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일이 있어서 날이 바뀐 뒤에야 잠자리에 누웠습니다. 잠이 얼른 들지 않았는데 밖에서 비가 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빗소리를 듣고 얼마나 많이 세게 내리는지 어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엄청 세게 내리더군요. 아침까지 이렇게 내리면 안 되는데 하면서 잠이 들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빗소리는 안 들리고 하늘의 구름도 거의 다 걷히고 해가 비치는 곳도 있었습니다. 많은 비가 짧게 내리고 그쳐서 낫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바쁘다는 핑계로 오랫동안 씻지 못해서 먼지가 쌓여 있는 수레 생각이 났습니다. 세차게 내리던 그 비를 맞았으면 하얀 제 수레가 좀 해말개지지 않았을까 싶어서 말이죠.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이 '해말갛다'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하얗고 말갛다'라고 풀이를 하고 있고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빛깔이 희고 말갛다'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해말갛다'는 '해'+'말갛다'의 짜임으로 된 말입니다. '해'는 앞서 본 '해뜩'에서 '희다'와 아랑곳한 말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말갛다'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산뜻하게 맑다', '국물 따위가 진하지 않고 묽다', '눈이 맑고 생기가 있다'는 뜻이 있다고 풀이를 하고 있네요. 두 가지 뜻을 더해 우리가 아는 말로 다시 풀이를 하자면 '빛깔이 희고 맑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해맑다'라는 비슷한 말이 있지만 '해맑다'보다는 조금 여린 느낌을 주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막 떠오른 햇살의 환함과 맑은 물의 깨끗함을 더해 놓은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이 말과 잘 어울리는 것으로 뭐가 있을까요? 저는 깨끗하게 씻고 나온 아이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밖에서 신나게 뛰어 노느라 땀범벅이된 아이가 집으로 돌아와 씻고 나왔을 때 그 얼굴을 나타내는 말로 알맞은 말이러눈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 둘레에 해말간 것은 뭐가 있을까요? 말로든 글로든 나타내 보시고 '해말갛다'와 좀 더 가까워지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