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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지팡이로 먼 길 가려말라 -중관대사-

선사들의 시 감상 1

[우리문화신문= 전수희 기자] 


깊은 우물 마시려 두레박끝 깊게 하랴

짧은 지팡이로 먼 길 가려말라

하고많은 세 상일 양 창자인 듯 험하고

끝없는 사람살이 호랑이 뿔 위의 맞섬

숨는 체 하려면 차라리 깊이 숨음이 낫고

육신의 단련이 육신을 잊는 것만 하겠나

이름 찾고 법에 노닌다고 진실됨일까

이려 쩌쩌 부르는 마소도 소리에 따를뿐


중관 대사(中觀大師, 1567~?, 명종 22)는 서산대사 문하에서 한 유파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자세한 행적은 전하지 않고 있다. 다만《불조원류(佛祖原流)》에 따르면, “성은 오씨(吳氏)이고 전라남도 무안(務安)사람이다. 어려서 총명하고 지혜가 있어 신동이라 일렀다. 입산하여 머리를 깎고 곧 오묘한 선지를 깨쳐 임제의 정맥과 태고의 청풍이 다시 혼탁한 세상에 떨치게 되었다. ”고 기록하고 있다.


중관대사는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그 해에 영남지방에서 승병을 일으켰고, 전공을 세워 총섭(摠攝)이 되었다. 전란 뒤 지리산 화엄사에 있으면서 대화엄종주(大華嚴宗主)로서 법화(法化)를 폈다. 만년에는 지리산 귀정사(歸正寺) 소은암(小隱庵)의 옛터에 대은암(大隱庵)을 중창하고 그 곳에서 참선수도에 정진하였다.


시서 3만의 권축에 있지 않고

5천 함의 경론에도 없어

신령히 잠긴 듯 말 앞서 새었으니

문자로서 길잡이도 헛된 수고일뿐


중관대사의 유고집에 수록된 시문은 시가 130여 편, 문이 21편 전하고 있다. 시는 대부분 승속간에 이뤄진 것이지만 선기(禪機)가 넘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풍진의 바다 십여 년의 지팡이

봉래산 제일봉을 이제야 두드리노라

사자의 울름소리도 특별한 곡조 없고

푸른산 흐르는 물 절로 교묘한 거문고


이는 중관대사의 스승인 청허대사를 찾아 금강산을 찾았을 때 지은 시다. 스승을 10여년 만에 찾아뵙고 쓴 시로 중관대사의 깨우침을 느낄 수 있는 시로 평가 받는 부분이다.


중관대사는 1636년(인조 14)에 화엄사의 사적(事蹟)을 쓴 것으로 보아 70살 이후에 이곳에서 입적한 것으로 추정된다. 법을 이은 제자로 청간(淸侃)·정환(正還)·설매(雪梅) 등이 있다. 지은 책으로는『중관대사유고(中觀大師遺稿)』1책, 『죽미기(竹迷記)』1책,『화엄사사적(華嚴寺事蹟)』1책, 『금산사사적(金山寺事蹟)』1책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