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26 (목)

  • 흐림동두천 23.5℃
  • 흐림강릉 30.0℃
  • 서울 24.7℃
  • 대전 24.5℃
  • 대구 28.9℃
  • 흐림울산 27.3℃
  • 광주 26.0℃
  • 부산 23.5℃
  • 흐림고창 25.6℃
  • 흐림제주 29.7℃
  • 흐림강화 22.9℃
  • 흐림보은 24.4℃
  • 흐림금산 25.4℃
  • 흐림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8.5℃
  • 흐림거제 24.1℃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새소식

매우(梅雨)틀과 해우소(解憂所)

  • 서준
  • 등록 2011.11.18 07:49:15
   

얼마 전 국립고궁박물관에서는 창덕궁을 주제로 한 특별전시가 있었다. 이 특별전시에 왕실에서 사용하던 매우틀이 전시되었다. 매우틀은 이동식 변기로 매(梅)는 대변을, 우(雨)는 소변을 나타내는 향기로운 이름이다. 본디 순수한 우리말을 한자로 이렇게 바꾼 것이다. 그러나 이 매우틀은 매화(梅花)틀로 더 알려졌다.

궁중의 왕과 왕비에게는 뒷간이 따로 없었다. 매우틀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왕의 매우틀은 침전과 편전 그리고 정사를 보는 곳 모두 세 곳에 두었고, 왕께서 일을 보는 동안 내시나 지밀 상궁이 곁에 지키고 있었다.

이번 전시에 나온 매우틀은 가로 56.0cm, 세로 63.5cm이다. 앞은 터진 형태로 뒤는 막혔으며 등받이가 부착되어 있었으나 현재는 없다. 위쪽에 긴 네모꼴 구멍을 마련해 놓았다. 겉에는 우단을 씌워 감촉이 좋도록 하였다.


이와 같은 휴대용 변기를 민간에서는 요강이라고 하는데 조선시대에는 도기나 자기, 유기 등이 있다. 살림이 넉넉한 집에는 요강 닦는 일을 도맡는 '요강 담사리'를 따로 두었다. 『산림경제』에 '살림이 어려우면 대야 대신 요강 둘을 마련해 준다.'라는 내용이 보이는데, 혼수품으로 놋요강과 놋대야를 첫손에 꼽았음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현대인들은 볼일을 보는 장소를 가리키는 단어로 화장실을 사용한다. 그러나 화장실은 일본인들이 만든 말이다. 우리는 뒷간, 측간, 정남, 통시 등의 말을 사용했다. 특별히 절에서는 ‘해우소(解憂所)’라는 말을 쓰는데, ‘근심을 푸는 곳’. ‘번뇌가 사라지는 곳’이라는 뜻이다. 참으로 아름다운 이름이다. 반면 서양에서는 '쉬는 방(Rest Room)' 일본인들은 화장실(化粧室) 즉 분단장하는 방이라 한다. 한국과 일본은 같은 동양권인데도 이를 받아들이는 개념이 다르다. 한나라는 비우러 가고 한나라는 채우러 가고.

이번 창덕궁 특별전시를 통해 또 하나를 배우고 산다. 배설한다는 것은 비운다는 것이다. 비우고 나면 뱃속이 시원해진다. 이처럼 소유와 집착을 버리고 벗어나면 삶도 훨씬 가벼워진다. 그래서 이런 노래가 있지 않는가.

사랑도 부질없어 미움도 부질없어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네
탐욕도 벗어버려 성냄도 벗어버려
하늘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버려라 훨훨 벗어라 훨훨
사랑도 훨훨 미움도 훨훨
버려라 훨훨 벗어라 훨훨
탐욕도 훨훨 성냄도 훨훨훨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독자 서준 / 국립고궁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