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5 (일)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벽파국악대제전서 대상 받고 싶은 꿈 이뤄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560]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제7회 벽파전국국악제전에서 ‘초한가(楚漢歌)’를 불러 영예의 대상을 받은 최은서 교사는 현재 서울 <한성여중>의 과학교사로 20여년 전부터 다양한 장르의 국악을 배워 왔다. 초한가는 서도지방의 유명한 좌창으로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와 항우의 싸움 이야기가 중심이며 가락은 서도 지역의 치켜 떠는 요성(搖聲)이 일품인 소리다. 이렇게 ‘초한가(楚漢歌)’를 불러 대상을 받을 정도로 학교의 선생님이 국악에 심취하게 되면 학교의 문화는 자연스럽게 바뀌어 간.

 

그가 근무하고 있는 한성여중에서는 올해 가야금병창 동아리를 하나 더 만들었다고 한다. 국악 전공의 예술강사와 일반 교사가 협업하면 쉽게 동아리 활동이 확대됨에도, 학교 현장은 동아리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국악동아리 활동을 통해 유대관계가 형성되면서 정체성에 대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게 되는데도 말이다. 그가 가끔 들려준다는 이야기 한 토막이다.

 

“우리 민족이 다른 민족에 견줘 우월한 분야가 하나둘이 아니겠지만, 저는 <노래>도 그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세계에서 노래를 가장 사랑하고, 또한 잘하는 민족으로 알려져 있는데, 무엇보다도 BTS가 이를 증명하고 있지요. 또한 10미터가 멀다 하고 열려 있는 노래방이 있다는 점도 그렇고, 젓가락 장단에 노래가 흘러나오는 직장의 뒤풀이 노래 문화가 그 증거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일까? 노래하는 민족! 그 우월한 유전자가 만든 노래가 바로 우리 민요이며 전통음악일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의 노래를 일러 민족의 정체성이며 자긍심이라고 생각한다. 최 교사는 학교를 떠날 때까지 학생들이 국악을 더욱 사랑하고 자부심을 품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힘을 주며 목소리를 높인다. 열정이 대단하다. 그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기로 한다.

 

서; 국악 교육에 대한 열정이 전문가 수준 이상이네요. 대단합니다. 해외에 나가보면 전통음악의 존재를 새삼 확인할 수 있거든요. 관련하여 혹 재미있는 경험을 한 적이 있나요?

최; 네, 2년 전에 서울시 교육청 학습 연구년 연구교사로 선발되어 덴마크와 스웨덴의 학교를 방문하고 왔는데, 아주 인상적인 장면이 잊혀지 않아 소개하고 싶습니다. 덴마크 자유학교라는 곳에서 우리의 아침조회와 비슷한 의식인 ‘모닝어셈블리’에 학생들이 다 모이면 마치, 교회의 찬송가처럼 생긴 음악책을 펴고 신나게 율동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하루를 시작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노래가 요새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적어도 200여 년 정도 오래된 노래라는 것입니다. 우리로 보면 조회 때 전교생이 모여 날마다 다양한 민요를 재미나게 부른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상상도 못 해본 일입니다. 가사에는 덴마크의 역사와 사상이 담겨 있는데,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습득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교육활동이라고 소개하지요.

 

우리의 현실과 비교해 볼 때, 매우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우리의 음악시간에는 민요창보다는 서양식 노래를 주로 배우고 있지 않습니까? 음악선생님 대부분이 서양음악을 전공한 분들이어서 교과서에 국악을 50% 이상 실어도 학생들이 국악을 멀게만 느끼고 있는 것은 왜 그럴까요? 이러한 결과가 학생들의 잘못일까요?. 음악교사를 임용할 때 적어도 국악 전공교사가 50%는 되어야 이런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서; 과학담당 선생님이 아니라 마치, 국악을 전공한 선생님 이상으로 노래며 전통음악에 관한 관심이 대단하십니다. 학생들에게 국악을 지도하면서 동료 교사들, 그리고 학부모의 반응도 살펴보았나요?.

최; 동료들은 저를 부러워합니다. 100세 인생이라고 하는데, 정년하고 나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고민도 하고 준비도 하는 나이가 되는데, 그런 뜻에서 부럽다고 하는 것이죠. 특히 외부에서 제가 공연을 하게 될 때, 학생들이 입장권을 구하려고 교무실에 줄을 선다든지, 또는 부모님들이 함께 공연장에 같이 오시는 게 그렇게 좋을 수 없습니다. 제가 국악을 좋아한다고 해서 저의 교과수업이나 아이들의 상담 활동 등을 소홀히 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거꾸로 교실’이라는 교육프로그램에 연구하는 미래교육 네트워크 선생님들과도 교류하고 있고, 아이들 상담 기술을 배우러 주기적으로 타지에 나가 1박 2일씩 상담에 관한 훈련을 받기도 하는 등, 나름대로 교사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서;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최; 실기뿐만 아니라 이론까지 겸비하고 싶어, 현재 단국대학교 대학원 국악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특히 제 전공이 되어버린 서도 소리극인 <배뱅이굿>을 이론적으로도 가장 잘 알고 있는 실기인이 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서; 서도소리는 대동강물을 맛본 사람들이어야 제대로 부를 수 있는 소리라고 하지요. 그만큼 묘한 성음과 독특한 요성(搖聲)이 매력적이어서 어려운 소리일텐데?

최; 그래서 서도소리를 더욱 서도소리답게 부르고 싶은 것입니다. 스승님들의 발뒤꿈치라도 따라갈 수 있도록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벽파국악대제전을 1회 때부터 출전하였지요. 탈락하고 도전하기를 반복하는 과정이 저에게는 큰 학습이 되었습니다. 자꾸 떨어지니 오기가 생겨 다른 대회보다도 ‘꼭 벽파 이창배 선생님 이름을 걸고 있는 대회에서 1등을 하고 싶었습니다. 올해는 운 좋게도 저에게 대상이라는 영예가 와서 매우 감사한 마음입니다. 세심하고 꼼꼼히 지도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김경배 선생님과 객석에서 함께 떠셨던 이건자 선생님, 그리고 대학원의 지도교수 유지숙 선생님께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