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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민족

일본 고려박물관에서 '한센병과 조선인' 전시 열어

12월 27일까지, 도쿄 고려박물관
[맛있는 일본이야기 563]

[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 일본 도쿄 고려박물관 운영위원인 마츠자키 에미코(松崎恵美子) 씨로부터 며칠 전 전화가 걸려왔다. 마츠자키 씨는 고려박물관 근황과 함께 현재 전시 중인 ”한센병과 조선인(ハンセン病と朝鮮人) - 차별을 살아내며(差別を生きぬいて) - (이하 한센병과 조선인으로 약칭)”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지난해 여름 도쿄에 갔을 때 ‘한센병(나병) 전시 기획 중’ 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올 초 생각지도 못한 코로나 감염병으로 전시 준비에도 애를 먹은 모양이다.

 

마츠자키 씨는 ‘한센병과 조선인’ 전시 기간은 6월 24일부터 12월 27일까지이며 예약제로 관람할 수 있다고하면서 전시장 모습과 자료 등을 사진과 누리편지로 챙겨 보내왔다. 코로나19가 없었다면 벌써 두어 번 이상은 한국에 다녀갈 정도로 한국을 사랑하는 마츠자키 씨는 “일본도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비상 상태”라고 했다.

 

 

마츠자키 씨가 보내온 ‘한센병과 조선인’ 자료를 꼼꼼히 읽어 보았다. 왜 고려박물관은 이런 전시회를 기획했는가? 그 답은 다음과 같다.(필자가 일본어를 번역하여 정리한 내용임)

 

일본은 19세기 후반 이래 식산흥업(殖産興業),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이뤄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고자 안간힘을 썼다. 이 무렵 한센병 환자를 근대화의 훼방꾼으로 여겨 20세기 초부터 강제격리 정책을 실행했다. 사실 한센병은 감염력이 매우 낮은 질병임에도 일본정부는 ‘극히 무서운 병’ 이라는 공포심을 대중에게 심어 나갔다. 이러한 발상은 세계에서 유래를 볼 수 없는 인권무시 정책이었다. 특히 일본의 식민지 아래에 놓여있었던 조선인, 그리고 일본에 건너와 빈곤과 영양불순 상태로 한센병에 걸린 환자들은 이중삼중고에 시달리면서 고통스런 삶을 살아야했다.

 

패전(1945년)후 특효약이 등장하여 한센병은 더 이상 불치병이 아님이 밝혀졌지만 일본에서는 ‘나병예방법’이라고 해서 한센병(나병)이 여전히 일본국헌법 속에 존속해왔고 1996년까지 이 법에 따른 강제격리가 자행되었다. 이에 고려박물관은 조선인 한센병 요양소 입소자들에게 빛을 찾아주기 위해 ‘나병예방법’ 폐지 후에도 편견과 차별 문제에 봉착해 있는 조선인들에 대한 일본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도록 이 전시를 기획하였다.”  

 

주요 전시내용을 살펴보자. 한센병 격리 정책의 역사(ハンセン病隔離政策の歴史), 천황제와 한센병(天皇制とハンセン病), 재일 조선인의 격리와 차별(在日朝鮮人の隔離と差別), 재일 조선인이 많았던 요양소 (在日朝鮮人の多かった療養所), 타마젠쇼엔(多磨全生園), 쿠리우라쿠센엔(栗生楽泉園), 나가시마아이세이엔(長島愛生園), 미쓰다 켄스케와 오가사와라 노보루 (光田健輔と小笠原登), 우생 보호법과 한센병(優生保護法とハンセン病), 일본 식민지 아래의 소록도 요양소 한국 (日本植民地下の小鹿島療養所 韓国), 재일 조선인 환자의 투쟁 (在日朝鮮人患者の闘い), 한센병 환자들의 문화 활동 (ハンセン病患者たちの文化活動), 시, 회화, 도예 등 (詩歌、絵画、陶芸など), 「”살아온 증거로”(야마다 쇼지 <릿교대학 명예 교수> 다마젠쇼엔(多磨全生園)에서의 재일 교포환자 듣기) (生き抜いた証に」(山田昭次〈立教大名誉教授〉の多磨全生園における在日患者聞き取り), 인권 회복을 위한 재판 투쟁 (人権回復のための裁判闘争) 등 내용상으로도 상당한 자료가 이번에 공개된 것으로 파악된다.

 

내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특히 재일 조선인의 격리와 차별, 재일 조선인이 많았던 요양소 등의 환경과 그곳에서 인권을 유린당한채 강제격리로 죽어갔던 조선인들의 삶이다. 고국도 아니고 남의 땅에서 한센병 환자로 살아가야 했던 조선인의 삶이 얼마나 처참한 것인지는 안 봐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전시를 통해 구체적으로 ‘한센병과 조선인’의 삶을 들여다볼 기회를 만든 고려박물관 측에 고마운 마음이 든다. 코로나19가 아니라면 직접 달려가서 취재를 해야겠지만 가지 못하고 일본의 자료만으로 간략히 소개하게 되어 안타깝다.

 

 

 

한국에 한센병원이 세워진 것은 조선총독부가 1916년 2월 24일, 조선총독부령 제27호로 ’소록도자혜의원‘을 설립하면서부터다. 소록도(小鹿島)는 말 그대로 작은 사슴모양의 섬이라해서 소록도라 불렀다. 이곳의 위치는 전라남도 고흥반도의 끝자락인 녹동항에서 1㎞ 거리에 자리한다. 소록도에 한센병원을 세운 조선총독부는 아리카와(1916 ~21)를 원장으로 임명한 이래 광복 때까지 일본인이 원장을 맡았다. 한국인 원장은 제6대 김형태 (1945 ~1947) 원장이 처음이다.

 

여기까지 살펴보면 ‘조선총독부가 전라남도 소록도에 한센병 환자를 위한 병원을 설립하여 치료에 나섰구나’ 하는 생각이 앞설 것이다. 그러나 말이 병원이지 수용소에 가까운 시설에서 한센병 환자들이 어떤 인격적 대우를 받으며 생활했는지 그 전말은 널리 알려져있지 않다. 그런 궁금증까지 이번 전시회에서 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전시 기간 중에는 9월 12일 낮 2시부터 기념강연도 열린다. 강사는 김귀분(국립한센병자료관학예원) 씨로 <재일조선인과 한센병>의 저자이며 오랫동안 조선인의 한셍병 연구를 한 분이다. 강연도 필히 예약이 필요하다.  '한센병과 조선인' 전시는 12월 27일까지이므로 혹시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직접 가서 취재할 생각이다.

 

【일본 고려박물관(高麗博物館)은 어떤 곳인가?】

 

"1. 고려박물관은 일본과 코리아(한국·조선)의 유구한 교류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전시하며, 서로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고 이해하며 우호를 돈독히 하는 것을 지향한다. 

2. 고려박물관은 히데요시의 두 번에 걸친 침략과 근대 식민지 시대의 과오를 반성하며 역사적 사실을 직시하여 일본과 코리아의 화해를 지향한다.

3. 고려박물관은 재일 코리안의 생활과 권리 확립에 노력하며 재일 코리언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를 전하며 민족 차별 없는 공생사회의 실현을 지향한다."는 목표로 설립한 고려박물관은 (당시 이사장 무라노 시게루) 1990년 9월 <고려박물관을 만드는 모임(高麗博物館をつくる会)>을 만들어 활동해온 순수한 시민단체로 올해 30년을 맞이한다.

 

고려박물관은 양심있는 일본 시민들이 만든 순수 민간단체로 전국의 회원들이 내는 회비와 자원봉사자들의 봉사로 운영하고 있다. 한국 관련 각종 기획전시, 상설전시, 강연, 한글강좌, 문화강좌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고려박물관 찾아 가는 길★

JR 야마노테선(山手線) 신오쿠보(新大久保)에서 내려 쇼쿠안도오리(職安通)

한국'광장'수퍼 건너편 광장 건물 7층

*전화:도쿄 03-5272-3510 (한국어 대응이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