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 = 정석현 기자] 호림박물관 신사분관에서는 오는 6월 30일까지 조선시대 나전칠기를 중심으로 한 목공예품을 선보이는 <조선의 나전_오색찬란>전(展)을 연다. 나전(螺鈿)은 전통 목공예품의 대표적인 꾸밈 기법 중 하나로서 검은 색의 옻칠을 한 나무 표면에 새긴 무늬대로 전복이나 자개패를 오려내어 붙이거나 박아 넣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나전칠기는 고려와 조선시대 전반에 걸쳐 유행하였는데 특히 조선 후기인 18, 19세기에는 사용 계층의 확대와 더불어 장식기법이 도안(圖案) 무늬에서 사군자 · 민화 등에서 소재를 빌려온 회화(繪畵) 무늬까지 다채로워지는 경향을 보인다. 이렇게 만든 나전칠기는 나전 무늬 특유의 영롱하면서도 오색찬란한 빛깔이 검은 옻칠 표면을 화려하게 수놓으며 배치된 공간의 분위기를 화사하게 만든다.
이에 호림박물관에서는 영롱한 빛이 아름다운 나전(螺鈿), 화려한 채색이 강조되어 여성의 공예품으로 사랑받은 화각(華角), 그리고 바다거북의 등껍질과 상어의 가죽으로 제작한 대모(玳瑁) 및 어피(魚皮)를 ‘오색찬란’의 프레임을 통해 조선시대의 화려한 공예 문화에 대해 새롭게 조명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의 구성은 조선 후기에 제작된 목공예품들을 크게 <목(木) 나전을 입히다>와 <목(木) 색을 더하다>로 나눌 수 있다. <목, 나전을 입히다> 마당에서는 사군자(四君子), 화조(花鳥), 길상문자(吉祥文字), 장생(長生), 산수인물(山水人物) 따위 나전 문양이 섬세하게 장식되어 마치 한 편의 회화 작품을 보는 것 같은 작품들을 중심으로 선보인다. 더불어 그간의 목공예 전시에서 볼 수 있었던 단순 진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현대적인 감각의 전시 디자인을 시도하여 관람의 재미를 더욱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조선 시대에 쓰인 목공예품을 보면 배치되는 공간에 따라 장식의 성격이 달라지는 경향을 지니고 있었다. 안방의 경우는 가정의 화목을 도모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보다 색이 밝고 화사한 것을 선호하였으며, 이에 따라 나전의 문양도 한층 화려한 느낌을 주는 것이 대부분이다. 사대부의 학문 공간인 사랑방은 학문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화려한 장식의 공예품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 초점을 맞추어 <목, 색을 더하다> 마당에서는 나전뿐만 아니라 화각, 대모, 어피 등 다양한 소재의 목공예품들을 남성과 여성의 생활 용품으로 구분하여 전시하였다. 아울러 조선시대 목공예품 관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서울역사박물관, 숙명여자대학교박물관 등 다른 기관의 소장품도 빌려 함께 선보였다.
이처럼 호림박물관 특별전 <조선의 나전_오색찬란>에서는 조선시대 사람들의 생활 속에 녹아있는 미의식을 전반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조선시대의 미술은 그동안 문인화와 백자 · 분청사기를 중심으로 담박(淡泊)하고 간결한 면이 주로 강조되어 왔으나 이번 전시를 통해 ‘오색찬란함’을 추구했던 미의식의 일면도 엿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목(木) 나전을 입히다(제1전시실)
나전(螺鈿)은 전통 목공예품의 대표적인 꾸밈 기법으로, 무늬대로 오려 낸 자개를 기물(器物)의 표면에 붙이거나 박아 넣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이 기법은 늦어도 고려 초기에 시작하여 지금까지 명맥이 이어져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그만큼 나전은 우리 전통공예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높고 사람들에게 널리 사랑받았다. 검은 옻칠 바탕에 새겨진 자개의 영롱(玲瓏)하고도 오색찬란(五色燦爛)한 화려한 빛깔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정성껏 오려낸 자개로 그려낸 무늬는 단순간결하게 도안화(圖案化)된 것에서부터 세밀하게 회화식(繪畵式)으로 표현된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전시 유물은 고려와 조선 전기의 나전 전통을 계승하여 발전시킨 조선 중,후기에 만들어진 것들이다. 이 시기는 나전이 성행한 시기로 장식기법과 장식소재가 더욱 다양화되었다. 줄음질, 끊음질, 모조법, 타발법으로 장식된 사군자(四君子), 화조(花鳥), 길상문자(吉祥文字), 장생(長生), 산수인물(山水人物) 따위 다양한 무늬에서 나전의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목(木) 색을 더하다(제2전시실)
조선의 목공예는 자연스런 나뭇결의 아름다움과 이상적인 비례미(比例美)에 조형 기반을 두고 있어 예술적 가치를 높이 평가받고 있다. 아울러 다채로운 색(色)과 다양한 장식기법이 시도된 목공예는 고유의 자연미(自然美)뿐만 아니라 화려한 조형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나전(螺鈿)은 검은 칠과 붉은 칠 바탕에 자개를 꾸며 영롱한 빛깔이 화려한 장식미를 드러낸다.
바다거북 등껍질과 상어 가죽을 사용하여 장식하는 대모(玳瑁)와 어피(魚皮)는 이색적인 장식기법으로, 두 가지 재료는 단독으로 사용되기보다 나전 장식의 보조로 활용되었다. 이외에도 소뿔을 얇게 켜 다양한 문양을 화려하게 채색한 화각(華角)은 부드럽고 화사한 분위기를 자아내어 여성용품에 애용되었다. 전시 유물을 통해 조선 후기에 화려하게 꽃피운 목공예품의 다양한 세계를 한 눈에 조망해볼 수 있다.
찾아가는 길
1) 지하철 분당선 + 도보 10분
압구정로데오역 5번 출구 -> 학동사거리 방면 400M 직진 -> 우회전 -> 신사역 방면 200M 직진 -> 호림아트센터 입구
2) 지하철 3호선 + 버스
신사역 1번 출구 -> 145번, 440번, 4212번 버스 환승 -> 호림아트센터 정류장 하차
3) 지하철 7호선 + 버스
강남구청역 4번 출구 -> 3011번 버스 환승 -> 호림아트센터 정류장 하차
▶ 주차 시설
호림아트센터 지하 2~4층에 주차장이 마련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