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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83. 대금은 청 울림 음색이 일품인 악기

   

 

 

지난주에는 신라의 3죽(三竹)이 대나무로 만들어진 세 종류의 악기, 즉 대금(大), 중금(中), 소금(小)이라는 이야기와『삼국사기』에 실려 있는 만파식적(萬波息笛) 이야기를 하였다.

산 위의 있던 대나무 한 그루를 베어다가 적을 만들어 불었는데 가뭄에는 단비가 내리고, 장마는 그치며, 바람이 잘 뿐만이 아니라 전쟁 시에 이를 불면 적병이 물러가고, 전염병이 돌 때에 이를 불면 괴질이 사라져 이를 국보로 삼았다는 이야기를 소개하였다. 그리고 이 대금의 재료는 쌍골죽(雙骨竹)을 제일로 치는데, 그 이유는 살이 두텁고 단단하기 때문에 소리가 맑고 알차며 수명 또한 오래가기 때문이라는 점도 강조하였다.

대금은 몸체에 뚫려 있는 음공을 손가락으로 열고 막고 하면서 가락을 만들어 나가는 옆으로 부는 관악기이다. 이러한 음공을 다른 이름으로는 지공(指孔)이라고도 부르는데, 모두 6공이 있다. 이는 중금이나 소금도 동일하다.

그런데, 대금이 중금이나 소금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취구(吹口), 즉 입김을 넣어 소리를 내는 부분과 첫째 지공 중간에 청공(淸孔)이 하나 더 있다는 사실이다.

이 청공은 갈대의 속청을 붙여 대금의 아름다운 떨림 음색을 만들어 내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갈대의 속청이란 대나무 속에서 채취한 얇은 막이다. 갈대의 속청을 채취하는 시기는 대체적으로 음력 단오 무렵이 가장 좋다고 한다. 이 시기에 갈대 속에 붙어 있는 얇은 막을 채취하여 청공에 붙이고, 취구로 바람을 넣어 불게 되면 바람이 지나가면서 청을 울리게 되어 맑고 청아한 대금 특유의 음색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연주 자세는 똑바로 앉아서 머리를 약간 왼편으로 돌리고 대금을 어깨와 수평으로 들어 올려 취구에 입술을 대고 바람을 넣는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입술을 최대한 펴도록 하는 것이다. 입술 모양이 ‘호-’가 되지 않고 ‘휘-’가 되도록 펴야 한다.

대금의 연주법은 왼손이 윗부분, 오른손이 아랫부분의 음공을 열고 닫을 수 있도록 잡는데, 위로부터 1.2.3공은 왼 손의 집게손가락, 가운뎃손가락, 약손가락 순이고 아래 부분의 4.5.6공은 오른손의 집게손가락, 가운뎃손가락, 약손가락 순으로 지공을 여닫는다. 간혹 오른손가락으로 윗부분을 잡고 왼손으로 아랫부분을 열고 막는 연주자들도 보이고 있으나 독주는 몰라도 합주 때에는 자세가 다르다는 점이 크게 들어나기 마련이다.

대금은 다른 관악기들에 비해 비교적 넓은 음역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김 넣는 강도에 따라 강약도 구분이 되지만 다양한 음색을 만들어 내게 되는데, 아래 음역의 소리들은 부드럽고 유순하게 바람을 넣어야 낮고 조용한 소리를 얻을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중간음역은 보통의 세기로 불어야 하고, 높은 음역은 힘차고 강하게 김을 넣어야 만이 크고 장쾌한 소리를 얻을 수 있다.

하나의 악기가 이처럼 낮은 음역의 음색과 높은 음역의 그것이 전혀 다른 악기처럼 들리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연주하는 모습을 지켜보지 않는다면 마치 두 사람이 각기 다른 악기를 연주하는 것으로 착각할 수 도 있는 것이다.

낮게 부는 주법은 저취(低吹)라고 한다. 저취보다 조금 더 세게 부는 것은 평취(平吹), 그리고 강하게 부는 취법은 역취(力吹)라 한다. 저취와 평취는 한 옥타브의 음정 차이가 나며 역취는 5도 위의 높은 음으로 소리 나는데 이러한 원리는 한쪽은 막혀 있고 또 다른 한쪽은 열려진 관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배음 구조와 같다. 서양의 플루트도 동일한 원리이다.

취구에 입술을 대고 바람을 약하게 내어 낮은 소리를 나게 하느냐, 아니면 평취나 역취의 주법 등으로 강하게 발음하느냐에 따라, 여러 가지로 소리 내는 방법이 있어서 대금은 다양한 음색을 표출하게 되는 것이다.

대금만의 독특한 음색은 곧 대금만의 장점이다. 낮고 어두운 음색이 곧바로 폭포수 쏟아지듯 강렬하게 떨려 나오는 소리는 너무도 시원하고 통쾌하다. 이 음색에 반해 대금을 전공하였거나 취미로 공부하는 사람이 하나 둘이 아니다. 누구나 한번쯤 도전해 보고 싶은 악기가 곧 대금이라 하겠다.

대금의 또 다른 특징을 든다면 비교적 정해진 음률을 지니고 있어서 중주 때나 합주 때에 모든 악기의 조율의 기준이 된다는 점도 이 악기의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