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0 (월)

  • 구름조금동두천 17.5℃
  • 맑음강릉 15.8℃
  • 구름조금서울 19.1℃
  • 구름조금대전 18.4℃
  • 맑음대구 19.9℃
  • 맑음울산 17.1℃
  • 맑음광주 19.9℃
  • 맑음부산 18.1℃
  • 맑음고창 ℃
  • 맑음제주 19.1℃
  • 구름많음강화 15.5℃
  • 구름조금보은 17.4℃
  • 맑음금산 15.8℃
  • 맑음강진군 16.6℃
  • 맑음경주시 15.9℃
  • 맑음거제 17.8℃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179. 일본 여자 아이들만의 잔치 “히나마츠리”

 

 

           

 

 

일본의 3월 3일은 히나마츠리(雛祭り)라고 해서 여자 아이를 둔 집안의 잔칫날이다. 이날 여자 아이가 있는 집안에서는 히나인형을 장식하는 데 이 히나인형은 장차 아이에게 닥칠지 모르는 사고나 질병 또는 나쁜 액을 물리치는 뜻에서 장식하는 것이다. 보통 히나인형의 장식 시기는 입춘 무렵부터이며 늦어도 2월 24일까지는 장식을 마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재미난 것은 3월 3일이 지나면 집안에 장식해 두었던 히나인형을 재빠르게 치워야하는데 적어도 3월 중순 까지는 치워야한다. 꾸물거리다가 날짜가 늦어지면 장차 딸아이의 혼사가 늦어진다는 속설이 있다. 일본에 있을 때 필자는 도쿄 인근의 사이타마에 있는 친구 집에 초대되어 간 적이 있다. 그 집 딸은 초등학교 5학년이었는데 마침 히나인형을 장식한다고 해서 함께 거들었다.

사이타마의 주택들은 도쿄 보다는 공간이 제법 넓어 거실에 3단 정도의 히나인형을 장식해놓을 수 있었는데 이에 견주어 도쿄의 경우는 방도 좁고 거실도 좁아 3단 짜리 히나인형을 놓을 공간은 없다. 친구 딸과 나는 커다란 히나인형 상자에서 인형을 꺼내 붉은 단을 설치하고 그 위에 조심스럽게 인형들을 장식해 나갔다. 가장 윗줄에는 왕과 왕비를 상징하는 인형 한 쌍을 장식했다. 그 다음 아래 단에는 궁녀 3명을 장식 했으며 맨 아래 단에는 히나마츠리 때 먹는 쌀과자인 히나아라레와 적, 백, 녹색의 히시모치를 장식해 놓았던 기억이 난다.

해마다 딸이 있는 가정이라면 엄마와 딸이 3월 3일 무렵 갈무리 해두었던 히나인형을 상자에서 꺼내 정성껏 장식 했다가는 3월 3일이 지나면 부지런히 다시 갈무리해서 상자에 보관하는 행사를 이어가는 히나마츠리의 유래는 천여 년 전 헤이안시대(平安時代,794-1192)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에는 지금처럼 모셔두고 감상하는 게 아니라 여자애들이 가지고 놀았으며 어머니들은 냇가에서 종이 인형을 만들어 떠내려 보내면서 장차 딸에게 몰아닥칠 나쁜 악귀나 액(厄)을 막아달라고 빌었다. 곧 액막이 인형구실을 했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에도시대(江戶時代,1603-1868) 초기에는 겐로쿠인형(元祿雛)이라 해서 비단옷을 12겹씩 입히거나 쿄호인형(享保雛)처럼 대형인형이 등장하는데 점차 이들 인형에 금박을 입히는 등 호화롭게 변질하여가자 에도막부는 소비를 조장한다 해서 일시적으로 대형인형을 금지하기도 했다.

히나인형은 보통 집안에 손녀가 태어나면 외할머니나 친할머니가 선물한다. 이는 장차 손녀에게 닥칠 나쁜 액운을 막고 쑥쑥 잘 자라기를 바라는 뜻에서 비롯된 풍습이다. 뿐만 아니라 이 시기에 일본을 여행하는 경우에는 호텔 로비나 백화점, 대학병원, 역구내 같은 곳에 장식되어 있는 크고 작은 히나인형을 만날 수 있다. 마치 크리스마스 때의 트리 장식처럼 말이다. 인형에게 의미를 부여하여 딸아이의 앞날을 기원해주는 이러한 풍습은 이웃 일본의 특이한 문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