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우리나라 법 가운데는 <국어기본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2005년 1월 27일 법률 제7368호로 제정된 이 법은 “국어의 발전과 보전의 기반을 마련하여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을 향상하고 민족문화 발전에 이바지할 목적으로 제정했다.”라고 합니다. 이 법의 중심에는 제14조 제1호 “공공기관 등의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은 공문서뿐만 아니라 홍보물도 한글로만 작성하여야만 합니다.
하지만, 정부, 지방자치단체와 이에 소속된 기관들은 한글에 영어와 한자를 섞어 쓰는 것을 넘어서서 영어와 한자를 주인처럼 쓰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국립국악원은 프로젝트 이름을‘Gugak in 人’으로 썼고, 국립무형유산원은 특별전을 열면서 이름을 '함께 EAT다'라고 썼습니다. 이는 영어나 한자를 써서 유식한 체하려는 것인 모양인데 이렇게 썼다고 그들을 유식하게 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또한 영어와 한자를 섞어 이상한 표기법을 만들어 국민에게 내보이는 것은 ‘우리말을 살려 쓰자는 뜻’에도 역행하는 노릇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떤 이들은 한자나 영어를 쓰지 않으면 말의 뜻을 잘 알 수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쉬운 토박이말 위주로 글을 쓴다면 굳이 한자가 필요 없습니다. 예를 들면 “변제(辨濟)”라는 한자말 대신 “빚을 갚음”이라는 우리말을 쓰면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가수라는 말을 버리고 ‘musician’이나 ‘artist’를 쓰면 유식해 보이는 것일까요? 이처럼 어렵게 자기들만의 언어로 써야만 자신들의 몫이 줄어드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비록 홍보전단 하나 만들더라도 580년 전 훈민정음을 만들었던 세종임금의 ‘백성사랑’을 살릴 줄 아는 겨레였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