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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두, 불편했던 이웃과 함께 웃는 날

[서울문화 이야기 28]

[그린경제/얼레빗=김영조 기자]  우리 겨레의 4대 명절은 설날, 단오, 한식, 한가위를 말한다. 이 밖에도 정월대보름, 초파일, 유두, 백중, 중양절, 동지도 명절로 지냈다. 하지만, 이제 유두와 백중(百中), 중양절 따위는 잊은 지 오래다. 유두에 유두국수를 먹고,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고, 유두천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세시풍속은 이제 아쉽게도 거의 사라져 버렸다. 

1) 물맞이하는 날 

유두는 '동류두목욕(東流頭沐浴)'의 준말인데 이는 동방의 원기가 가장 왕성한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는다는 뜻이다. 이렇게 머리를 감고 목욕을 하면 액을 쫓고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졌다. 신라 때는 유두를 이두문자로 '소두'(머리 빗다), '수두'라 썼다. 수두란 머리의 옛말 마리를 써서 물마리라는 말인데 '물맞이'라는 뜻이다. 요즘도 신라의 옛 땅인 경상도에서는 유두를 '물맞이'라 부른다. 유두는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을 맞았다는 말에서 유래하였다고 본다 

   
▲ 유두의 풍속이 기록된 최남선의 ≪조선상식(朝鮮常識)≫ 풍속편 표지

유두에 관한 기록을 보면 신라 때부터 명절로 지낸 것으로 짐작된다. 13세기 고려 희종 때 학자 김극기의 김거사집(金居士集)"동도(東都), 곧 경주의 풍속에 615일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아 액()을 떨어버리고 술 마시고 놀면서 유두잔치를 한다."라는 기록이 있다. 근대에 보면 최남선의 조선상식(朝鮮常識)풍속편에 여자들의 물맞이 장소로 서울의 정릉 계곡, 광주의 무등산 물통폭포, 제주도의 한라산 성판봉폭포 따위를 꼽았다. 이승만의 풍류세시기에는 그밖에 소나무숲과 물이 좋은 악박골, 사직단이 있는 활터 황학정 부근과 낙산 밑 따위가 좋은 곳이라 했다. 이렇게 근대까지도 유두는 분명 우리의 명절이었다. 


. 불편한 이웃과 함께 웃는 날 유두


유두천신(流頭薦新) 유두연(流頭宴)  

유두천신은 유두의 대표적인 풍속이다. 이는 유두날 아침 유두면, 상화떡, 연병, 수단(水團), 건단(乾團)과 피, , , 콩 따위의 여러 가지 곡식을 참외나 오이, 수박 등과 함께 사당에 올리고 제사를 지내는 것을 말한다. 효심이 강했던 옛날에는 새 과일이 나도 먼저 조상에게 올린 다음 먹었다. 논의 물꼬와 밭 가운데에 차려놓고 농사신에게 풍년을 비는 고사를 지냈다. 그리고 논밭에 음식물을 묻은 다음 제사를 마쳤다.

선비들은 이 날 술과 고기를 장만하여 계곡이나 정자를 찾아가서 시를 읊으며 하루를 즐기는 유두연(流頭宴)’을 했다.


   
▲ 퇴계 종가의 유두천신 제사 상차림(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유두국수 : 유두의 대표 음식. 유두국수는 햇밀로 국수를 만들어 닭국물에 말아먹는데, 수명이 길어진다고 믿었다. 그리고 유두국수를 참밀 누룩으로 만들면 '유두국'이라 하였고, 구슬 같은 모양으로 만들어 오색으로 물들인 후 세 개씩 포개어 색실에 꿰어 몸에 차거나 문에 매달면 액을 막는다고 했다.
수단(水團) : 찹쌀과 밀가루로 흰떡처럼 빚어서 냉수에 헹구어 물기가 마르기 전에 꿀물에 넣고 실백잣을 띄운 것이다.
편수 : 밀가루 반죽을 얇게 밀어 호박이나 오이 채 썬 것을 넉넉히 넣고 찌거나 차가운 장국에 띄워 먹는 음식.
밀쌈 : 밀전병을 얇게 부쳐서 오이, 버섯, 고기 등을 가늘게 채 썰어 볶아 넣거나 깨를 꿀에 버무려 넣은 것.
상화떡(霜花餠) : 밀가루를 누룩이나 막걸리로 반죽하여 부풀려 꿀팥으로 만든 소를 넣고 빚어 시루에 찐 것.
건단(乾團) : 꿀물에 담그지 않고 그냥 먹는 경단 같은 떡.
미만두 : 더운 계절에 먹는 만두로 해삼 모양으로 빚어 찌거나, 냉국에 띄워 먹는데 궁궐에서는 규아상이라 불렀다.
구절판 : 아홉 칸으로 나눈 그릇에 각각의 밀쌈 음식이 담아 나오는 것.


   
▲ 유두 명절음식들(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구절판, 밀쌈, 상화병, 편수, 미만두(규아상)


3)
유두는 불편한 이웃과 같이 웃는 날 

유두에는 식구, 친지나 일을 같이할 사람과 동쪽으로 흐르는 맑은 물을 찾아가 머리를 씻고, 술을 돌려 마심으로써 공동체임을 확인한다. 그래서 이 풍속을 다산 정약용은 ''의 뿌리로 보고 있다. 특히 유두는 식구나 친지뿐만 아니라 불편한 이웃과 갈등을 깨끗이 풀고 하나가 되는 아름다운 명절이다. 평소 미워하던 사람과 같이 머리를 감으면서 화해를 하는 것이다. 이제 현대인들이 유두를 명절로 지내지는 않더라도 이 날의 의미를 새기며 불편한 이웃과 웃을 수 있는 하루를 만들면 얼마나 좋을까?


 <특정한 날에 오는 비, 유두비태종우광해군의 비견우직녀의 비삼복우남강우> 

우리 겨레는 특정한 날에는 반드시 비가 내린다고 생각했다. 즉 음력 510일은 꼭 비가 내리는데, 이는 태종임금의 비, '태종우'로 풍년이 든다고 믿었다. 제주도에서는 71일 내리는 비는 이곳에 유배되어 가시울타리 속에서 죽은 광해군의 한이 맺혀 내리는 것이라 한다. 칠석날에는 견우직녀의 비가 내린다 하고, 삼복에 내리는 비를 '삼복우', 음력 629일 진주지방에 내리는 비를 '남강우'라 한다.  

이처럼 유두에도 비가 온다고 하는데, 비가 내리면 연 사흘을 내린다. 유두날은 연중 집안에 갇혀 살아야 했던 부녀자에게 이날 하루는 나들이가 허락되는 날인데, 비가 내려 외출을 못하면 나들이를 못한 여자들의 한이 커져서 사흘이나 비가 내린다고 여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