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지난 닷날(금요일)은 6배해 아이들 배움을 돕고 나서 배곳(학교) 일을 챙기느라 옆을 볼 겨를도 없었습니다. 마치고 갈 데가 있어서 다 해서 내고 가야 한다는 생각에 더 바빴던가 봅니다. 다른 사람들 것까지 받아 놓고 나오는데 들말마을배곳 아이들이 놀고 있었습니다. 요즘 바빠서 아이들을 못 봐서 마음이 쓰였는데 인사만 하고 나오려니 짠했습니다.
장일영 선생님과 조규태 교수님을 만나 뵙고 이제까지 있었던 이야기도 듣고 제가 일을 한 것을 가져가 보여드렸습니다. 그리고 일을 하는데 생각해 봐야 할 것들을 몇 가지 말씀드렸습니다. 저만 바쁘다고 생각했는데 두 분도 참 바쁘셔서 일이 얼른 끝이 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두 분과 헤어져 집으로 오는 길. 좀 걸을까 생각을 하고 집 쪽으로 걸었습니다. 날씨도 그리 차갑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아서 걸을 만했습니다. 땀이 살짝 날 만큼 기분 좋게 걸었지요. 다만 슬픈 일도 없는데 눈치도 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는 일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밝날(일요일)에는 들말마을배곳 식구들과 꽃오름 갈배움녀름마당(교육농장)에 겪배움을 가기로 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깜빡하는 바람에 함께하지 못해서 엄청 미안하고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새롭고 즐거운 겪배움을 하고 함께 간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재미있게 했다는 기별을 보니 저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저녁에는 경남 갈배움한마당잔치(교육박람회)에 나갔던 선생님들 마중을 나갔습니다. 나흘 동안 우리 배곳을 널리 알리고 많은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겪배움을 할 수 있게 해 주고 돌아왔습니다. 다른 도움은 못 되도 가져온 짐을 옮기는 것을 도와주고 밥이라도 한 끼 같이 먹어 주는 것이 좋겠다 싶었습니다.
나흘을 쉬지 않고 한 만큼 몸은 힘이 들었지만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것을 보니 뿌듯했다는 말을 듣는 저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해 본 것을 바탕으로 다음에는 더욱 보람 있는 겪배움을 마련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살얼음길(블랙아이스) 때문에 많은 분들이 목숨을 잃거나 다쳤다는 기별을 듣고 많이 슬펐습니다. 어떤 분의 말씀처럼 살얼음길이 되기 쉬운 곳이 어디인지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 왜 그곳에 살얼음이 얼지 않도록 하는 일을 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수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돈도 없는 것도 아니라는데 참 답답합니다. 목숨을 잃으신 분들이 부디 좋은 곳에서 고이 쉬시길 빌고 다치신 분들은 얼른 나으시길 빕니다.
오늘 맛보여 드리는 토박이말 ‘지멸있다’는 ‘한결같이 곧은 마음으로 참을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흔히 ‘꾸준하고 성실하다’는 말을 써야 할 때 떠올려 쓰면 좋을 말입니다. 이 말의 어찌꼴(부사형)은 ‘지며리’인데 ‘차분하고 꾸준히’라는 뜻이고 “공부를 지며리 했다.”처럼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며리’는 ‘차분하고 탐탁하게’라는 뜻으로도 쓰는데 “밥을 지며리 먹다.”가 좋은 보기입니다.
4352해 온겨울달 열엿새 한날(2019년 12월 16일 월요일)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