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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92. 이제 단소는 초등학교에서 가르치는 필수악기

 
 
 
 
 
지난 주 단소의 재료와 구조, 그리고 소리 내는 요령에 관하여 간단히 소개하였다. 단소는 퉁소에 비해 작은 소(簫)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며, 재료로는 오죽(烏竹), 황죽(黃竹), 소상(瀟湘)반죽(半竹)이 많이 쓰이고 있다는 점, 죽관의 제1공은 왼손의 엄지, 제2공은 왼손의 집게, 제3공은 왼손의 장지, 제4공은 오른손의 장지, 제 5공은 항상 열어놓고 연주한다는 점을 이야기하였다.

소리 내는 요령은 위아래의 입술을 최대한 넓혀서 <- 휘 -> 하고 바람을 넣으며 단소를 드는 각도도 다양하게 시도해 볼 것과 무엇보다도 약하고 부드럽게 바람을 넣어야 소리가 잘 난다는 안내를 하였다. 국악교육의 필요성이 절실하게 대두 될 오늘을 기다리며 나는 학생들에게 엄한 단소의 실기 교육을 시켰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단소는 소리내기가 약간 까다로운 반면, 한번 소리가 나기 시작하면 그 소리에 반해 쉽게 놓고 싶지 않은 악기이다. 그래서 단소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단소를 <오래 사귄 친구>와 같은 악기라고 말한다.

단소가 언제부터 우리 음악에 쓰이기 시작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악학궤범≫이나 영조 때의 ≪증보문헌비고≫에도 언급되지 않은 점으로 보아 조선 후기에 민간에서 쓰이기 시작한 악기가 아닐까 추측하고 있을 뿐이다.

비교적 고음 악기에 속하는 단소는 음빛깔이 영롱하고 청아하여 독주는 물론, 줄풍류나 가곡 반주, 그리고 양금이나 생황과의 병주(竝奏)로도 유명하다. 단소의 독주곡으로는  <청성잦은한잎>, 줄여서 <청성(淸聲)곡>이 대표적이다. 이 곡은 박자에 억매이지 않고 연주자의 호흡을 최대한 살려서 가락과 기교를 발휘해 나가는 곡이다. 뒷동산에 달이라도 두둥실 떠오르면 제격의 음악이 곧 청성곡이다.

줄풍류라는 말은 거문고나 가야금, 양금 등이 중심을 이루는 실내악을 말함인데, 이를 국악용어로는 방중악(房中樂)이라 부르고 있다. 단소는 음량이 크지 않아서 이러한 현악기들과도 잘 어울릴 뿐 아니라 가곡이나 시조창의 반주악기로도 자주 쓰이는 악기이다.

그러나 단소를 가장 돋보이게 만드는 음악은 생황과 단소의 2중주인 수룡음(水龍吟)의 연주이다. 국악의 연주형태에서 2중주를 달리 병주(竝奏)라고 한다. 그러므로 단소와 생황, 생황과 단소와의 2중주를 <생소(笙蕭)병주> 라고 부르는 것이다. 생황의 화사한 음색이 골격음을 짚어나가고 그 위에 단소가 맑고 영롱한 음색으로 잔가락을 연주해 나가는 <생소병주>야말로 듣는 이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한 음악이어서 국내연주는 물론 해외 발표회에서도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음악이다.

단소는 휴대하기가 간편하고, 음빛깔도 곱고 음량도 크지 않아 남녀 노소간에 배우기에 알맞은 악기로 점차 대중화되고 있다.

벌써 오래전의 이야기이다. 모 종합병원의 외과 과장이었던 닥터 박이 매주 토요일 바쁜 일정을 쪼개어 나에게 단소를 배웠다. 1년쯤 지났을까? 해외에서 외과 학회세미나가 있어서 가방에 단소를 넣어 갔는데, 우연히 장기자랑 시간에 실력(?)을 발휘하게 되어 일약 스타가 되었다는 것이다. 단소음악을 경험하지 못한 의사들이 그가 불어주는 단소가락에 모두들 감탄을 했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는 외과의사보다는 단소 잘 부는 의사로 통했다고 해서 한바탕 웃은 일이 있다.

꼭 해외가 아니라도 지방출장을 떠나는 사람들이 가방 속에 단소 하나씩 챙겨 나가서 기회가 닿는 대로 아리랑이라도 불 수 있다면 매우 고상한 취미의 소유자로 인정을 받게 될 것이 분명하다. 친지나 외국인들과의 모임 때에도 간단한 단소의 연주로 즐거운 분위기를 유도할 수 있다.

이제 초등학교 5학년 과정에 단소배우기가 들어있어서 근래에 초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누구나 단소를 잘 불고 있다. 단소를 불 줄 안다는 말은 곧 국악의 고저를 구별하게 되는 율명을 안다는 말이고, 음의 길고 짧음을 식별하게 되어 궁극적으로 악보를 이해한다는 말도 되기 때문에 국악의 이해나 국악사랑에 크게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하겠다. 얼레빗 독자들에게도 단소한가락 배우기를 권하고 싶다.  

단소의 명인으로는 조선조 헌종 때의 악사 함재홍이 유명하다. 그는 그의 아호를 <함소>라 불릴 정도로 단소를 잘 불었다고 한다. 또한 최수성이라는 사람은 취미로 단소를 불다가 직업을 바꾼 사람으로 유명하다. 최근의 명인으로는 봉해룡, 김기수를 들 수 있고 1950년대 중반부터 김기수에 의해 국악고교의 학생들이 필수로 단소를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 단소의 명인급 제자들은 일일이 그 이름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확대되었다. 60여년이 지난 지금 단소는 전 국민의 악기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느낌이어서 반갑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