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라에서 발매된 “한국의 범종”이라는 녹음테이프가 있습니다. 그 속에는 물론
에밀레종 곧 성덕대왕신종이 있습니다. 무게가 무려 22톤이나 되는 에밀레종의
종소리는 다른 종과 견줄 수 없을 만큼 웅장하고 깊으며, 그 아름다운 울림이 오래
갑니다. 그런데 이 에밀레종의 주조와 관련된 애틋한 전설이 있지요. 만들 때
아이를 끓는 쇳물 속에 넣었고, 그래서 “에밀레”하고 소리가 난다는 것입니다. 정말
아이를 넣었을까요?
하지만, 경주박물관이 종합학술조사를 한 결과 에밀레종에서는 인(燐) 성분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주조 당시 아이를 넣었다.”는 그저 전설에 불과한
것임이 증명되었습니다. 다만, 그것은 에밀레종을 만들 때의 어려움과 만든 이들의
정성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를 넣었다는 것이 전설이라
해서 에밀레종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은 아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