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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95. 금(琴)은 인간성 회복을 위하여 만들어진 악기

 
 
 
 
 

지난주까지 태평소와 단소, 퉁소, 훈과 지 등의 관악기들을 대략적으로 소개해 보았다. 다소 생소하기도 하고 또한 낯선 용어들이 등장함으로 친숙하기는커녕, 이해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라고 생각되나 끝까지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이제부터는 한국의 전통악기들 중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현악기들을 소개해 보도록 하겠다. 현악기란 줄을 진동시켜 고저와 가락을 만들어 가는 악기들을 말하는데, 한국의 줄악기들은 대부분 명주실을 꼬아 만든 악기들이다

현재까지 널리 활용되고 있는 한국의 현악기 종류는 그리 많지 않은 편이어서 거문고, 가야금, 해금, 아쟁, 양금, , , 향비파, 당비파, 월금, 공후 등이 있으나 이 중 현재까지 무대에 올려지고 있는 악기들은 거문고, 가야금, 해금, 아쟁, 양금 등이고 기타의 악기들은 재현을 위한 연구 중에 있다.

한국 전통의 현악기들은 그 소리내는 방법이 크게 4종류로 압축된다.

첫째는 거문고처럼 술대라는 도구로 줄을 내리치거나 올려침으로 해서 소리를 내는 방법이 있고, 둘째로는 가야금, 또는 금, 슬의 경우처럼 손가락으로 줄을 뜯거나 퉁겨서 내는 방법, 셋째는 해금이나 아쟁의 경우처럼 활로 줄을 마찰시켜서 소리를 내는 방법이 있으며 넷째로는 양금의 경우처럼 얇은 채로 줄을 쳐서 내는 방법 등이 그것이다.

먼저 군자의 악기로 알려져 있는 거문고라는 악기부터 알아본다. 거문고는 북방의 악기로 고구려시대에 제작된 악기로 알려져 있다. 여성스러운 가야금에 비해 묵직한 소리로 선비들의 애호를 받아 온 거문고는 한국의 대표적인 현악기로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조선조 광해군 때(1610), 양덕수(梁德壽)라는 사람이 펴낸 거문고 악보, 양금신보(梁琴新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거문고는 음악을 통솔하는 악기이다. 그러므로 군자가 마땅히 거느려서 바른길로 나가야 한다(琴者樂之統也故君子所當御也).” 

그래서일까, 옛부터 거문고를 백악지장(百樂之長)이라 했다, 다시말해 거문고가 모든 악기의 으뜸이라고 생각해 온 것이다. 전문 음악인들이 연주하는 다른 어떤 악기보다도 선비가 연주하는 거문고를 모든 악기의 중심이라고 생각해 왔던 것이다. 이처럼 거문고를 귀하게 여기게 된 배경은 단순히 선비들이 애호했다는 이유만은 아닐 것이다

삼국사기(三國史記)에는 이러한 글이 실려 있다.

거문고는 중국의 금을 본받아 만들었다. 처음 복희씨가 금을 만들었는데, 이 악기를 만든 이유는 사람들의 마음이 점점 황폐화 되어가기 때문에 저마다 몸과 마음을 닦아 천리(天理)진정(眞情), 즉 하늘의 이치에 따르고 참된 마음가짐을 갖도록 하기 위함이다.(伏犧作琴 以修身理性. 反其天眞也)"

사람의 마음을 순화하는 방법이 어찌 음악뿐이겠는가! 여러장르의 예술이 있고, 종교가 있고, 도덕이 있고 또한 교육이 있지 아니한가, 음악만 해도 그렇다. 관현악기가 다양하게 존재하는데 거문고를 통해 인간의 심성을 되찾는다는 표현은 음미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세상 사람들이 처음 태어날 때는 너나 할 것 없이 천진난만하던 모습이 점차 성장해 나가면서 욕심을 앞세우고, 남의 것을 탐내며, 남과 다투면서 본래의 인간성을 훼손해 나가는 것이다. 태어날 때 하늘이 내려준 모습 그대로 착한 심성을 유지한다는 것이 어렵다. 그렇다면 인간성을 회복하는 문제야말로 인간들이 풀어야 할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그 방법 중의 하나가 음악으로 풀려고 하는 사상이다.

그래서 악기를 만들어 아름다운 음색을 만들고 그 음색으로 고저를 만들어 가락을 연주하면 이를 타거나 듣는 이들이 공감하여 몸과 마음을 다스릴 수 있다고 믿어 온 것이다.

거문고의 음색은 그리 크지도 않고 또한 높지도 않아 언제 들어도 안정감을 주어 마음이 평화롭다. 거문고는 그 줄을 울려서 얻는 소리의 울림도 일품이지만 그 소리 뒤에 나오는 여음도 아름답다. 소리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관악기보다도 소리가 끊어진 다음 살아있는 여음의 미를 느낄 수 있다는 점도 거문고의 멋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