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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 대업의 장 99회

[한국문화신문 = 유광남 작가] 원균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물론 백의종군의 신분으로 자신이 근무하던 통제영으로 돌아와서 승선을 요구하는 것은 애초에 무리였다.

“장군, 다음에 기회가 있을 것이요. 반드시.”

충청수사 최호가 이순신을 위로했다. 그들은 이순신이 왜 이토록 구차하게 매달리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다시 만납시다. 장군!”

왕실의 종친인 이억기 장군의 손이 이순신의 팔목에 감겼다. 언제나 바다에서 단련된 단단함이 느껴졌다. 이순신이 내심 중얼거렸다. ‘나의 근심이 단순한 우려였기를 바라오.’ 그들 수사들과 석별의 정을 나누었으나 원균은 그대로 대장선으로 올랐다. 원균의 대장선박의 신호에 따라서 미리 대기 중이던 판옥선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수년간 이순신이 성취해 놓은 걸작 함대였다. 130여 척에 달하는 대함대는 이제 원균의 손에 의해서 기동을 하고 정박을 하며, 또 때로는 돌격을 감행하고 함포를 사격할 것이었다.

판옥선 하나하나에 이순신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은 없었다. ‘외롭다!’ 이순신은 불현 듯 텅 빈 통제영에 자신만 남아 있는 것에 대해서 울적한 기분이 들었다. 분명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은 저 멀리 파도를 거슬리며 선두에 항해중인 대장 판옥선이어야 했다. ‘그래.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바다의 물길이 바뀌는 것은 시간이 되어야 한다. 언제고 다시 나의 때가 올 것이다.’ 이순신은 그렇게 마냥 바다를 바라보면서 함대가 점이 되어 사라질 때까지 바위마냥 꼼짝도 않고 서있었다.

   
 

* * * 이순신은 이틀을 한산도에 머물렀다. 조선의 수군 함대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원하면서 텅 비어 있는 통제영을 오락가락 했다. 꿈자리도 뒤숭숭하여 새벽 바다에 몇 차례 달려 나오기도 했었다. 통제영을 지키기 위해 남아 있던 병사(兵士) 중에 누군가가 음식물을 갖다 주었다. 보리죽에 된장과 오이였다. 이순신은 병사의 성의를 생각하여 그것을 먹었다. 이상하게도 오이가 썼다. 요기를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다시 바닷가로 나왔다. 함대가 모두 무사히 회항해야 한다. 그것은 이순신이 정성을 다해 조련(調練)했던 무적의 조선 함대였다. 오이의 쓴 맛처럼 입 안이 썼다.

‘나의 함대다! 내 손으로 제조한 조선 함대는 남해를 수호하고 동해를 장악할 것이다.’ 그러나 곤장을 맞고 오기로 출전한 원수사에 대해서 불안감이 계속되고 있었다. 바닷가의 갈매기가 연방 울어대고 있을 때 저만치서 판옥선 한 대가 횡으로 가로 지르며 한산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장군님!” 판옥선 위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울려왔다. 자세히 보니 이순신을 측근에서 보필하던 군관이며, 첨사, 중위장 등이었다. 특히 반가운 얼굴은 동명(同名)의 첨사 이순신과 송희립, 그리고 정경달과 나대용이 온통 눈물로 범벅이 되어 목 놓아 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