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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조선시대 사대부들 여행물품 구경갈까?

[한국문화신문 = 전수희 기자] 모자, 선글라스, 세면도구, 속옷, 양말, 휴대폰 충전기, 비상약…. 편안하고 여유로운 여행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준비물이 필요하다. 편의시설이 곳곳에 즐비한 오늘날에도 집에서 챙겨야 할 필수품이 은근히 많다.

그렇다면 시간을 거슬러 100여 년 전에는 여행 준비물로 어떤 물건이 필요했을까? 경기도박물관에서는 매달 문화가 있는 날! 기념 <이달의 유물-4월>로 요즘의 여행 준비물 목록이라 할 수 있는 ‘행구건기’를 선보인다. 행구(行具, 여행에 필요한 물건)를 적어놓은 문서라는 뜻이다.

사진 속의 <행구건기>는 2011년 용인이씨 문중으로부터 기증받은 유물이다. 표지에 적힌 ‘경진 6월 일(庚辰六月 日)’이라는 글귀로 미루어 고종 17년(1880)에 작성하여, 이돈상(李敦相, 1815~1882)과 그의 아들 이필영(李弼榮, 1861~1928)이라는 분이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 19세기 조선 사대부의 여행 준비물을 살펴보자.

   
▲ 약저울

문서에 적어 놓은 당시의 여행 준비물은 다음과 같다. 지갑(紙匣)·약저울(藥衡)·차주전자(茶罐, 차보자기 포함)·요강(溺江) 2개·타구(唾具)·재떨이(灰板)·놋대야(鍮大也)·요(褥)·베개(枕)·담뱃대(烟臺) 3개·갓 터는 솔(刷子)·나막신(泥鞋)·거울(面鏡)·안경·빗접(梳貼)·돗자리(寢席)·모기장(蚊帳)·벌레 막는 도구(蝎粧板)·안식향(安息香)·만수향(萬壽香)·편지지(簡紙) 100폭·휴대용 벼루(行硯)·휴대용 붓(簡筆)·양털로 만든 크고 작은 붓(羊毫筆) 9자루·닥나무로 만든 두루마리 종이(唐周紙)·참먹(眞玄)·평안도 산 담배(西草) 100매·쇠기름으로 만든 작은 초(小肉燭) 10판·달력(曆書)·태극도(太極圖)·탕건·망건·청서육화탕(淸署六和湯)·춘위탕(舂胃湯) 등 30여종의 몸을 보호하는 약재, 간장류(常用醬) 3병·된장(眞醬) 등 16종의 식사준비를 위한 재료, 식기·대접·접시 등 식사도구 13종이다.

 

   
▲ 놋대야

준비물 중에는 혹시 모를 캠핑(야영)에 대비한 듯 돗자리·모기장·벌레 막는 도구 등과 요· 베개·대야 등의 세면도구와 침구도 보인다. 여행지에서 보고 겪은 일을 적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보낼 편지를 쓰기 위한 벼루·붓·종이·편지지·먹 등도 있다.

타구와 요강으로 미루어 가마를 타고 떠난 여행인 듯싶다. 타구는 침이나 가래를 뱉던 그릇을 말한다. 요강은 30~4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흔히 사용하던 생활용품으로 주로 밤에 방안에 두고 오줌을 누었던 실내용 변기이다. 여성들이 가마로 이동할 때에도 사용하였는데, 사대부들이 여행 갈 때에도 챙겼던 것 같다.

   
▲ 갓솔

망건은 상투를 틀 때 머리카락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이마에 둘렀던 것이다. 탕건은 망건 위에 쓰던 쓰개[관모 冠帽]로 사대부들이 평상시에 착용하였다. 마지막으로 비상약재와 식사재료, 식사도구 등은 수량까지 꼼꼼히 기록하였다.

 요즘의 준비물과는 차이가 많지만 조선시대 사대부들의 캠핑가방을 들여다본 듯한 재미가 쏠쏠하다. 따뜻한 햇볕과 바람이 좋은 4월! 지금까지 묵묵히 달려온 나에게 그리고 우리 가족에게 ‘여행’이라는 특별한 선물을 안겨주는 건 어떨까.

기간/ 2015.03.25(수) ~ 2015.04.26(일)

장소/ 경기도박물관 상설전시실(역사실 앞)
전화:031-288-5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