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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강물이 흐르면 녹조는 사라질 것

[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111]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2025년 2월 3일 환경운동연합 회화나무홀에서 3개 시민 단체가 2024년 낙동강 녹조독소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발표 내용은 필자에게 충격적이었는데, 탄핵 재판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어서 그런지 일부 언론에서만 보도해서 대부분의 국민은 내용을 모르고 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낙동강 주변 2km 이내 조사 대상자 97명 가운데 거의 절반인 46명의 콧속에서 녹조독소가 검출되었다. 낙동강 녹조에서 발현된 녹조독소가 알갱이(에어로졸)로 되어 공기 중에 날려서 낙동강 주민 콧속에서 검출되었다.”라는 것이다.

 

 

환경운동연합 강찬수 공동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녹조독소 문제는 이제 더 이상 수질 문제가 아니라 거대한 환경보건 문제가 되었다. 가습기 살균제처럼 환경보건 문제로 확대가 된 것 같다.”

 

많은 국민이 기억하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는 2006년에 처음 발견되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 종합 보고서>(2022)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사용 인구 규모는 약 627만 명으로 추산되었다. 이 가운데서 건강에 이상이 온 피해자는 약 67만 명, 사망자는 약 1만 4,000명~3만 명으로 추산되었다. 그러나 2024년 말까지 정부가 인정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5,846명이며 이 가운데 사망자는 1,860명이다. 이처럼 정부와 민간 연구진 사이에 피해자 통계가 크게 어긋나는 것은 피해 인정 기준의 차이, 그리고 피해 신고 부족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데 녹조재난을 막기 위해서 시급하게 할 일은 무엇인가? 당혹스럽게도, 녹조재난을 막기 위한 대책에 대해서 학자들은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 못한다. 4대강 사업을 줄곧 반대해 왔던 대한하천학회 회원들은 녹조를 막으려면 4대강의 보를 철거하거나 수문을 상시 열어두어서 강물을 흐르게 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을 찬성했던 일부 학자들은 수시로 보수신문과 경제신문에 기고하여 4대강의 수질을 지키려면 보를 유지해야 한다고 상반된 주장을 한다. 많은 국민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수질관리를 전공한 필자는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데에 온힘을 쏟았지만,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2015년에 정년 퇴임하였다. 그렇지만 녹조독소가 낙동강 주민 콧속에서 검출되었다는 기사를 보고서 뭔가 해야 할 책임감을 무겁게 느끼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북한에서는 외래어를 가능하면 쉬운 한글로 바꾸어 쓰고 있다. 예로서, 축구 용어인 골키퍼를 문지기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생물학 교과서에서 사용하는 과학용어 플랑크톤(plankton, 부유생물 또는 조류藻類)을 북한에서는 ‘떠살이 생물’이라고 말한다. 녹조(綠潮, algal bloom)는 호수에 떠살이 생물이 급격히 많아져서 물색이 녹색으로 변하는 현상이다. 녹조가 발생하면 냄새물질과 독성물질이 생산된다. 물속에 산소가 부족해지고 조류에서 발생하는 점액물질이 어패류 아가미의 기능을 저하해 폐사에 이를 수도 있다.

 

녹조를 일으키는 남조류(藍藻類)는 조류의 일종인데, 세균에 가까워서 남세균(cyanobacteria, 시아노박테리아)이라고도 부른다. 남조류는 물 위에 떠서 사는 작은 생물체다. 남조류 개체는 너무나 작아서 맨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남조류는 공기주머니를 가지고 있어서 물속에서 위아래로 이동할 수 있다. 남조류는 엽록소를 가지며 광합성을 할 수 있다. 광합성을 하려면 햇빛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남조류는 햇빛을 잘 받기 위하여 물 위에 떠서 생활하고 있다. 흐르는 물에서는 조류가 한곳에 머무르지 못하고 하류로 흘러가 버린다.

 

남조류가 엽록소를 합성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냄새물질이 지오스민(Geosmin)이다. 지오스민은 인체에 해를 끼치지는 않으나 냄새 때문에 불쾌감을 유발하고 수돗물의 맛을 떨어뜨린다. 남조류는 다른 조류의 성장을 방해하고 포식자를 회피하기 위하여 녹조독소(영어이름: microcystin-마이크로시스틴)를 분비하기도 한다. 낙동강 주민의 콧속에서 검출되어 문제가 된 녹조독소는 매우 독성이 강한 물질이다.

 

녹조독소는 독약의 대명사인 청산가리보다 100배 넘게 독성이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녹조독소는 물을 100도로 끓여도 사라지지 않고, 300도 이상이 되어야만 분해된다고 한다. 녹조독소가 인체에 들어오면 간, 신경계, 생식계에 심각한 피해를 준다고 알려져 있다. 환경부에서는 남조류 4종을 ‘유해 남조류’로 지정해서 관리하며 호수에서 남조류의 세포수가 증가하면 경보를 발령하는 조류경보제를 운영하고 있다.

 

필자가 현직에 있을 때 매년 ‘수질관리’라는 과목을 가르쳤다. 수질관리 교과서에서는 녹조의 발생 조건을 세 가지로 설명한다.

 

1. 충분한 영양물질이 있어야 한다. 남조류는 생물체이므로 먹이가 필요하다. 영양분 가운데서도 꼭 필요한 인(隣, Phosphorus) 성분이 0.03ppm(1ppm은 100만분의 1 농도) 이상이어야 남조류가 성장할 수 있다.

 

2. 수온이 높아야 한다. 수온이 높으면 남조류의 성장이 빨라지며 쉽게 증식한다. 남조류의 성장에 적합한 수온은 20도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3. 강물의 체류시간이 길어야 한다. 남조류는 물 위에 떠서 사는 생물이므로 흘러가는 물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강물의 체류시간이 5일 이상이 되어야 남조류가 번성할 수 있다.

 

이러한 세 가지 조건이 동시에 충족되어야 남조류가 증식된다. 두 가지 조건이 충분해도 한 가지 조건이 미달이면 남조류는 증식할 수 없다.


 

 

이러한 녹조 발생의 필요충분조건 세 가지를 이해하면 아래와 같은 질문에 대하여 쉽게 대답할 수 있다.

 

질문1: 왜 녹조는 여름철에만 발생하는가?

여름철(6~8월)에 수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여름철에 강물 수온은 25~30도까지 높아진다. 기온이 1도 상승하면 호수 수온은 0.7도 상승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질문2: 낙동강에서 녹조 현상은 4대강 사업 이전에도 있지 않았는가?

그것은 사실이다. 1987년 낙동강 하굿둑이 건설된 이후 하류 구간인 물금 취수장 근처에서는 1994년부터 해마다 녹조현상이 발생하였다. 하굿둑 탓에 강물의 체류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으로 2011년 낙동강에 8개의 대형 보가 등장했다. 모래밭 사이로 물이 흐르던 낙동강은 8개의 대형 호수로 변하였다. 강이 호수로 변하고 물의 체류시간이 늘어나자, 녹조 발생이 낙동강 전체로 퍼진 것이다.

 

질문3: 체류시간이 훨씬 긴 소양호에서는 왜 녹조가 발생하지 않는가?

우리나라 가장 큰 호수인 소양호는 저수용량이 29억 톤에 달하며 체류시간은 230일 이상으로 길지만 녹조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것은 소양호 유역은 산악지대로 인구가 적고 농경지가 적어서 영양물질의 유입이 적기 때문이다. 소양호의 총인 농도는 0.02ppm을 넘지 않아서, 곧 영양분이 부족하므로 소양호에서 녹조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런데 1973년 소양댐 건설 이후 50년 동안 녹조가 발생하지 않았던 소양호에서 2023년, 2024년 여름에 연속으로 녹조가 발생하였다. 조사해 본 결과 소양강 유역에 폭우가 내려 오염물질이 많이 흘러들고 지구온난화에 따른 불볕더위로 수온이 30도 이상으로 올라가 녹조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낙동강의 녹조도 해마다 더 심해질 것으로 염려된다.

 

우리는 때때로 짧은 속담이 인간 사회와 자연 현상을 멋지게 표현하는 것에 감탄할 때가 있다. 속담이란 과거 우리 조상들이 자연과 인간 세상을 오랫동안 관찰한 결과를 매우 정확하게 그리고 쉽게 설명하고 있다.

 

“고인 물은 썩는다.” 이 속담은 인 성분, 남조류, 녹조, 체류시간 등의 과학 용어를 전혀 몰랐지만, 물이 고이면(체류시간이 늘어나면) 썩는다(녹조가 발생한다)는 자연 현상을 오랫동안 관찰한 우리의 선조들이 터득한 지혜를 간결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렇다면 녹조 문제의 해결책은 무엇인가?

 

낙동강을 흐르게 하라!

 

 

 

덧붙이는 글: 낙동강의 녹조 문제를 더 깊이 살펴보고 싶은 독자는 아래 두 권의 책을 참고하면 좋겠다.

《녹조의 번성 - 남세균 탓인가, 사람 잘못인가》, 강찬수, 지오북, 2023,

《강 죽이는 사회》, 정수근, 도서출판 흠영,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