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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 왕성한 날, 단오엔 부채를 선물하자

[서울문화 이야기 27]

[그린경제/얼레빗=김영조 기자]  장장채승(長長彩繩:오색의 비단실로 꼰 긴 동아줄) 그넷줄 휘늘어진 벽도(碧桃, 선경[仙境]에 있다는 전설상의 복숭아)까지 휘휘 칭칭 감어 매고 섬섬옥수(纖纖玉手) 번듯 들어 양 그넷줄을 갈라 잡고 선뜻 올라 발 굴러 한 번을 툭 구르니 앞이 번 듯 높았네. 두 번을 구르니 뒤가 점점 멀었다. 머리 위에 푸른 버들은 올을 따라서 흔들 발밑에 나는 티끌은 바람을 쫓아서 일어나고 해당화 그늘 속의 이리 가고 저리 갈제 
 

  

                        ▲ 그네뛰기(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이 구절은 판소리 <춘향가> 중에서 춘향이가 그네 타는 장면인데, 그네뛰기는 단옷날의 대표적 민속놀이다. 우리 민족은 예부터 설날, 한식, 추석과 함께 단오를 4대 명절로 즐겼지만 이제 그 명맥이 끊길 위기에 놓였다 


단오의 이름과 유래  


단오는 단오절, 단옷날, 천중절(天中節), 포절(蒲節 : 창포의 날), 단양(端陽), 중오절(重午節, 重五節)이라 부르기도 하며, 우리말로는 수릿날이라 한다. 단오의 '()'자는 첫 번째를, '()'는 다섯으로 단오는 '초닷새'를 뜻한다. 중오는 오()의 수가 겹치는 음력 55일을 말하는데, 우리 겨레는 이날을 양기가 왕성한 날이라 생각했다. 음양사상에 따르면 홀수를 '()의 수', 짝수를 '()의 수'라 하여 '양의 수'를 길수(吉數), 곧 좋은 수로 여겼다. 따라서 이 양의 수가 중복된 날은 명절로서 단오와 함께 설(11삼짇날(33칠석(77중양절(99) 따위가 있다 


조선 후기에 간행된 동국세시기5월조 기록을 보면, 수릿날은 쑥떡을 해먹는데 쑥떡 모양이 수레바퀴 같다 하여 '수리'라 했다 한다. 또 수리란 고((() 등을 의미하는 고어(古語)인데, '신의 날', '최고의 날'이란 뜻이며, 모함을 받은 중국 초()나라 굴원(屈原)이 지조를 보이려고 수뢰(水瀨:급류)에 빠져 죽어 이 날 제사를 지냈다 하여 수릿날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설도 있다 


단오 세시풍속, 창포물에 머리감고 부채 선물하기  


단오장(端午粧) : 단옷날 부녀자들은 창포뿌리를 잘라 비녀로 만들어 머리에 꽂아 두통과 재액(災厄)을 막고, 창포 삶은 물에 머리를 감아 윤기를 냈다. 또 단옷날 새벽 상추잎에 맺힌 이슬을 받아 분을 개어 얼굴에 바르면 버짐이 피지 않고 피부가 고와진다고 생각했다. 남자들은 단옷날 창포뿌리를 허리에 차고 다니는데, '귀신을 물리친다'고 믿었다. 단옷날 가운데서도 오전 11오후 1시인 오시(午時)가 가장 양기가 왕성한 때로 농가에서는 약쑥, 익모초, 찔레꽃 따위를 따서 말려둔다. 오시에 뜯은 약쑥을 다발로 묶어서 대문 옆에 세워두면 재액을 물리친다 했다. 그리고 창포주 등의 약주를 마셔 재액을 예방하려 하였다 
 

  

▲ 지난 2013년 6월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린 '여름의 길목, 단오'세시 체험'



단오첩(端午帖) : 신하들이 시를 써서 궁궐 기둥에 붙이는 것. 


부채나누기 : 해마다 단옷날에는 공조(工曹)에서 부채를 만들어 임금께 진상(進上)하고 이 부채를 신하들에게 나눠 주었다. 더위 타지 말고 건강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 부채는 보통 여름에 사용하는 것이나, 혼례 때에는 어느 계절이고 얼굴 가리개로 사용하였다. 신랑은 파랑색, 신부는 붉은색, 상을 당한 사람은 흰색, 그 외 빛깔은 일반 남녀, 어린이가 사용한다. 예전의 단오에는 부채를 선물하는 것이 관례였는데 청년에게는 푸른 부채를, 노인이나 상제에게는 흰 부채를 주었다. 그리고 임금은 신하들에게 자연 경치, , 새 등을 그린 부채를 선물했다. 단오에 부채를 선물하는 것을 동지의 달력 선물과 함께 하선동력(夏扇冬曆)”이라 한다 


대추나무 시집보내기 : 단옷날 정오에 대추나무 가지를 치거나 가지 사이에 돌을 끼워 놓아 더 많은 열매가 열리기를 기원하는 풍습 


-호랑이(애호:艾虎) 풍속 : 여자들이 쑥, 대쪽, 헝겊 따위로 만든 호랑이 모양을 만들어 단옷날 머리에 이면 재액을 물리친다고 믿었다 


단오 시절음식, 수리떡앵두화채제호탕  
 

  

▲ 단오 세시풍속에 쓰이는 창포(위 왼쪽)와 약쑥(위 오른쪽), 단오 명절음식 수리떡(아래 오른쪽)과 앵두화채(아래 왼쪽)



단오 이후는 장마가 시작되면서 습기가 많아 병이 생기거나 여러 가지 액()이 생기므로 이를 피하기 위한 풍속이 많았다. 곧 음식을 장만하여 창포가 무성한 물가에서 물맞이 놀이를 하며 액땜을 했고, 잡귀가 침범하지 못하도록 탈놀이를 했다. 그런데 단오 액땜 풍속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음식 풍속이다. 수리취떡(혹 수리떡), 앵두화채, 제호탕 등 단오 무렵 즐겨 먹던 음식은 마음과 몸의 건강을 동시에 생각한 지혜가 담겨 있다 


수리떡 : 동국세시기에 보면 "이 날은 쑥잎을 따다가 찌고 멥쌀가루 속에 넣어 반죽을 하면 초록색이 나는데 이것으로 떡을 만든다. 그리고 수레바퀴 모양의 무늬를 찍어 빚는다."는 풍속이 전한다. 이것이 바로 수리떡이다. 다른 말로는 수리취 절편또는 차륜병(車輪餠)’이라고도 한다 


약떡 : 단오 전날 밤이슬을 맞혀 두었던 여러 가지 풀을 가지고 단옷날 아침에 떡을 해먹었다. 

 

앵두화채 : 단오의 제철 과실에는 앵두, 오디, 산딸기가 있다. 앵두는 한방에서 위를 보호하고 피를 맑게 하는 효능이 있으며, 단오 무렵 무더위로 허덕일 때 입맛을 돋워 주는 음식 재료로 쓰인다. 앵두로 만든 화채는 앵두 씨를 빼고 꿀에 재었다가 다시 꿀물에 넣은 것이다 


제호탕(醍瑚湯) : 덜 익은 매실을 짚불 연기에 그을려 말린 오매(烏梅)가 주재료다. 오매를 잘게 빻아 끓는 물에 가루를 넣어 마시거나 아예 꿀에 버무려 냉수에 타서 들이키면 새콤한 맛이 난다 


준치만두 : ‘썩어도 준치라는 말의 그 준치를 가지고 만든 만두. 옛날에는 단오 무렵 준칫국을 많이 끓여 먹었다고 하는데 생선을 싫어하는 아이들의 영양식으로 좋다. 갖은 양념을 하여 재워 둔 준치 살과 쇠고기를 두부, 오이와 함께 밀가루와 녹말가루를 입혀 삶아서 초장에 찍어 먹어도 좋고, 장국에 넣어 먹으면 훌륭한 여름철 보양식이 된다.

 

단오의 민속놀이, 그네와 씨름  


단오의 대표적인 놀이는 그네뛰기와 씨름이다 

 

그네뛰기 : 조선 후기의 화가 신윤복의 <단오풍정(端午風情)>에 부녀자들이 그네 뛰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네뛰기를 큰 행사로 할 때는 통나무를 양쪽에 세우고 그 위에 통나무를 가로질러 묶은 다음 그넷줄을 메는 '땅그네'로 했다. 종목은 '높이뛰기', 그네 앞에 장대를 세우고, 장대에 방울을 달아놓아 발로 차도록 하는 '방울차기', 두 사람이 마주 올라타고 뛰는 '쌍그네뛰기'가 있었다 


씨름 : 종류에는 왼씨름, 오른씨름, 띠씨름 세 가지가 있다. 오른손으로 상대방의 허리를 쥐고 왼손으로 상대방의 샅바를 잡는데 이것을 바른씨름(오른씨름)이라 하며, 경기도와 전라도 지방에서 주로 했다. 손잡는 것이 반대인 것을 왼씨름이라 하는데 함경, 평안, 황해, 경상, 강원도 등에서 했고, 띠씨름은 허리에다 띠를 매어 서로 잡고 하는 씨름인데 '허리씨름' 또는 '통씨름'이라 하며 주로 충청도에서 했다. 이렇게 따로 치르던 씨름은 1931년 제2회 전조선씨름대회부터왼씨름한 가지로 통일되었다. 따라서 현재 대한씨름협회가 주관하는 모든 씨름 경기와 각 학교에서 가르치는 씨름은 왼씨름이다 
 

  

                                 ▲ 단원 김홍도의 씨름도



우리나라는 예부터 단오절에 '단오제''단오굿' 행사를 했다. 그러던 것이 조선총독부의의 문화 말살정책과 대한제국 이후 신파연극이나 영화 등에 밀려 현재는 거의 사라졌다. 강원도 강릉지방의 강릉단오굿, 법성포 단오제 등이 우 명맥을 잇고 있다. 다만, 북한은 해마다 단오를 민속명절이라 하여 휴식일로 정하고 하루를 쉬게 하고 있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