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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대업의 장 96회

[한국문화신문 = 유광남 작가]  원균은 갑옷으로 무장하며 내심 이를 부드득 갈았다. 도원수 권율에게 당한 치욕은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겨질 것이었다. 형틀에 묶여서 수많은 나인들이 보는 가운데서 곤장을 맞다니!

‘빌어먹을 영감 같으니라고.’

욕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 영감이 더위를 먹지 않고서야 그리 광분할 리가 있나? 왕의 총애를 받고 있는 신임 삼도수군통제사를 이리 엿 먹일 수가 있는가 말이다.’

분노가 끓어올라서 내리 이틀 간 술을 퍼 마셨다. 머리도 지끈 거리고 속도 거북했지만 더 이상 군령을 거역 할 수는 없었다. 원균이 무장을 끝냈을 무렵에 만호 김경호가 숨을 헐떡이며 들어왔다.

“장군, 전 통제사께서 납시었습니다.”

원균은 처음에 잘못 들었을 것으로 생각하였다. 전 통제사라면 이순신을 호칭하는 것이 아닌가. 이순신은 백의종군의 신분으로 도원수부의 명령을 대기하고 있어야 마땅했다. 자신이 불렀던 전라우수사 이억기장군이나 충청수사 최호장군 보다 그가 먼저 온 까닭은 없었다.

“이순신장군이 왔다고?”

“그러합니다.”

원균은 고개를 갸웃 거렸다. 별로 대면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도원수부의 치욕이 원균을 아직 지배하고 있었다.

“만나고 싶지 않구나. 돌아가시라 전하라.”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때 이억기와 최호장군 일행이 도착하여 이순신과 함께 원균의 집무실로 몰려왔다

“원수사, 우리가 왔소이다.”

“마침 이장군도 원수사를 만나기 위해 오셨다고 하더군요.”

원균은 마뜩치 않은 시선으로 이순신을 바라보았다. 이순신은 평소보다도 더 야윈 몰골이었다. 하지만 눈빛만은 투명하리만치 반짝였다.

“원수사, 얼마나 노고가 심하십니까?”

원균은 술기운으로 충혈 된 시선으로 이순신의 일신을 훑어보았다.

“의금부의 추국(推鞫)이 생각보다도 무디었던 모양이군요. 멀쩡하십니다.”

“걱정해주신 덕분이 아니겠소이까.”

원균은 손짓으로 그들에게 의자를 권하면서 빈정거리듯이 내뱉었다.

“솔직 합시다. 우리가 그런 관계는 아니지요.”

이순신을 정식으로 지목하여 반감을 드러낸 것이었다. 우수사 이억기와 충청수사 최호가 오히려 불편한 심정이었다. 이순신은 의외로 담담한 모습이었다.

“예전에는 그랬을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외다.”

“어째서 그렇소? 백의종군 신분이 되니 마음까지 그렇게 변하신 거요?”

“하하하, 옥살이를 하고 상감의 하해와 같은 성은으로 무사히 살아나오게 되었으니 이제 내 삶은 덤이 아니겠습니까.”

원균이 우직하게 물었다.

“그리 생각하시오?”

“암요. 그래서 과거의 부질없는 욕심은 깨끗하게 내려놓았습니다. 삼도수군의 통제사나 전라좌수사 그 모든 것을 털어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