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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돌 위를 깨끗하게 닦아줄 수 있나요?

[정운복의 아침시평 71]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척제현람(滌除玄覽)”

노자의 《도덕경(道德經)》에 나오는 멋진 말입니다.

하루는 노자가 왕에게 묻지요.

"백성들이 밭일하고 돌아와 섬돌 위를 깨끗하게 닦아주고,

그 마루 아래의 어두운 곳까지 살펴볼 수 있습니까?"

 

 

 

곧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도 자신을 숙여서

백성들의 어려움을 해결해 줄 수 있느냐는 질문입니다.

흙과 먼지가 쌓인 바닥을 쓸고,

그 아래에 있는 팍팍한 살림살이를 들여다보려면

내 무릎도 더럽혀지고, 지저분해질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아랫사람을 돌볼 수 있느냐는 것이지요.

 

위로 올라가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더 어려운 것은 위에 있으면서 처신을 겸손하게 하는 것입니다.

누구나 올챙이 적 시절은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일단 개구리가 되고 나서 올챙이 적 시절을 망각하지 않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요.

쉽지 않기에 그런 분들이 존경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 ‘도덕 재무장(MRA)’이라는 동아리 활동을 했습니다.

그때 Sing-Out 공연 때문에 서울본부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는데요.

사무실에 들어서자 공연 준비로 매우 정신이 없었는데

초입에 초로의 신사가 커피잔을 닦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나중에 인사하는데 그분이 협회의 대표시더군요.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도 낮은 위치에서 일하시는 그분의 소박함이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어찌 보면 ‘척제현람’은 지위에 어두워진 눈을 씻고 닦는 일입니다.

요즘은 섬돌도, 댓돌도 찾아볼 수 없는 세상이지만

한 해의 시작인 정초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의 가장 중요한 것은

어두워진 눈을 닦아 세상을 바르게 보는 일이 아닌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