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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영웅의 장 105회

[한국문화신문 = 유광남 작가]  김충선은 비록 어이가 없었지만 반드시 성공해야 할 이유가 더 명백해졌다. 이것은 자신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었다. 그와 더불어 여기까지 도착했던 이들 병사들의 목숨도 걸어야 할 판이 아닌가.

“다녀오리다.”

김충선은 그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고는 재빠르게 어둠속으로 몸을 감추었다. 김충선의 행동이 얼마나 민첩했던지 남아있는 병사들은 순식간에 그의 종적을 놓치고 말았다.

“비호가 따로 없군.”

건주여진의 병사들은 일제히 혀를 찼다. 그들은 각자 몸을 엄폐(掩蔽)하고는 기도하는 심정으로 김충선이 성공하고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충선은 조총을 휴대하기 용이하게 분해하여 군장에 숨기고 날렵하게 어두운 들판을 걸었다. ‘저격을 하기에는 마땅하지 않다. 아무래도 직접 부딪쳐서 결판을 내야하겠지.’ 김충선은 가급적 자세를 낮추어 사방을 경계하면서도 보폭은 매우 빠르게 이동을 하고 있었다. ‘여러 부족들이 돕기 위해 모였다면 서로에 대해서 아직은 낯이 설을 것이다. 이 점을 노려야 한다.’

김충선은 예허부족을 돕기 위하여 파견 된 다른 부족의 병사로 위장하여 잠입 할 생각이었다. 때마침 일단의 병사들이 우마차에 잔뜩 곡식 가마니를 싣고 이동하는 장면이 포착되었다. 차림새로 미루어 예허부족인지 아니면 다른 부족인지가 불분명 했다. ‘마침 하늘이 돕고 있구나.’ 병사들은 횃불을 높이 치켜들고 우마차의 앞과 뒤에 포진(鋪陳)되어 전진하고들 있었다.


   
 
김충선은 후미에 귀신처럼 따라 붙어서 맨 뒤에 쳐진 여진족 병사를 목표로 삼았다. 그 병사는 발에 물집이 터졌는지 한쪽 다리를 쩔룩이고 있었다. 김충선은 소리 없이 뒤편에서 달려들어서 병사의 입을 틀어막고는 비수로 상대의 목을 그었다. 전광석화(電光石火)와 같은 숙련된 솜씨였다. 식량 원조 우마차를 경계하는 여진족들은 어떤 소리도 듣지 못하였다. 김충선은 즉각 여진족 병사로 둔갑하였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한다.' 식량을 잔뜩 실은 우마차는 별다른 제지 없이 입구의 목책 경계를 하는 병사들을 통과하여 점차 중앙의 막사를 향해 접근해 갔다. 김충선은 적당한 장소에서 그들 우마차 일행에서 빠져 나왔다. 영내(領內)는 약간 소란스러운 분위기였다. 병사들끼리 주고받는 잡담이 그럴 듯하게 울렸다.

“건주여진에서 공격을 보류 했다고 하더군.”

“그 작자들이 어째서?”

“영문을 알 수 없지만....혹시 각 부족이 연합해서 공격에 대비 한다고 하니 두려워진 것 아닌가?”

“누르하치가 그렇다고 포기 할 칸이 아니야.”

“아니라면 어떤 기막힌 전략이라도 구상한 것인가?”

그들은 때로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낄낄 거렸다. 김충선은 본영을 찾아서 전진했다. 건주여진의 공격이 보류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다소 긴장을 늦추고 여유를 가질만한 시간이었다. 김충선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다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