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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얼굴은 원래 네모였다

[아무도 들려주지 않는 "서울문화" 이야기]

[그린경제/얼레빗 = 김영조 기자] 

식생활의 변화에 따른 얼굴 형태의 변화 

한국인의 얼굴은 어떻게 생겼나? 특히 옛 사람들 단군조선시대, 고려시대 사람들은 어땠을까? 궁금하지만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로 돌아가 보지 않는 이상 정확히 알 수가 없다. 다만, 전해지는 유물들을 통해 겨우 짐작할 따름이다.

충북 제천 점말에 있는 구석기 동굴유적인 용굴에서 출토된 뼈에 새긴 얼굴, 부산 동삼동 조개무덤(貝塚)에서 나온 조개껍데기, 그리고 강원도 양양 오산리에서 출토된 손으로 대충 눌러 만든 5센티미터 안팎의 흙으로 빚은 얼굴, 그리고 울산고령 등 바위에 새긴 암각화에서도 옛사람들의 얼굴을 만날 수 있다.  

또 치우천왕(蚩尤天王)의 얼굴이라고도 하는 도깨비기와(귀면와:鬼面瓦)신라인의 미소라 불리는 얼굴무늬 수막새(人面文圓瓦當), 역시 얼굴무늬 수막새 탐라인의 미소', 불교가 전래하면서 만들어진 숱한 불상과 고구려 고분벽화에 보이는 다양한 인물상, 신라 고분에서 출토된 토우들, 화려하고 섬세한 고려불화(高麗佛畵)나 조선시대 초상화, 풍속화, 탈춤에서 쓰는 탈바가지, 장승 등을 통해 그 시대를 살았던 우리 선조를 만나게 된다.

   
▲ 한국인의 얼굴들(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 / 바위에 새긴 암각화, 산대놀이 왜장녀탈, 네모난 얼굴 윤두서 초상화, 장승, 얼굴무늬 수막새, 도깨비 기와

물론 그 그림이나 조각들이 상징성을 띠는 것일 수도 있지만 당시 사람들을 본으로 만든 것이기에 얼굴을 짐작해 본다. 치우천왕의 얼굴, 도깨비기와, , 장승 따위는 무섭게 생겼지만, 한참 들여다보고 있으면 친근감이 든다.  

장승은 대개 불거져 나온 눈, 감자모양의 큰 주먹코, 튀어나온 이빨에 모자를 쓰고 있다. 장승의 얼굴은 손자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려고 일부러 험상궂은 표정을 지어 보이는 할아버지의 모습이며, 여자 장승의 모습은 그대로 이웃집 할머니 얼굴이다. 권위와 위엄이 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화사한 웃음기도 느낄 수 있으며, 전체적으로 비례가 맞지 않는 얼굴이어서 익살스럽기도 하다.  

얼굴전문가 조용진 교수는 식생활과 생활양식이 변화함에 따라 사람의 얼굴도 변하며, 따라서 미인의 가치 기준도 변했다.”라고 한다.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세기의 미인 사진을 몇 년 뒤 젊은이들에게 들이대면 웬 미인?’ 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린다는 뜻이다.

보통 턱이 발달하면 남자답다고 하며, 여자가 그러면 밉다는 반응이 나온다옛날 얼굴이 퍼진 여자를 맏며느릿감이라고 좋아하던 가치관은 이제 사라지고 만 것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나라 미인관이 하회각시탈에서 비너스로 완전히 바뀌었다. 조 교수의 말에 따르면, 한국 여자 평균과 전통 미인의 얼굴 가로세로 비율은 11.3인데 이는 하회각시탈의 가로세로비와 일치한다. 그래서 하회각시탈을 한국인의 얼굴이라고 하는 것이다하지만, 현대 미인상은 11.5의 좁은 얼굴로 비너스 등 그리스 조각과 같다

아이가 태어나면 대개 그 부모를 닮게 마련이다. 그러면 지금 우리의 얼굴이 몇 대를 거슬러 올라가서 조선시대 할아버지, 할머니의 얼굴과 닮았을까?

   
▲ 조선시대 초상화 / 신숙주, 이광사, 이항복(왼쪽부터)

그런데 실제 우리 겨레의 얼굴 형태는 옛 선조와 많은 차이가 있다. 조선시대 선비들의 초상화에서 나타나는 얼굴 형태는 보통 눈꼬리가 올라가고, 광대뼈와 턱뼈가 튀어나와 얼굴이 넓은 것이 보통인데 요즈음은 서구인들처럼 눈꼬리가 처지고, 머리 부분이 커지며, 광대뼈와 턱뼈가 부드러워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식생활의 변화가 주된 이유라 한다. 옛날에는 주로 딱딱하거나 질긴 탄수화물(식이섬유) 중심의 밥 등을 먹었지만 요즈음은 부드러운 음식을 자주 먹는 데서 오는 신체구조의 변화다 

식생활 변화가 대장암 증가 원인 

한국인 얼굴이 변한 것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턱관절장애 전문의들은 "턱 운동이 활발하지 않으면 턱이 빠지거나 붓고 자꾸 아프다."라며 딱딱하거나 질긴 음식물을 오래 씹으라고 한다. 또 씹는 동안 턱과 이 운동이 큰골(대뇌)을 적절히 자극해 준다고 한다. 생각하는 것을 담당하는 큰골의 피질(큰골이나 작은골의 겉층)은 얼굴 근육을 지배하는 운동신경을 통해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음식물을 오래 씹거나 껌을 자주 씹는 사람은 치매 발생률이 다소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씹는 행위는 노인뿐 아니라 아기들의 두뇌발달에도 간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이다. 

얼굴이 변한다는 것, 곧 식생활은 턱관절과 두뇌에 영향을 미치는 것 말고도 더 큰 문제가 있다. 현대 한국인들은 밥량이 줄면서 대장암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인들의 장이 서양인들과 견주어 80cm가량 더 긴데, 이는 주로 쌀과 보리를 먹어 오던 오랜 식습관에 의한 결과다. 그런데 이 신체구조에 맞지 않는 서구식 식습관으로 바뀌면서 육류를 소화시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만큼 장에 노폐물이 쌓이면서 종양을 만들고 종양이 암으로 변질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