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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이쁜 이름의 다리가 많아 더 이쁜...

깨끗한 물에다 편안한 천변풍경의 폭포동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110]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선생님은 어디 사세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은평 뉴타운 4단지라고 하면서 꼭 폭포동이란 이름을 빼지 않고 말해준다. 요즘 도로이름 주소로 치면 나올 수 없는, 그렇다고 예전 지번 주소로 쳐봐도 나오지 않는데 버스정류장 이름이 폭포동이다. 속칭이다.

 

 

 

이 동네로 이사 오면서도 ‘아니 무슨 동네 이름이 폭포동이 있나?’, ‘폭포가 동네 한가운데에 있나?’, ‘은평경찰서 앞 다리를 건너다보면 오른쪽에 인공 암벽이 보이던데 그걸 보고 폭포동이라고 하나?’ ... 등등 나 자신 궁금했다. 그런데 폭포동이라고 할 때의 '동'이란 말은 한자로 쓰면 洞인데 그 글자는 요즈음에는 행정구역의 기초단위로 쓰는 것이 보편화되었지만 그것 이전에 '골짜기'라는 뜻이 들어있다.

 

최근에 종로구 옥인동의 인왕산 자락의 골짜기를 수성동이라고 하는 곳이 있는데, 한자로 쓰면 水聲洞(수성동)이라고 되어 있다. 예전에 이 일대에 비가 좀 오면 그 골짜기를 흐르는 물소리가 엄청 크고 멋이 있어 사람들이 '큰 물소리가 들리는 골짜기'라는 뜻으로 그렇게 썼고 겸재 정선이 이 골짜기를 그림으로 남긴 것이 있어 최근에 그 그림에 나오는 돌다리를 중심으로 계곡을 다시 복원해놓은 바가 있다.

 

우리 동네의 폭포동이란 글자도 '폭포가 흘러내리는 골짜기'라는 뜻으로 붙인 이름이다. 실제로 북한산 향로봉의 서쪽 암벽 바위 위아래로 홈이 파여있는데 한여름 큰비가 내리면 그 사이로 폭포가 쏟아져 내려 장관을 이룬다.

 

 

그 폭포동의 물줄기가 거의 평지로 와 닿은 곳에서부터 시작된 물길이 구파발역을 지나는 약 2,6킬로미터를 흘러내려 창릉천으로 들어가는데 이 작은 개울은 구민들의 공모에 의해 구파발천이란 이름을 부여받고 있다.​

 

그런데 이 구파발천에 멋진 우리말 이름이 붙은 10개가 넘는 다리가 있다는 것 아시려나 모르겠다. 폭포동의 물줄기가 선림사 앞으로 돌아 내려가면서 첫 번째 다리를 만나는데 다리 이름이 "밥할머니 다리"다.

 

 

원래 밥할머니의 전설이 있는 곳은 지금 삼송리 스타필드 근처인 창릉의 모퉁이 공원에 머리가 없는 석조 약사여래상으로 전해지던 것을 공원화하면서 머리도 얹힌 상태로 있다.


 

 

임진왜란 때 의병들에게 밥을 해 먹이면서 이들을 이끈 할머니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그런 밥할머니의 이름이 이 구파발천 맨 상류 다리에 붙어 기려지고 있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개천을 따라 내려가면서 이렇게 이름이 붙어있다​

 

폭포동교

메뚜기 다리,

반딧불이 다리,

만남의 다리,

새버들잎다리, 하늬버들잎 다리,

구파발역에 거의 다 와서는 진관교, 구파발교 다음에

옥방아 다리가 각각 있다.​

 

그리고 구파발역을 연결하는 옥방아다리 다음으로

금방아다리, 탑동교, 금란교, 옥란교, 은평지문교를 거쳐

구파발천은 창릉천에 합류한다. 거기까지 다리가 모두 15개가 넘는다.

 

 

메뚜기 다리는 다리 모양을 메뚜기처럼 만들어놓은 것이다. 다리에 메뚜기가 각각 양쪽에 있고, 그 위에 강철재로 메뚜기의 다리를 상징하는 철구조물이 있다.

 

 

새버들잎 다리와 하늬 버들잎 다리는 봄을 뜻하는 하늬라는 말에서 보듯 봄에 새로 나온 버들잎 모양의 무지개 모양의 아치 구조물이 있다. 둘 다 버들잎을 형상화했지만 새버들입 다리가 활처럼 솟은 철구조물을 받치는 수직 기둥이 더 작다. 새잎이 봄을 따라 더 굵어지는 것을 상징하고 있다. 아무튼 약 2킬로 정도의 하천을 따라 이런 아름다운 이름의 다리들이 있어서 주민들에게는 사랑을 받고 있지만, 외지에서 온 일반 시민들이나 등산객들은 잘 모르는 것 같다.

 

아쉬운 것은, 원래 이 하천은 평평한 땅에서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이었는데 신도시를 조성하면서 사방공사를 해서 양안에 돌로 벽을 쌓고 그 안으로 물길을 내다보니 인공적인 느낌이 강하다는 것이다. 사실 서울 시내 어디를 봐도 이렇게 산에서 바로 밑으로 흐르는 물길이 많지 않은데 이 물길을 조금 더 자연스럽게 만들어 옛사람들이 즐기던 방식을 따라 9곡(九谷)으로 만들고 거기에 이름을 붙여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도산구곡, 화양구곡 등등 작은 물길이라도 골짜기 이름을 붙인 정취를 맛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인 셈이다.

 

 

그렇더라도 이 구파발천은 은평뉴타운을 사는 주민들에게는 큰 역할을 한다. 일부터 이곳을 따라 출퇴근을 하며 운동을 하시는 분들이 많고 산책을 하다 보면 이 물길을 따라 오리들이 가족으로 다니고 작은 왜가리도 날아오고 해서 서울이란 대도시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푸른 전원, 산골 같은 분위기를 느끼고 즐길 수 있다. 그래서 북한산을 오르는 분들은 구파발역에서부터 일부러 걸어서 올라오곤 한다.

 

 

 

사실 요즈음에는 구청별로 구역에 있는 하천유역을 잘 정비해서 어디건 산책하고 운동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잘 활용되고 있기는 한데, 그래도 이렇게 산에서부터 바로 내려오는 깨끗한 물에다 편안한 천변풍경을 즐길 수 있는 곳은 사실 여기 이 동네 밖에는 않다는 데서, 이 동네 주민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 거기에 구청에서도 나름대로 은평구의 상징적인 생태환경구역으로 나름으로 관리를 잘하고 있고 또 주민들도 다 협조를 잘하기에 이런 깨끗한 환경이 유지되고 있다는 생각도 해본다. 아름다운 다리에 아름다운 우리말 이름이 많아서 더욱 이쁘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