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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들판으로 날아가는 ‘이복누이’ 같은 꽃

주장성, <민들레>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90]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민들레

 

                               - 주장성

 

       낮은 곳에 피었다가

       시들어 허물어지지 않고

       둥근 홀씨로 다시 피어

       바람 부는 날

       먼 들판으로 날아가는

       이복누이 같은 꽃

 

 

 

 

 

밭이나 공터처럼 볕이 잘 드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굳은 뿌리를 내리는 여러해살이풀 민들레. 민들레는 봄에 피지만,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꽃일뿐더러 봄을 수놓는 화려한 꽃들에 밀려 두드러지지 않는다. 매화나 벚꽃처럼 화려하지도, 유채꽃처럼 옹기종기 모여 봄의 색을 내지도 않는 민들레. 하지만, 우리 겨레와 오래 같이했고, 싱그러운 향이 나는 소박한 꽃이다.

 

민들레는 기관지 개선, 항염 작용, 면역력 증가, 항암 효과, 위장 건강, 성인병 예방, 염증 완화, 당뇨 예방, 간 해독, 눈 건강 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약재로 많이 쓰인다. 하지만, 민들레는 쓴맛이 강해 호불호가 있는 음식이라고 하며, 민들레의 쓴맛을 줄여주는 방법으로는 끓는 물에 민들레를 살짝 데친 뒤에 찬물에 담가서 쓴맛을 없앤 뒤에 쓰면 좋다고 한다. 특히 민들레는 성질이 차고 독성이 없어서 열이 많은 사람에게는 좋지만, 장이 약하거나 몸이 찬 사람에게는 복통이나 설사의 위험이 있어서 주의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여기 주장성 시인은 “바람 부는 날 / 먼 들판으로 날아가는 / 이복누이 같은 꽃”이라고 민들레를 노래한다. ‘이복누이’라면 임권택 감독이 찍은 100번째 영화 <천년학>의 ‘송화’가 떠오른다. 마음속의 연인 송화(오정해 분)를 누나라고 불러야 하는 ‘동호’(조재현 분)의 가슴 아픈 이야기가 <천년학>이다. 유랑극단 여배우 ‘단심’의 유혹에 흔들린 동호 소식에 충격을 받아 모습을 감춘 ‘송화’는 바로 이복누이다. 주장성 시인은 민들레에서 동호가 바라본 ‘송화’ 곧 이복누이를 떠올렸을까?

 

참고로 박미경이 부른 ‘민들레 홀씨 되어’란 노래 때문에 사람들은 민들레가 홀씨로 씨앗을 퍼뜨리는 줄 안다. 하지만 정작 민들레와 홀씨는 눈곱만큼도 관련이 없단다. 민들레꽃이 진 뒤에 생기는 ‘하얀 털 뭉치’는 씨앗들이 엉켜 있는 것으로. 이는 홀씨가 아니라 ‘상투털’과 ‘갓털’이 맞는 이름이라는 것이다. 다만 노래 제목을 ‘민들레 상투털 되어’로 하기는 영 아니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