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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소리 입문, 50돌 기념 무대 꾸민 방영기 명창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524]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12가사의 연행 형태와 장단 및 반주형태 이야기, 12가사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기는 하나 그 전승이 활발치 못하다는 이야기, 선율구조는 아름다우나, 그 노랫말의 뜻을 이해하기 어렵고, 박자가 느리고 반복이 심해 확산의 제한을 받는다는 이야기, 활발한 전승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발표기회나 경연대회, 대학의 전공 확대 방안 등을 위해 관련 기관과 단체, 그리고 문화재청은 특별한 대책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이야기하였다.

 

이번 주에는 방영기 명창의 국악입문 50돌을 기리는 발표공연 이야기를 해 보기로 한다. 방영기의 공연은 지난해 몹시도 춥고 바람이 세차게 불던 겨울에 ‘성남아트쎈터 콘써트 홀’에서 열렸다. 정확하게는 12월 15일이었다.

 

국가무형문화재 19호 선소리 산타령 전수조교로 활동하고 있는 방영기 명창이 국악 입문 50돌을 기리는 큰 공연, <2020, 우리소리를 찾아서>라는 공연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불청객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려 객석은 거의 비어 있었고, 영상을 통해 공연을 관람한 숫자가 상상을 초월했다고 한다. 비대면 공연이어서 객석으로부터의 추임새는 기대할 수 없었지만, 평소의 연습 그 자체로 공연은 만족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방영기는 어려서부터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좋아했다. 점점 자라나면서 민속 소리에도 관심이 많아 서울, 경기지방의 전통적인 소리를 유명 소리꾼들에게 배우고 익혀 온 사람이다. 우리가 흔히 경기소리라고 하면, 서울ㆍ경기를 중심으로 하는 중부권 소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 지역에서 불러온 소리들을 살펴보면 대체로 느리게 부르는 <긴 잡가>나 빠르게 부르는 <휘모리 잡가>라고 하는 좌창(坐唱)이 있고, 서서 부르는 형태로는 여럿이 소고(小鼓)를 들고 대형을 만들면서 부르는 입창(立唱)의 산타령이 있다. 또한 논이나 밭에서 농사일과 관련한 농요(農謠)가 있는가 하면, 지경다지기와 같은 땅을 다지는 힘든 일을 할 때, 여러 명이 호흡을 맞추고 쉽게 할 수 있는 작업요(作業謠) 등도 있다.

 

그러나 경기소리라고 하면 경기민요를 떠 올릴 만큼 ‘아리랑’이나 ‘도라지’와 같이 누구나 슬플 때나 기쁠 때, 한두 곡은 부를 줄 아는 일반 민요가 있다. 방영기는 이와 같은 서울 경기지방의 전통적인 소리들을 모두 섭렵한 명창이다. 또한 그는 서도입창이나 민요도 배워 익힌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 가운데서도 그가 가장 많이 불러온 노래, 소위 주전공 분야라고 한다면, 선후배 동료들과 함께 평생 불러온 <선소리 산타령>이 될 것이다.

 

산타령은 놀량, 앞산타령, 뒷산타령, 잦은산타령 등이 기본 구성이고 그 뒤를 이어 개고리타령이나 방아타령 등, 흥취를 돋우는 노래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의 소리인생 50돌을 맞이하면서 특별히 마련한 무대에서도 그는 제일 먼저 제1곡 ‘놀량’을 독창으로 불렀는데, 활달하고 시원시원한 목구성이 선소리꾼으로의 공력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무대였다.

 

 

산타령에 이어 한수연 외 4명이 나와 ‘화관무’를 보여주었고, ‘나나니타령’이라는 민요도 합창으로 소개하였으며 박준영의 ‘배뱅이굿’도 특별출연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어진 종목은 서도지방의 산타령을 10여 명의 출연자와 함께 연창한 것이다. 경기와 서도의 산타령이 연행형태는 비슷하나 음악적 분위기는 서도 다르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에 이어지는 순서는 이호연 명창의 특별출연 순서로 노랫가락과 창부타령이 이어졌고, 승무의 찬조출연도 소개되었다.

 

방영기 외에 이향우, 심섬영, 김복심, 정점순, 장수희, 김희복, 홍주연, 등 성남의 대표적인 경기명창들이 출연하여 ‘풍년가’, ‘방아타령’, ‘사설방아타령’, ‘잦은방아타령’을 신명나게 불러 무대를 달군 뒤에, 서도민요의 대표적인 ‘긴난봉가’, ‘잦은 난봉가’, ‘사설난봉가’ 등을 방영기 외에 이현정, 민명옥, 강미경의 목소리로 감상할 수 있었다. 경기지방의 대표적인 흥겨운 민요와 서도의 대표적인 난봉가 류의 민요를 비교하며 감상하는 사이, 벌써 마지막 순서가 되었다.

 

마지막은 지경다지기 소리, 즉 집터를 다지며 부르는 소리였다. 이 소리는 성남시 향토문화재 제15호로 지정되어 있는 <이무술 집터다지는 소리>로 성남지역에 전승되고 있는 지경다지기를 무대화하여 시연한 것이다.

 

 

이 작품은 방영기 명창이 발굴한 작품인데 ‘이무술’은 현 성남시 분당구 이매동(二梅洞)의 옛 이름으로 이 지역에 전승되고 있는 향토색이 짙은 민속놀이의 하나다.

 

특히 이 소리는 여러 일꾼이 장단에 맞추어 큰 돌을 높이 들었다, 놓았다 하며 땅을 다지는 작업을 하며 부르는 소리다. 중노동의 힘든 과정을 잊을 수도 있고, 작업성과를 올릴 수 있는 효과가 있는 소리로, 경기 중부지역의 음악적 토리와 특색 있는 선율이 그 값어치를 높이고 있는 소리제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