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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이경아 명창, <심청가> 완창 발표회 열다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625]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까지는 춘천(春川)지역에서 30여 년 이상, 전통 민요를 발굴하고, 보존ㆍ보급해 온 이유라 명창의 이야기를 하였다. 춘천의 민속 소리제(制)는 일부 경(京)토리가 가미된 메나리조 중심이며, 대표적인 민속가로는 <노동요> <상엿소리> <아리랑> 류를 꼽는다는 점, 1960년대에는 <춘천국악회>를 비롯해 <한국국악협회 강원지부> <강원국악연구원> 등이 설립되어, 강습활동이 전개되었으나 민요창은 강사 확보가 늦어지고 있다가 고 안비취 명창에 의해 이유라가 춘천과 인연을 맺고 활동을 전개하였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유라 감독은 <춘천국악원>, <강원소리진흥회> 등을 설립, 강원도 소리의 발굴, 채록, 연구 등을 계속해 오면서 소리극에 관심을 갖고 이를 새롭게 무대에 올리며 국악의 확산운동을 펼쳐왔다는 점도 이야기하였다.

 

이번 주에는 지난 4월 15일, 인천 무형문화재 회관에서 있었던 젊은 판소리꾼 이경아의 <동초제 심청가> 완창(完唱) 공연을 소개해 보기로 하겠다. 완창이란 고수의 장단에 맞추어 창자가 심청가나 춘향가와 같은 긴소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부르는 공연형태를 말한다. 시간은 약 4시간 30분에 걸쳐 진행되었다.

 

 

흔히 판소리나, 또는 정가, 민요창을 잘 불러 듣는 이를 감동시키는 사람을 일러 우리는 명창(名唱)이라 부른다. 근래에는 권위 있는 전국 국악경연대회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영예의 대통령상이나 최고상 수상자가 나오면 이들을 명인, 또는 명창이라고 부르는데, 구분해서 기악의 경우는 명인, 성악의 경우는 명창이라 부르고 있다.

 

이날, 발표회의 주인공, 이경아 명창은 2년 전, 나라 안팎 권위를 자랑하는 <임방울 국악제>에 출전하여 대통령상을 받으면서 명창의 칭호를 얻은 젊은 소리꾼이다.

 

그 대회는 국창(國唱), 임방울(林芳蔚) 선생의 예술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광주(光州)시에서 열리고 있는 제전으로 국악 신인을 발굴 육성하여 국악의 저변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그러면서 문화예술의 축제로 승화해 나가는 국악제다. 특히 이 제전은 엄격한 예선의 과정을 거쳐야 하고, 심사위원의 선정방법도 투명해서 비교적 신뢰도가 높은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는 대회다.

 

이 권위 있는 대회에서 그는 동초제 심청가 가운데 ‘유언(遺言)’ 대목을 불러 대통령상을 수상, 명창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당일, 완창 발표회를 끝내고 난 뒤, 글쓴이는 이 젊은 명창과의 대화에서 <어린 시절의 환경>이야말로 그의 장래를 결정짓게 되는 주요 변곡점이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경아 명창은 어린 시절부터 소리꾼 엄마의 가락을 들으며 자랐다고 한다. 현재 <전라북도립국악원>의 창극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조영자 명창이 바로 그의 어머니이고, 전라북도 판소리 춘향가의 예능보유자 조소녀 명창이 바로 그의 이모이면서 소리 선생님이니 가족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았다는 점이, 바로 그의 오늘을 예견할 수 있는 것이다.

 

어머니나 이모가 여름 휴가철에, 제자들과 함께 여러 날, 산공부라도 가게 되면, 어린 경아 양을 맡길 만한 곳이 없어 함께 데리고 갔다는 것이다. 산속에서 어린 경아 양은 날 반복적으로 명창과 제자들이 부르는 판소리, 또는 남도의 흥겨운 민요를 보고 듣는 일 말고는 딱히 할 일이 없었다.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그저 장단에 맞추어 소고를 치며 흥겹게 놀았던 것이 결과적으로는 자연스럽게 소리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는 것이다.

 

민속음악계에 알려진 바와 같이, 이경아의 집안은 국악 가족이다. 앞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어머니는 10남매의 막내이다. 외삼촌이나 이모, 그리고 이들의 자녀들도 상당수가 국악인으로 성장하였고, 그들의 자녀들도 또한 국악을 전공해서 4촌 형제들이나, 조카들, 그리고 이들의 배우자 등 등을 모두 합하면 국악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가족과 친척의 수가 30여 명이라 알려져 있다.

 

 

현직에서 활동하고 있는 가족, 친척들이 많으므로 주위의 시선이 커질수록 집안의 명예에 흠집이 되지 않도록 경아 명창은 소리공부를 더더욱 열심히 해야 했다고 실토한다.

 

목을 쓰는 소리꾼들에게는 성대의 결절이 자주 생기곤 하는데, 경아 명창도 임방울 대회를 앞두고 성대 결절로 마음고생이 많았다고 털어놓는다. 이 질병은 소리꾼들에게는 치명적이다. 그는 치료와 휴식을 슬기롭게 조절해 가며 성대의 결절을 이겨 내었고, 자신감을 얻으면서 임방울 대회에 도전하여 꿈에 그리던 결과를 얻어냈다는 것이다.

 

극히 일부이기는 하나, 국악계에서 상 받은 사람들에게 흔히 하는 무서운 말이 있다. ‘저 친구, 상 받고 소리 줄었다.’ 또는 ‘저 사람 상 받은 거 맞아?’라는 호된 질타의 말이다. 특히, 대통령상을 받은 사람들의 소리가 조금만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사정없이 쏘아붙이는 말이다.

 

젊은 명창은 자신을 위해, 그리고 엄마를 비롯한 가족과 친척들을 위해, 그 소리 듣지 않으려고 꾸준히 노력해 왔다는 점을 강조한다. 국악가족이라는 환경이 더더욱 그녀 자신에게 채찍질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가장 열심히, 그리고 꾸준히 노력해 온 소리꾼에게 내려지는 대가(代價)가 ‘대통령상’이어서 때로는 이 상(賞)이 소리길 종착역으로 생각하기도 쉬우나, 그 앞길이 층층이란 것을 아는 사람은 현명한 소리꾼일 것이다. 그래서 그는 그 어렵다고 하는 완창의 무대를 이렇게 당당하게 열어가고 있는 것이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