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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국립전주박물관 주제전시, 소설 삼국지를 보는 즐거움

삼국지연의도의 유행과 전주의 관우신앙 조명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국립전주박물관(관장 박경도)은 2025년 8월 30일(토)부터 상설전시관에서 주제전시 ‘소설 삼국지를 보는 즐거움’을 진행한다. 삼국지연의는 중국 후한부터 서진시대까지 약 100년 동안 위, 촉, 오가 난립했던 역사를 바탕으로 한 소설로, 동아시아에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중국에서 간행된 소설 《삼국지연의》, 그 내용을 그린 <삼국지연의도>와 함께 관우를 신으로 모신 관우신앙을 조명한다.

 

삼국지연의 장면을 눈앞에서 생생하게

이번 주제전시에서는 국립전주박물관이 구입한 <삼국지연의도> 병풍과 족자를 처음 선보인다. 먼저 1897년 임경수(林景洙, 19세기-20세기 활동)가 그린 <삼국지연의도10폭병풍>은 각 폭마다 삼국지연의의 초반부 주요 장면을 묘사했다. 특히 도원에서 유비, 관우, 장비가 의형제를 맺는 장면이나 유비가 제갈공명을 세 번이나 찾아간 삼고초려는 소설의 장면을 상상하는 재미를 더해준다. 임경수는 지운영(池雲英, 1852-1935)에게 인물화를 배워 스승처럼 인물의 표정을 강조했고, 섬세한 채색을 더해 품격 있는 삼국지연의도병풍을 그려냈다.

 

 

 

현재 4폭의 족자로 전하는 <삼국지연의도>는 본래 병풍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대부분의 삼국지연의도 병풍이 유비와 제갈량과 관련된 일대기적 장면을 묘사했다면, 이 작품에서는 위나라와 촉나라가 정면으로 대결한 한중漢中 전투를 집중적으로 묘사해 주목된다. 위촉대전을 위해 출정하는 위왕 조조와 이에 맞서는 유비, 제갈량의 촉 군대 사이의 대치, 노장 황충의 활약 등이 박진감 있게 표현되었다. 각 장수의 가슴이나 등 쪽에 이름이 쓰여있어, 보다 쉽게 그림을 이해할 수 있다. 더불어 황병근 선생이 기증한 《삼국지연의》는 전주에서 간행한 사간본*으로, 이 소설이 얼마나 사랑받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사간본: 관이나 판매업체가 아닌, 민간에서 개인적으로 새겨서 만든 간행물

 

전주의 수호신, 관우를 모신 관성묘

삼국지연의에서 무예와 의리로 유명한 인물인 관우는 점차 신으로 믿어졌다. 임진왜란 때에는 조선에 들어온 명나라 군사들이 왜구를 물리친 것이 관우신의 도움이라 여겨 한양에 최초의 관성묘인 남묘를 건립했다. 관우에 대한 사랑이 숭배로 변한 것이다. 19세기 말, 사회적 혼란 속에 관우신앙은 전국으로 확산하여 곳곳에 관성묘(關聖廟)가 건립되었다. 1895년 전라관찰사 김성근(金聲根)과 남고산성을 지킨 무관 이신문(李信文)이 지역 유지들의 도움을 받아 남고산성에 관성묘를 건립했다. 외삼문의 편액 ‘관성묘’는 김제 출신의 서예가 조주승(趙周昇, 1854-1903)이 썼는데, 이번 전시에서 그 편액 탑본도 선보인다.

 

전시장의 하이라이트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관우도>와 <적토마도>이다. <관우도>는 중앙에 황제복을 입은 관우가 앉아 있고 좌우에 창, 활, 칼, 언월도(偃月刀)를 들고 있는 네 명의 관우가 묘사되었다(도 3). 인물의 위계에 따라 상하단으로 나눈 구성, 적색과 녹색을 중심으로 한 채색법 등에서 불화의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 <적토마도>는 관우가 조조에게서 선물 받은 말로, 관성묘에서는 벽화나 상으로도 제작되었다. 이 두 작품은 완성본과 함께 초본(밑그림)을 전시해 초본과 완성본의 흥미로운 관계도 확인할 수 있다. 초본 위에 비단을 대고 윤곽선을 따라 그린 뒤 채색하는 그림의 제작 과정을 살펴볼 수 있으며, 같은 초본을 사용하여 만들어진 여러 점의 완성본을 상상할 수 있다.

 

 

 

국립전주박물관은 ‘다시 찾는 박물관’을 만들고자 정기적으로 상설전시실의 전시품을 바꾸고 있다. 관람객들은 박물관에서 소장품에 대한 정보나 지식을 알게 될 뿐만 아니라, 박물관 안에서의 경험에서 영감을 얻어 일상을 충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바람이 선선해지는 가을의 문턱에서 전시를 보고 나면 소설 삼국지를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모른다. 그림과 소설 속 유비, 관우, 장비 그리고 조조와 제갈량을 보면서 19세기 조선 사람들이 중국의 소설을 우리만의 방식으로 즐겼던 문화를 함께 느껴보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