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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99. <영산회상>은 곧 <거문고회상>

 

 



 

 

 

속풀이 97에서는 사육신과 거문고 관련 이야기로 세조의 왕위 찬탈을 끝끝내 반대하다가 육시를 당한 사육신과 거문고에 관련된 이야기를 소개하였다. 사육신의 대표적인 인물, 성삼문과 박팽년의 집에는 손수 심은 소나무가 울창하여 서로 바라다 볼 정도로 성장하게 되었는데 두 대감의 집안이 전복되고 육시(戮屍)될 때, 처참한 광경을 처음부터 오로지 보아왔다.

시간이 흘러 단종의 복위와 함께 사육신들도 그 결백함이 밝혀졌으나 두 대감집의 소나무도 수명을 다 하였다. 선군께서 이 두 소나무 목재를 얻어 합하여 거문고를 만드시고, <쌍절금(雙節琴)>이라 이름 짓고 연주해보니 뛰어난 소리를 냈다. 유심히 들어보니 맑고도 굳센 음색은 곧은 두 대감의 성품이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충신의 집을 지키던 소나무도 주인의 성품이나 모습을 그대로 닮아 그 재료로 거문고를 만들었는데 그 소리가 일반 거문고와는 달리 음색이 강렬하고 굳세다는 이야기이다. 공감이 가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예로부터 거문고만큼 상류 사회, 지식인 계층의 애호를 받은 악기도 드물다. 지금까지 전해 오는 대부분의 고악서(古樂書)나 옛 악보들이 모두 거문고 악보임을 보아도 쉽게 짐작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쓰고 있는 거문고는 오동나무로 만들고 악기의 길이는 대략 160㎝ 정도이며  6줄과 16개의 괘()를 지니고 있다. 6줄은 모두 명주실을 꼬아 만든 식물성 재료이기 때문에 매우 부드럽고 다정다감한 느낌을 준다. 참고로 괘라고 하는 것은 기타의 브릿지처럼 음의 높낮이를 조절하기 위하여 세워놓은 받침대이다. 낮은 음을 내는 아래쪽은 가장 큰 괘를 쓰고, 위로 올라 갈수록 점차 작은 괘를 붙여 음을 낸다.

거문고는 손가락으로 소리를 뜯거나 튕겨내는 가야금과는 다른 방법으로 소리를 낸다. 곧 술대라는 도구로 소리를 내는데, 술대의 길이는 20㎝ 정도의 단단하고 가는 대나무로 만든다. 술대를 손에 쥐고 소리를 낼 때에는 오른손의 둘째손가락과 셋째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줄을 내리치거나 올려 뜯으며 연주를 한다.

연주 자세는 책상다리를 하고 정좌하여 무릎 위에 비스듬히 올려놓고 타는데, 오른손의  술대로는 줄을 울리고, 왼손으로는 괘 위에 올려져 있는 줄을 짚거나 밀어서 높낮이를 조절한다. 기교가 능숙하게 되면 줄을 누르거나 미는 방법, 또는 흔들어 떠는 등 다양한 표현을 하게 되어 거문고의 매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거문고는 모두 6줄이다. 가야금이 12현인데 비해 절반이어서 쉬울 것이라 생각한다면 이는 오산이다. 6현 중에서는 제2현과 제3현을 많이 쓰는 편인데, 유현은 맑은 소리, 대현은 가장 굵은 줄이어서 낮고 어두운 소리로 저음을 내는데, 유현과 대현 두 줄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 내는가 하는 점이 곧 거문고의 수준을 알게 하는 공력이오. 기교라 하겠다.

얼핏 들으면 거문고의 소리는 탁하고 거친 듯하나, 공력이 쌓이면 부드럽고 그윽하다. 그래서 예부터 문인이나 선비들의 사랑을 받아왔던 것이다. 거문고의 소리는 뚝뚝 끊어지는 듯하지만 살아있는 여음의 미를 느낄 수 있는 점도 거문고의 멋이다.

거문고가 쓰이는 음악은 영산회상과 같은 방중악(房中樂:거문고와 가야금 등이 중심이 되어 방 안에서 연주하는 조용하고 정결한 음악)이다. 이 음악은 거문고가 중심이 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별도로 <거문고회상>이라는 별칭을 가질 정도이다.

또한 거문고는 가곡반주에 있어서도 절대적인 필수악기로 쓰인다. 이수경, 함화진, 장인식, 성경린, 김상기, 장사훈 등은 정악 거문고의 대가들로 오늘날 활동하는 많은 명인들을 키워냈다.  

거문고로는 풍류를 주로 하였기에 최초 거문고로 산조를 연주할 당시 선비들의 드센 항의를 받았다는 이야기도 공공연히 전해지고 있다. 거문고 산조는 처음 백낙준(1876-1930)이 아버지가 부르던 판소리 가락을 거문고에 옮겨 처음으로 연주하였다고 전하는데, 그의 제자들인 신쾌동이나 한갑득, 김윤덕 등은 독자적인 거문고 산조가락을 만들어 전승시키고 있다.

그만큼 거문고 산조 음악에서는 거문고가 지닌 악기의 특성을 충분히 활용하여 다양한 기법들이 발전되어 온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근래에는 창작곡의 독주악기로도 거문고가 크게 각광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