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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경서도소리극 제작비 마련, 깊어지는 고민

[국악속풀이 141

[그린경제/얼레빗=서한범 명예교수]  지난 주 부터는 경기소리, 또는 서도소리의 확산을 위해서나 대중화를 위해서도 경서도 소리를 기본으로 하는 <경서도 소리극단>의 창단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아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나라에서는 벌써 50여 년 전부터 남도지방의 판소리를 기본으로 하는 <국립창극단>을 운영해 오고 있다. 그래서 오늘날 판소리를 좋아하는 애호가층은 매우 두터워진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에 견주어, 경기지방이나 서도 지방의 소리를 바탕으로 하는 소리극단은 나라는 물론 지방정부에도 찾아볼 수 없고 창단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어 음악 문화의 불균형이 이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늦기는 했지만 경서도의 소리도 소리극을 제작해서 무대에 올려야 다수의 애호가층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인데, 이 작업이 어디 개인이나 단체가 쉽게 기획하고 추진할 수 있는 일인가!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대목이다.

그렇다.
판소리에 비한다면 이야기의 전개나 극적인 요소가 상대적으로 적은 장르가 곧 경서도 소리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서정성이 강한 가곡이나 경기민요, 서도소리 등도 극적인 양식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은 곧 대중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확실한 방법의 하나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 서도소리극 <추풍감별곡> 한 장면

가곡이나 시조를 중심으로 제작되는 <정가극(正歌劇)>의 이름이 그것이며, <경기소리극>이나, <경기창극>, <서도소리극> 혹은 <경서도 소리극>이란 이름 등이 바로 경서도 소리를 기본으로 하는 소리극들인 것이다.

과거 전통예술의 범주에 안주하고 있던 장르의 음악들이 청중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서서히 이야기 전개를 음악극 형태로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매력 있는 공연형태가 바로 소리극이라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는 그간 판소리에서 배태된 창극이 판소리의 애호가를 상당수 확보하게 된 원동력이 되었다는 점으로도 쉽게 수긍이 되는 점이다.

그러므로 경서도 소리를 기본으로 하는 소리극을 만드는 것이 곧 경서도 소리의 확산운동이라는 점에 공감대가 맞추어져 있는 것이다. 경서도 소리극을 제작하여 무대에 올리는 작업이 경서도 소리의 확산운동이란 점은 동의할 수 있으나, 문제는 그 작업이 의욕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가 하는 점이다.

결코 의욕만을 앞세운다고 해서 쉽게 이루어지는 공연형태가 아니라 여러 분야의 능력 있는 전문가들이 참여해서 뜻을 모으고 힘을 합해야 무대에 올릴 수 있는 매우 어렵고 힘든 문제인 것이다.
쉽게 예를 든다면 우선 작품성이 있는 대본이 나와야 하고 대본에 따라 등장인물이 결정되게 마련인데,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소리실력과 연기력을 갖춘 소리꾼들이어야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대본에 따라 등장인물의 역할을 적절히 안배할 수 있는 소리 속을 꿰는 연출가도 있어야 하고, 작 편곡자와 그 작품들을 맛깔스럽게 연주해 낼 수 있는 다양한 악기의 연주자들이 모여야 한다.

배우들은 노래만을 부르는 것이 아니고 다양한 형태의 연기와 춤도 갖추어야 한다. 그러려면 안무자도 있어야 하고 배우들이 입어야 할 각양각색의 의상이나 복색도 갖추어야 하고 시대에 맞는 의상 전문가도 참여해야 한다. 그 뿐인가? 음향의 전문가를 비롯하여 조명이라 소도구, 무대배경, 컴퓨터그래픽, 기획, 홍보, 등등 다양한 장르의 전문가가 참여해야 진행이 된다는 말이다.

   
▲ 서도소리극 <추풍감별곡> 한 장면

어려운 과정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이러한 문제들은 참여자들의 열정이나 의욕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해결이 가능하다. 그러나 아무리 소리에 대한 열정, 소리극에 대한 의욕으로 전문가들이 모여들었다고 해도 창극을 제작하는데 필요한 경제적 여건이 충족되지 못한다면 창극의 무대화는 공염불이 되고 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제작자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상업성이 없는 전통예술 작품을 제작해 줄 제작자를 구세주 기다리듯 언제까지나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다. 그렇다고 국가나 지방정부만을 바라보고만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작품은 만들어 무대에 올려야 하겠는데, 제작비의 마련은 어렵고 힘들다는 문제가 바로  경서도 소리꾼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대목인 것이다. 그래서 <경서도 소리극>을 제작하여 무대에 올리는 과정은 어렵고 힘들다는 표현보다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무모한 도전’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그럼에도 간혹 경서도 소리극을 무대에 올리려는 열성있는 명창들이나 단체들이 있다. 무모한 도전자들이기는 하나 이들이 있어 이 분야의 전공자들이나 경서도 소리의 확산을 바라는 애호가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기에 그 도전의 결과는 단지 무모함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