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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이건자 명창의 제9회 발표회 ‘선녀와 놀량’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563]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서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임진의 <소리 한마당> 이야기를 하였다. 오래전부터 서울을 올라다니며 당대 이름을 날리던 박태여, 이호연. 묵계월, 최근에는 최창남 명창에게 소리를 다듬고 있다는 이야기, 그의 ‘목청이 좋다’, ‘발림이 좋다’라는 평가는 공력(功力)이 남다르다는 표현이란 점, 비인기 종목의 어려운 민속가(民俗歌)들을 섭렵하고, 그 소리들을 제자들에게 전해 주면서 그간의 공력을 펼쳐 보인 발표공연은 성공적이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번 주에는 국가무형문화재 선소리 <산타령>의 전승교육사, 이건자(李建子) 명창의 발표회 이야기로 이어간다.

 

이건자 명창은 20여 년 전, 서울 성북구에 사설 국악원을 개설, 운영해 오면서 <산타령 보존회>의 정례발표, 나라 안팎 발표공연, 전승활동, 지역활동, 봉사활동, 경연심사 등에 참여하면서 국악원 및 개인발표회 8회를 기록하고 있다. 요령이나 변통을 모르는 이 명창으로서는 국악원 운영에 흰 머리가 많이 늘었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근래 모두가 힘들어하는 코로나 정국에서도 그는 제자들과 함께 제9회 이건자 발표회를 열어 화제를 뿌리고 있다. 그의 초청의 말부터 들어 본다.

 

“2003년 성북구에 국악원을 개설하고 오늘로 9번째 발표회를 열게 되었습니다. 성북구에는 옥녀봉과 관련된 전설로 한 옥녀가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 셋과 노닐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습니다. 그 의미를 담아 이번 발표회의 명칭은 ‘선녀와 놀량’으로 정해 보았습니다. 놀량은 산타령의 첫 곡 이름이지요. 기획 당시에는 삼선교의 분수마루에서 청소년과 마을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대동(大同)의 한마당을 생각하였으나, 코로나 정국이 이를 허락하지 않아 성북구청 대강당에서 행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의 이 행사가 성사되도록 여러모로 관심을 두고 도와주신 구청장님과 관계자 여러분께도 뜨거운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이 행사를 함께 준비한 고마운 국악원 식구들, 여러 날 고생 많으셨습니다. 멋진 무대를 만들어 일상의 회복을 기다리는 서울 시민들과 성북구민들께 희망의 메시지를 저와 함께 전해 주시기 바랍니다.“

 

 

알려진 바와 같이, 이건자 명창은 산타령뿐 아니라, 경서도 민요로, 국악계에서는 그 뛰어난 실기의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실기능력보다도 순수하면서 진실한 마음가짐을 지닌 명창이며 지극 정성으로 선배, 선생을 대하고 자신을 낮추는 겸손으로 유명한 소리꾼이라고 알려졌다.

 

무엇보다도 공부의 기회를 놓쳐 검정고시로 중 고등학교를 입학하고, 대학을 다녔으며, 만학도로 대학원을 졸업할 정도의 학구열이 높은 소리꾼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그를 만나 대화를 나누어보면 노래 실기는 물론, 이론을 겸비한 사람으로 이 분야 후학들에게 모범을 보이는 명창임을 확인하게 된다.

 

지난 공연의 표제는 <선녀와 놀량>이었다. 선녀는 하늘의 아름다운 여인이 지상의 높은 산으로 내려오는 신선한 대상이고, 놀량은 산타령의 첫 곡으로 상청의 가락이 불규칙적인 운율로 이어지는 가락이어서 마치 선녀가 부르는 노래처럼 생각되어 재미와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우리가 그동안 들어 온 선녀와 관련된 이야기는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잠시 예부터 전해오는 그 이야기의 줄거리를 짚어 보기로 한다.

 

아주 오랜 옛날 옛적이다. 경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금강산 기슭에서 홀어머니를 모시고 가난하게 살던 나무꾼이 있었는데, 어느 날 산에서 나무를 하던 중, 사냥꾼에게 쫓기던 사슴이 달려와 숨겨 달라고 애원을 해서 나무꾼은 망설이지도 않고 모아 놓은 나무속으로 사슴을 숨겨 주고, 사냥꾼을 다른 곳으로 따돌려 보냈다.

 

간신히 목숨을 보전한 사슴은 그 보답으로 하늘의 선녀를 아내로 맞이할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 방법이란 언제, 어느 곳으로 가면 하늘에서 예쁜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하는데, 그 가운데 한 선녀의 날개옷을 감추게 되면 하늘나라로 되돌아가지 못하는 선녀를 아내로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사슴은 한 가지 조건을 제시해 주며 자리를 떠나갔다. 그것은 “아이 셋을 낳을 때까지는 절대로 날개옷을 되돌려주지 말라”는 당부였다.

 

가난한 나무꾼은 사슴이 일러 준 대로 선녀들이 목욕하는 곳으로 가서 한 선녀의 날개옷을 감추었고, 그래서 하늘나라로 되돌아가지 못한 선녀를 아내로 맞이하는 데 성공한다. 이렇게 해서 첫째, 둘째 아이도 낳아 한동안 재미있는 세월이 흘렀다. 그러던 어느 날이다.

 

선녀를 너무나도 사랑한 나무꾼은 사슴의 당부를 잊고, 선녀에게 날개옷을 보여 주면서 선녀와 결혼하게 된 지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선녀가 날개옷을 입어보는 순간, 잊고 살던 하늘나라의 그리움이 왈칵 쏟아져 두 아이를 안은 채, 하늘나라로 날아오르는 것이 아닌가! 날아가는 선녀를 아무리 불러 보았지만, 나무꾼의 외침은 허공의 메아리가 되어 울릴 뿐, 되돌아올 수 없었던 선녀는 그대로 하늘나라로 올라가 버렸다는 이야기가 <나무꾼과 선녀>의 대강이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