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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계급 갈등 및 지주와 정치 세력의 결탁

극단 돌파구, 연극 <고목>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오는 3월 26일부터 3월 31일까지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는 연극 <고목>을 무대에 올린다.

 

함세덕이 쓴 희곡 <고목>은 일제강점기인 1944년에 《국민문학》에 발표한 단막극 <마을은 쾌청>을 개작해, 광복 뒤인 1947년 4월 《문학》에 발표한 3막극이다. 1988년 월북작가 해금 조치 이후 남한에 현존하는 마지막 희곡으로 알려져 있다. 마을 지주인 박거복의 고목을 둘러싼 갈등을 통해 해방 직후 미군정기에 벌어지는 계급 갈등 및 지주와 정치 세력의 결탁을 형상화했다.

 

 

<고목>은 한정된 시간 내에 ‘고목의 용도’를 둘러싼 서로 다른 욕망으로 벌어지는 다양한 갈등이 극적으로 연출된다. 희곡은 고목이 상징하는 바를 명료하게 드러내면서도, 당시의 이념ㆍ경제ㆍ세대 갈등이 거목을 둘러싸고 치밀하게 전개되도록 짜여 있다. 특히, 고목이 쓰러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사람들의 환호와 거북의 아쉬움을 팽팽한 긴장 상태로 그려내는 극작술은 힘의 균형을 유려하게 보여준 장면으로 여전히 평가받는다.

 

2024년 극단 돌파구의 <고목>

 

극단 돌파구는 동시대 이슈를 첨예하게 다루고 있는 작품들을 무대에 올리면서 오늘날 한국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으로 고전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국 사회의 이념ㆍ경제ㆍ세대 갈등의 연원을 찾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 현재를 무대 위에 올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점검하고 미래를 꿈꾼다는 의미로 ‘고전의 미래'라는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다.

 

함세덕 작가의 <고목>은 '고전의 미래'의 첫 번째 작업이다. <고목>은 광복 직후 극심한 혼란과 첨예한 갈등 현장을 연극으로 기록한 보고서와 같다. 당시를 직접 겪지 않은 오늘날에도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문제인 서로를 반목하게 만드는 해묵은 이념적, 사회적 갈등의 밑뿌리를 보여준다. 1940년대와 2020년대, 시대는 다르지만, 갈등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극단 돌파구는 <XXL레오타드 안나수 이 손거울>, <지상의 여자들>, <키리에>를 통해서 보여준 무대 구성과 연기 방식을 <고목>에도 적용하여 한국사회 갈등 연원의 뿌리를 들여다보는 작업을 만들고자 한다.

 

연출가 전인철

 

전인철 연출가는 2005년 첫 작품을 선보이고, 2015년에 연극적인 돌파구를 찾기 위해 극단을 만들었다. ‘재현하기와 재현하지 않기’라는 두 개의 질서가 공존하는 연극 만들기에 관심이 많다. 최근 목표는 무대에 등장하는 배우들 모두의 역할과 특징이 잘 드러나는 연극을 만드는 것이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서울국제공연예술제 협력예술가로 뽑혔다. 2019년에 김상열 연극상, 2017년에 <나는 살인자입니다(국립극단)>로 제54회 동아연극상 연출상을 받았다. 대표작으로 <키리에>, <지상의 여자들>, <그게 다예요>,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날아가 버린 새>, <나는 살인자입니다>, <XXL레오타드 안나수이 손거울> 등이 있다.

 

극단 돌파구는 2015년에 창단되었으며 과학, 우주, 청소년, 젠더를 주요 소재로 삼아 작업하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SF 장르의 공연 만들기에 집중하면서, 동아시아의 SF 소설을 연극으로 제작하는 ‘우주극장' 시리즈를 만들었다. 최근에는 동시대 한국 사회의 이슈를 창작희곡으로 만드는 ‘오늘의 희곡' 시리즈를 만들어 젊은 희곡 작 가들과 협업하고 있다. 현재에 집중하는 작업을 만들면서, '오늘'의 원인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나를 고민하며, 올해부터는 고전을 다시 읽는 '고전의 미래'라는 시리즈를 구상 중이다.

 

출연진으로는 거복 역에 김정호, 노모와 곽목사 역에 김은희, 거복 처 역에 이진경, 영팔과 옥수수 튀기는 사나이 역에 김민하, 수국 역에 윤미경, 초국과 목수 역에 조영규, 진이와 영팔 처 역에 조어진, 맹첨지와 청년단원 역에 김영노, 하동정과 윤이곤 역에 안병식, 막봉이와 곤추채집망을 든 아이 역에 황성연이 열연한다.

 

 

제작진으로는 작가 함세덕, 연출 전인철, 드라마터그 전강희, 윤색 조정일, 무대 박상봉, 조명 최보윤, 의상 김우성, 음악 베일리 홍, 올향 권지휘, 안무 지경민, 분장ㆍ소품 장경숙, 조연출 김엄지, 프로듀서 조유림, 디자인 파이카(paika)가 함께한다. 이 연극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중장기창작지원 작품이며, 극단 돌파구 주최ㆍ주관한다.

 

공연 시각은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저녁 7시 30분, 토요일은 저녁 7시, 일요일은 저녁 4시다. 입장료는 전석 4만 원이며, 아르코예술극장 누리집(https://theater.arko.or.kr/product/performance/258045)과 인터파크티켓(ticket.interpark.com)에서 예매할 수 있다. 공연에 관한 문의는 전화(010-4053-7463)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