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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 러일전쟁에서 생겨난 약 정로환(征露丸)

 

 

             

 

 

“러일전쟁은 실질적으로 한반도 지배권을 둘러싼 제국주의 열강의 전쟁이다. 그리고 가장 큰 피해자는 러시아도 중국도 아닌 일본의 식민지가 된 조선이다. 하지만 이 문제를 우리 중·고교 교과서는 너무 소홀히 다루고 있다.”

이는 “다시 보는 러일전쟁”이라는 제목으로 이경재 씨가 2012년 8월 27일 전북일보에 쓴 글이다. 엊그제 2월 10일은 한국 고유의 명절이었으나 이날은 109년 전 러일전쟁이 일어난 날이기도 하다. 고유의 명절이 지난지도 얼마 안 되는데 하필이면 러일전쟁 이야기를 들쑤셔 내느냐는 사람이 있을지 몰라 조심스럽지만 오늘은 이 러일전쟁 때 생긴 약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지금도 하나의 고유명사로 쓰일 정도로 입지를 굳힌 배탈설사, 위장약이 있는데 “정로환(征露丸, 세로칸)”이 그 약이다. 설사 멈춤 약으로도 알려진 정로환은 일제국주의가 한창 팽창하던 때인 1905년 일본에서 러시아로 파병하는 병사의 설사병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당시 만주에 파병된 일본병사들은 원인모를 병에 걸려 하나둘 죽어 나갔는데 이를 보다 못한 일본정부는 그 원인 조사에 착수하게 된다. 그 결과 만주의 나쁜 수질 곧 물갈이로 인해 설사병이 났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부랴부랴 일본정부는 명치왕까지 나서서 ‘배탈 설사를 멈추게 할 좋은 약을 만들라’는 어명을 내리는데 이에 제약사들은 수천 가지의 약을 만들게 된다. 그 가운데 다이코 신약에서 만든 약이 가장 뛰어났는데 그것이 바로 정로환이었다. 원래 이 약은 모쿠크레오소트
(wood-tar creosote)제였으나 이 약을 먹은 병사들이 설사병을 이겨내고 러일전쟁에서 승리를 이끌었다해서 정복할 정(征), 로서아 로(露), 둥글환(丸)이라는 한자를 써서 정로환(征露丸)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러시아를 무찌른 약이라고 선전하여 국민약으로 사랑받던 이 약을 일본은 2차 대전 후에 슬그머니 “국제적 신의상”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정복할 정(征)자를 바를 정(正)으로 바꿔 정로환(正露丸)으로 쓰기 시작하였다.(일부 회사는 지금도 여전히 정복할 정자를 고집하는 제약회사도 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바를 정자로 고친다해도 로서아(러시아)의 입장에서는 고울 리 없을 것이다. 일본이 러시아를 바르게 할 권리나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도 정로환이 있는데 ‘한글 정로환’과 ‘바를 정자를 쓰는 정로환’ 두 가지가 있다. 친숙하게 먹던 약 이름이긴 하지만 유래라도 알고 쓰는 게 좋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