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순흥 한국사회조사연구소 소장] 세계가 이른바 ‘한류문화’에 빠져들고 있다. 한국 이름이 거론되지 않는 곳이 드물 정도로 분야를 가리지 않고 한류문화가 널리 퍼지고 있다. 드라마, 영화, 음악, 춤, 스포츠, 음식, 반도체, 조선, 온돌 ...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한국 문화가 두드러지고 있고, 거의 모든 나라에서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줄을 선다고 한다. 선진국 대열에 선 한국에 가서 뭔가를 얻고자 하는 후진국뿐만 아니라, 우리보다 앞서나가던 선진국들에서조차 한국문화에 빠져 한국말을 배우려고 한다.
언제부터 ‘한류문화’인가?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이 "한국 대중예술이 갑자기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묻는 영국의 가디언지 기자의 질문에 "우리는 언제나 늘 좋은 영화와 좋은 드라마가 있었다. 단지 세계가 지금 우리에게 갑자기 주목할 뿐이다.”고 답을 했다. 옳은 말이다.
K-Pop, 기생충, BTS, K-drama 같은 연예 분야뿐만 아니라, 고려시대에 이미 로켓형 화포를 만들었고, 세계 처음으로 금속활자를 만들어 썼다. 세계 처음으로 한글(훈민정음)이라는 문자를 만들어냈는데 디지털시대에 들어서 그 값어치가 더욱 빛나고 있다. 유네스코에서 문맹퇴치에 공헌을 한 사람에게 주는 상에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의 이름을 붙여 ‘세종대왕상’이라고 할 만큼 그 값어치를 인정받고 있다.
태종, 세종 당시에 이미 일식과 월식을 계산해 내는 천문학적 지식이 있었다. 조선 초에 제작된 <천상열차분야지도>는 ‘경이로울 정도의 정밀도를 자랑하며 만들어졌던 당시는 물론이고 그 이후 300년 동안 만들어진 전천 천문도를 통틀어도 독보적인 수준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걸작이다.
콜롬버스가 아메리카를 발견한 1492년보다 90년 전에, 바르톨로메우 디아스가 희망봉을 발견한 1488년보다 86년이나 앞선 1402년에, 세계 처음으로, 조선에서는 아프리카 희망봉까지 정확하게 그려낸 세계지도 <강리도(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를 만들었다. 당시의 모든 지리정보를 담아낸, ‘한류문화’를 넘어 으뜸 ‘인류문화유산’이다.
이처럼 천ㆍ지ㆍ인을 아우르는 3종 꾸러미로 문화를 꽃피우고 있던 15세기, 유럽은 아직 미개한 땅이었고, 아메리카나 호주는 아직 발견되지도 않았다. 당시에 일식과 월식을 계산해 낼 수 있는 나라는 조선과 명나라, 이슬람 문화권뿐이었다. 그만큼 조선은 과학에서도 가장 앞선 나라였다.
K-의병 (한류 의병)
이처럼 최첨단의 문화를 가진 조선이었다.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실용성에 관심을 두지 않는 성리학 논쟁에 빠지는 조선 중기 이후, 수백 년 동안 조선의 문화는 급격하게 시들게 되고 조선의 문화는 정체되고 말았다.
다른 것을 인정하지 않는 성리학. 그 성리학을 끼고돌면서, 권력지키기에 바빴던 지배세력들. 나라가 망해도, 백성의 삶이 피폐해져도 오직 자신들의 부귀와 이해관계만 따지던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인생을 바쳐, 목숨을 바쳐, 재산을 바쳐, 나라를 지키고, 우리 것을 지키고 찾아내고 발전시킨 수많은 숨은 공로자들이 있었기에 우리나라가 건재하고 우리의 ‘한류문화’는 다시 햇빛을 보게 된 것이다. 외세의 침략에 저항했던 ‘임진의병’, ‘한말의병’은 의병정신으로 우리 것을 찾아 지켜내고 더욱 발전시킨 새로운 의병들이다.
찬란한 문화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지키고, 찾아내고, 발전시키는 일 또한 중요하다.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키는 것만큼, 우리 문화를 지키는 것도 모든 것을 바칠 만큼 중요하고 값어치있는 일이다.
의병들은 누가 시켜서 하지 않는다. 대가를 바라지도 않는다. 자기 스스로 자기 것을 모두 바쳐가면서,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해나간다. ‘문화의병들’의 힘이 있었기에 한류문화가 제 자리를 찾게 됐다. 그 또한 K-의병(한류 의병)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