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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광야', '계승'을 옛날 배움책에서는 어떻게?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113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113 벌판 물려받다 받아들이다 자라나다 더불다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은 4284해(1951년) 펴낸 ‘우리나라의 발달 6-1’의 53, 54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53쪽 셋째 줄에 ‘벌판’이 있습니다. ‘광야’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기도 하지만 옛날 배움책에서는 이렇게 ‘벌판’이라는 말을 쓰고 있어 반가웠습니다.

 

셋째 줄과 넷째 줄에 걸쳐 ‘고려의 전통을 물려받으며’에서 ‘물려받으며’는 요즘 책이라면 ‘계승하였으며’라고 했지 싶습니다. 이런 말이 다들 많이 봐서 더 낯이 익으실 것입니다. 다섯째 줄에 있는 ‘받아들이어서’도 많은 곳에서 ‘수용하여서’라고 쓰기 때문에 더 낯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초등학교 학생들에게는 ‘계승하다’, ‘수용하다’ 보다는 ‘물려받다’, ‘받아들이다’는 말이 훨씬 쉬운 말일 것입니다.

 

다섯째 줄에 이어서 나오는 ‘여러 모로’는 ‘다방면의’라고 했을 수도 있는데 그런 말을 쓰지 않았습니다. 여섯째 줄에 ‘독특한 문화가 자라나서’에서 ‘자라나서’라는 말을 쓴 것을 놓고 볼 때 옛날 배움책에서 참 쉬운 말을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곱째 줄과 여덟째 줄에 걸쳐 나오는 ‘남아있지 않으나’도 어려운 말을 쓰고자 했다면 ‘현존하지 않으나’라고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어서 나오는 ‘여러 가지’도 ‘다양한’이라고 했을 수도 있는데 그런 말을 쓰지 않고 있습니다.

 

열한째 줄에 나오는 ‘더불어’도 참 반가운 말입니다. ‘더불다’는 말은 ‘둘이 넘는 것이 함께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말이 있음으로 해서 발해가 ‘당’, ‘일본’과 함께 서로 주고받기도 하며 사고팔며 살았다는 것을 똑똑하게 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이어서 나오는 ‘그 오랜 서울 터’에서 ‘서울 터’도 좀 더 어려운 말을 쓰고자 했다면 ‘도읍지’라고 했을 수도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고 쉽게 풀어주었습니다. 열셋째 줄에 있는 ‘파낸 것’과 ‘둘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말을 쓰려고 했으면 ‘발굴한 것’, ‘주위’라고 했을 것입니다.

 

열넷째 줄에 있는 ‘큰 길’과 열다섯째 줄에 있는 ‘네 곳’과 ‘터’, 54쪽 셋째 줄에 나오는 ‘절 터’, 여섯째 줄에 있는 ‘새겨진’도 쉽게 쓰려고 고른 낱말이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일곱째 줄과 여덟째 줄에 있는 ‘이런 것으로 미루어 보아’에서 ‘미루어 보아’도 ‘추측해 보아’라고 할 수도 있고, 열째 줄과 열한째 줄에 있는 ‘어떠하였던가’도 ‘수준’이라는 말을 쓸 수도 있었지만 그런 말을 쓰지 않은 것이지요. 그런데 왜 요즘 배움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이런 말을 쓰지 않은 것인지 묻고 싶어집니다.

 

4352해 온겨울달 열하루 삿날 (2019년 12월 11일 수요일)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이 글은 경남신문에도 실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