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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마늘로 복더위를 이기려는데

마늘, 톈산산맥에서 우리 겨레에게 전해져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158]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요즈음 텔레비전 방송에서 많은 사람에게 인기 있는 스페인식 새우요리가 있는데 한 번 만들어주겠다는 우리집 안주인의 제의가 있었다. 기대를 잔뜩 하고 어떻게 만드나 지켜보니, 냉장고에서 새우살을 꺼내어 해동하는 것은 기본이지만 우선 생마늘을 그것도 거의 한 접시나 될 듯한 양의 마늘을 조각을 내어 프라이팬에서 올리브기름으로 서서히 익혀내고는 거기에 새우를 넣어 볶는다. 요리 이름이 감바스 알 아히요(스페인어: gambas al ajillo) 또는 감바스(gambas)란다. 말하자면 마늘 새우볶음인 셈인데, 맛은 그런대로 좋았다.

 

이 과정을 보면서 서양요리에 이렇게 많은 마늘을 한꺼번에 넣는 것을 처음 본 셈이어서, 나의 상식이 우르르 무너지는 경험을 했다. 서양 사람들이 마늘을 잘 안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처럼 한꺼번에 많은 마늘을 넣어 요리를 만든단 말인가? 며칠 전 중복 때 삼계탕을 먹으면서 닭고기 안에 놓은 마늘, 그리고 별도로 나온 접시에서 마늘 조각을 집어 고추장에 찍어 먹는 등 우리는 마늘을 꽤나 먹는다고 생각했는데 우리보다 더 많이 마늘을 먹고 있었단 뜻이 된다. ​

 

우리 겨레는 단군 신화에서 곰이 마늘이랑 쑥을 100일 동안 먹어서 웅녀가 됐다는 것에서 보듯, 마늘은 강한 냄새로 나쁜 균 같은 것들을 쫓아내어 우리 겨레에게 건강과 힘을 주는 가장 핵심적인 식재료로 여겨져 왔고, 이웃 중국이나 일본이 마늘을 주재료로 잘 쓰지 않는데 견주어, 우리는 마늘이 들어가는 요리가 많은 것이 사실인데, 아니 지중해의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요리에서도 그렇게 마늘을 즐겨 쓴단 밀인가?​

 

이런 궁금증이 생겨 문득 마늘의 원산지를 알아보니 일반적으로 마늘의 원산지는 이집트로 알려져 있고, 기원전 2천500년 무렵의 이집트 고왕조 시대에 지중해 지역으로 퍼진 것으로 알려졌기에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등 지중해 지역에서 마늘을 많이 먹는 현상을 이해할 수 있겠다. 그런데 최근의 유전자 연구가 발달하면서 야생 마늘의 기원이 지금으로부터 5천년~6천 년 사이에 중앙아시아, 구체적으로는 톈산산맥이라는 새로운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한다. 요즘 개념으로 보면 중국과 키르키지스탄, 투르크메니아 일대쯤 되는 곳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먹었던 마늘은 이 중앙아시아 원산의 마늘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야생마늘이 재배되면서 어쩌면 중국을 건너뛰고 우리나라에 전해졌을 가능성도 있다. 우리가 단군신화에서 마늘을 신령스러운 약초로 숭상하는데 견줘(유럽에서도 마늘은 퇴마의 능력을 갖춘 신령스러운 존재로 인식된다고 한다), 중국의 그 어떤 신화에도 마늘이 신령스러운 약초로 언급되지 않고 있고(물론 음식에 많이 들어가기는 한다), 특히 일본에서는 마늘은 금기사항이란다.(마늘을 지금도 ‘人肉-사람고기’라 쓰고 닌니꾸라고 부름) 이것은 마늘을 신령스러운 약초로 생각했던 집단은 중국과 일본과는 다른 집단이라는 뜻이 된다.

 

그런데 언어학자들에 따르면 마늘은 원시 알타이어에서는 '메늘'이라고 했는데 몽고어에서는 '망기르', 혹은 '망기나'. 퉁구스어로는 '멩구' 일본의 고대어에서는 '미라'라고 했다는 것이어서, 마늘을 '마늘'이라고 발음하는 나라는 딱 우리나라와 알타이어 둘뿐이란 이야기이고, 그것은 마늘이 몽고로부터 우리에게 전해진 것이 아니고 고대 알타이어를 쓰던 사람들에 의해 직접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전해졌다는 뜻이 된다. 그야말로 마늘이 우리 겨레와 맺은 인연은 특별한 뜻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다만 1870년에 조선에서 나온 《명물기략(名物紀略)》이란 책에는 '맛이 매우 날(辣, 맵다)하다 하여 맹랄(猛辣)이라 부르던 것이 마늘이 되었다'라고 한다는데, 이것은 우리말의 어원을 중국어에서 애써 찾으려 한 데서 나온 것이 아닌가 분석해본다.)

 

이렇게 마늘이란 식물 하나의 이름을 통해서도 우리 겨레가 어디서 왔는지를 파악하는 단서를 찾기도 한다. 다만 이때의 마늘이 지금의 마늘인지, 아니면 파미르고원의 이름에서 보이는 '파'를 중국인들이 우리의 파를 뜻하는 '총(蔥)'으로 번역해서 쓰는 것에서 보듯, 파미르고원 일대에 예로부터 많이 자생하던 '파(蔥)'가 우리나라에 파란 이름을 달고 전해졌을 가능성이 있는데, 이때 이것이 마늘인지, 파인지. 혹은 비슷하게 생긴 달래인지, 명이나물인지 등에 대해서는 이설이 있는 것 같다.

 

그렇더라도 마늘이 되건 파가 되건 톈산산맥과 알타이지방에 살던 사람들이 쓰던 말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그것들이 일단의 사람들에 의해 우리 겨레에게까지 전해졌다는 특별한 사실을 증언해주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런 옛이야기야 아득한 이야기이니 정확하게 규명되는 것도 아니고 또 꼭 규명해야 할 것도 아니라고 보이지만, 단군 신화에도 등장하듯이 ‘마늘’은 1인당 연간 소비량 기준으로 한국인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져 있고, 맵싸하고 칼칼한 한식의 매운맛 바탕에는 이 한국의 전통 마늘이 있었는데, 최근 우리가 먹는 마늘이 예전 조선시대 이전에 먹던 마늘과는 다른 종자라는 것이 재미있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국내에서 생산된 마늘의 50.4%는 ‘대서종’이라는, 스페인에서 수입된 품종으로 토종 마늘에 견줘 매운맛이 덜하고 단맛이 강한 것이고, 우리가 흔히 ‘육쪽마늘’로 부르는 토종 마늘의 비율은 14.2%에 그치고 있단다. 매운맛이 부담스러워 어느새 덜 매운 서양 마늘을 들여와 키우고 먹고 있다는 것이다.

 

대서종이 국내에 도입된 것은 1980년대였다고 한다. 재배가 쉽고 생산성이 높아서였지만, 마늘 특유의 매운맛이 약해 '장아찌용 마늘’로 불리며 홀대를 받았다. 그러다 2000년대 중반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대서종 재배 비율은 2011년 30%를 웃돌았고 2020년에 50%를 넘어섰고 2021년에는 60%에 이른 것으로 예측되었다. 이것은 2030세대의 입맛이 이전 세대와 달라지면서 한국인의 매운맛 사랑이 이전보다 줄어들었다는 뜻이 된다.

 

마늘만이 아니라 양파ㆍ고추 등에서도 매운맛 선호가 덜해졌다고 한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양파의 경우 수분 함량이 높아 덜 매운 조생(早生)종의 재배면적이 매년 늘고 있고, 더 매운편인 만생(晩生)종은 재배면적이 줄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고추도 ‘아삭이고추’, ‘오이고추’ 등으로 불리는 ‘길상’ 품종(27%) 재배가 지난해 처음으로 일반 품종(24%)을 앞질렀다.

 

 

이것은 무슨 뜻일까? 젊은 소비층의 식문화와 소비 성향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한식 대신 파스타 등 서양요리를 하는 경우가 늘다 보니 이때는 스페인종 마늘을 쓰는 것이 더 어울릴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마늘을 통째로 사는 비율은 줄어드는 반면, 깐마늘 소비는 증가하고 있는데, 이것도 “마늘을 까놓으면 스페인종이 더 하얗고 뽀얀 느낌이 들어 젊은층이 선호한다”라는 연구관들의 분석처럼 젊은층으로 갈수록 아주 맵거나 자극적인 맛을 꺼린다는 대중적인 현상을 말해주고 있다고 하겠다. ​

 

이런 현상을 다르게 설명하면 그만큼 우리들의 삶의 수준이 여유로워지면서 예전처럼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 온갖 고생을 이기고 악착같이 노력하는 분위기가 희박해져 가고 편하고 부드럽게 세상도 살고 음식도 그런 식으로 즐긴다는 말이 되겠다. 그만큼 우리들의 성정(性情)에도 매운맛이 덜해지고 있고, 고생을 이긴다는 마음이나 자세가 엷어진다는 말이 되기에 어찌보면 우리들의 장래에 대한 일말의 걱정이 되기도 한다. ​

 

복더위에 너무 더워 정신이 희미해진 탓일까? 마늘 이야기를 한참 하다 보니 더위에 지쳐서인지 정신이 조금 희미해진 것 같다. 이럴 때는 삼계탕도 아주 완전히 푹 고아서 마늘, 인삼과 같이 잘 먹으면 보양도 되고 더위도 이길 수 있으련만 어찌해서인지, 복날 한여름 철에 닭값이 더 높아지고 비싸져서 여름 보양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차라리 감바스 식으로 마늘을 엄청나게 깔고 새우볶음을 해 먹는 것이 더 나은가? ​

 

마늘이라도 좀 매운 것이 있으면 좋으련만 덜 매운 맛의 마늘이 돌아다닌다고 하니, 이 여름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우리 겨레 힘의 원천이었던 마늘의 도움도 제대로 받지 못할 것이라는 쓸데없는(?) 걱정이 생기기도 한다. 무더위가 지속되니 말하는 것도 조금은 앞뒤에 안 맞고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은데, 무더위엔 장사가 없다니까 이런 마늘이야기도 머리의 신경을 곤두세우고 정색을 하고 들으려 하지 마시고 편하게 쉬면서 그저 무더위를 넘기는 이야기의 하나로 듣고 마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