호의 연출이 어우러져 예술적인 면에서 간결함의 완성을 이끌어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둥근 치마 사이로 살짝 보이는 버선코, 여인의 손끝을 아름답게 받쳐주는 저고리 등 무용수의 움직임을 따라 자연스럽게 흔들리는 의상이 마치 한복이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춤 속에 내재된 여백의 미, 정중동의 미학이 깊은 울림으로 전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