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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노벨 평화상 수상자 엘 고어의 <불편한 진실>

항상 같은 옷만 입는 메르켈, “나는 모델이 아니라 공무원”
[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52]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1993~2000)에서 8년 동안 부통령이었던 엘 고어는 하버드 대학 시절부터 환경운동에 열심이었다. 정치에 투신한 이후에는 환경보호를 위한 입법 활동을 활발히 했다. 1992년에 고어는 《위기에 처한 지구》라는 책을 펴냈는데, 읽어 보니 대학 교재로 써도 좋을 만큼 내용이 충실한 책이었다.

 

고어는 2000년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였는데. 공화당의 조지 부시보다 더 많은 표를 얻고서도 선거인단 투표에서 패배했다. 그는 재검표를 요구하라는 유혹을 받았지만 (트럼프와는 달리) 결과에 승복하고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환경운동에 투신하였다. 고어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수천 회의 강연을 하면서 환경전도사로서 지구온난화를 막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2006년에 고어는 《불편한 진실》이라는 책을 펴냈는데, 이 책은 12개국 언어로 번역 출판되어 전 세계 환경운동가들의 호평을 받았다.

 

 

이 책은 이산화탄소 증가로 인한 지구온난화가 지구와 인류를 어떻게 위기로 몰아가고 있는지를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이 책에 따르면 킬리만자로의 눈은 거의 녹아버렸고, 히말라야 산맥의 빙하는 지금도 끊임없이 녹아내리고 있으며, 2005년 미국 뉴올리언스를 쑥대밭으로 만든 카트리나 같은 초대형 허리케인이 증가하고 있다. 고어는 지구온난화를 막지 못하면 지구촌에는 이상 기후, 홍수, 가뭄, 전염병이 찾아오게 되리라 예측했다. (그의 예언대로 코로나가 발생하여 지금 전 세계가 공포에 떨고 있다.)

 

사람들은 지구온난화라는 과학적 사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편리를 추구하는 현대인들은 불편한 생활을 참지 못한다. 고어는 이 책에서 다소 불편하더라도 사람들 각자가 지구온난화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환경보호를 위해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고어는 지구온난화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 10가지를 조목조목 비판하고,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생활 지침들을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고어가 스스로 출연하고 감독까지 맡으면서 2006년에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불편한 진실>은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을 영상으로 보여준다. 잘 만들어진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 부문 아카데미상까지 받았다. 이 영화에서 고어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서는 에너지 절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구를 구하기 위한 고어의 열렬한 환경운동은 국제적으로도 인정을 받았다.

 

 

노벨위원회는 2007년 노벨 평화상 공동 수상자로 고어와 유엔 기구인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를 뽑았다. 역대 노벨 평화상은 국제 분쟁을 중재하거나 인권 문제에 공헌한 인물이나 단체에 돌아갔다. 노벨위원회는 처음으로 평화의 범주에 지구온난화 문제를 포함시켰다. 노벨위원회는 지구온난화 문제가 심각해질 경우 인류의 평화로운 삶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았다. 노벨위원회는 “1980년대에 지구온난화 문제는 ‘흥미 있는 가설’로 보였지만 최근 인류 평화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라며 “고어와 IPCC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 촉구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라고 평가했다.

 

고어는 2002년에 테네시주 내슈빌 교외 벨 미드에 연건평 930m2의 저택을 230만 달러에 구입하여 아내와 둘이서 살았다. <불편한 진실> 영화가 나온 후에 보수단체인 테네시 정책연구소는 고어 저택의 전기요금 청구서를 분석하여 고어에게는 매우 ‘불편한 진실’을 폭로하였다.

 

이 단체는 고어가 2006년에 연간 3만 달러에 이르는 전기료를 냈다고 밝혔다. 이러한 전기 사용량은 미국인 평균 가정의 20배에 해당한다. 고어는 20개의 방과 8개의 화장실 그리고 수영장이 있는 내슈빌 저택 외에 집 두 채를 더 갖고 있었다. 테네시 정책연구소 대표인 존슨은 “고어의 집은 진입로 가스등과 온도조절 수영장, 전기문까지 갖추고 있다. 에너지 절약을 말로만 외치지 말고 실천으로 옮겨야 할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고어에 관한 불편한 진실이 알려지자 위선자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고어는 자신과 그의 아내가 집에서 일을 해서 보통 가정보다 전기를 더 쓰게 된다고 항변했다. 또 지역 녹색 에너지 캠페인에 동참해 매달 432달러어치의 재생에너지도 함께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어의 대변인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다큐멘터리의 주제와 고어 개인의 전기사용량은 별개 문제”라며, “메시지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화자(話者)를 공격하는 경우는 종종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 후 고어는 저택을 친환경적으로 개조해서 태양열을 이용한 난방시설과 빗물 사용 설비, 친환경 단열재를 갖추어 에너지를 낭비한다는 비판을 줄이려고 노력하였다. AP 통신은 관련 자료를 인용해 고어 저택의 전력 사용량이 1년 전에 견주어 11%가 줄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고어는 2010년에 아내 티퍼와 이혼했는데, 사이가 좋기로 소문난 고어 부부가 갈라선 것은 뜻밖이었다. 부부싸움 중 티퍼가 “나는 지구온난화 같은 것은 믿지 않아”라고 말하자 고어가 이혼을 결심했다는 유머가 시중에 나돌았다.

 

고어와 마찬가지로 독일의 메르켈 총리도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 정치가이다. 메르켈 총리는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독일이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메르켈은 총리가 되기 전에 일반 시민들처럼 평범한 아파트에서 검소하게 살았다. 그녀는 수영장이나 정원이 있는 집을 사지 않았다. 총리가 된 후에도 그녀는 검소하기로 소문이 났다. 어느 날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메르켈 총리에게 물었다. “우리는 당신이 항상 같은 옷만 입고 있는 것을 주목했는데, 다른 옷이 없지요?” 그녀는 대답했다. “나는 모델이 아니라 공무원입니다.”

 

인도 독립의 산파였던 간디의 일화 중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한다.

 

어느 날 한 어머니가 15살 나이의 아들을 데리고 간디를 찾아와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제 아들을 도와주세요. 아들이 설탕을 너무 좋아해요. 건강에 나쁘다고 아무리 타일러도 듣질 않는군요. 그런데 아들이 간디 선생님을 존경해서 선생님께서 설탕을 끊으라고 말씀하시면 끊겠다는군요.“ ​이 같은 부탁을 들은 간디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러세요. 그렇다면 내가 도와드릴테니 보름 뒤에 다시 나를 찾아오세요.“

 

그 어머니는 보름 뒤에 간디를 찾아갔다. 간디가 아들에게 간곡히, "설탕을 많이 먹는 것은 건강을 해치는 것이니 끊으라“고 말해 주었다. 간디의 말을 들은 그 아이는 그 뒤 설탕을 끊게 되었다. 그 어머니는 다시 간디를 찾아가 고마운 뜻을 전하며 물었다.

 

"그런데요. 선생님, 처음 제가 아들과 함께 처음 찾아왔을 때 왜 보름 뒤에 오라고 하셨나요?" 간디가 답하기를, “실은 나도 설탕을 좋아했는데 아들에게 말해 주려면 나부터 나쁜 버릇을 고쳐야 했지요. 내가 먼저 설탕을 끊는 기간을 보름으로 잡은 것입니다.” 사소한 일에서도 언행일치(言行一致)를 대단히 중요히 생각했던 간디는 자신은 설탕을 먹으면서 아이에게는 먹지 말라고 말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논어》의 위정(爲政)편에 다음과 같은 글이 나온다.

 

자공문군자. 자왈 선행, 기언이후종지. (子貢問君子. 子曰 “先行, 其言而後從之.

풀이하면,

자공이 ‘군자’에 관해 물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먼저 실행하고, 말은 뒤에 따르게 하는 것이다.”

 

환경학자들은 기후 위기가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기후 위기를 극복하려면 지구촌에 사는 모든 사람이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지 말고, 말만 하지 말고, 일상생활에서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행동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