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 = 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악곡 이름으로서의 염불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현악이나 관악, 평조회상 등 영산회상에 들어있는 구성곡의 하나인데, 관악영산회상 제6곡이 <염불도드리>란 점, 궁중무용이나 민속무용의 반주음악으로 쓰이고 있다는 점, 승무의 반주 음악인 <긴염불>, <반염불>과는 6박자의 도드리 장단과 음계, 향피리를 사용한다는 공통점이 있으나, 악곡의 길이와 잔가락, 장식음은 다르다는 점을 이야기 하였다.
또 <염불도드리> 중에서 일부분을 발췌하여 이를 느리게 연주하면서 거기에 잔가락이나 장식음을 넣은 악곡이 긴염불이고, 이 곡조에서 잔가락을 덜고 골격음 위주로 빠르고 간결하게 연주하면 반염불이 된다는 점, 이들 3곡은 6박의 도드리 장단으로 (쌍)雙-2박, 편(鞭)-1박, 고(鼓)-1박, 요(搖)-2박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동일한 형태의 장단 반복은 지루하고 단순하기 때문에 실제의 활용은 10여종의 다양한 변형장단을 구사한다는 점, 그렇다고 해서 장고연주자 임의의 변화형은 아니고, 특정 가락에 해당되는 정해진 변형장단을 구사한다는 점 등을 이야기 하였다.
![]() |
||
일반적으로 정악곡의 변화형 장단은 선율에 따른 변형의 형태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어떤 고수가 친다고 해도 그 장단형은 동일하다. 민요나 판소리의 고수가 가락에 따라, 또는 대목에 따라 달리 치는, 즉 고수가 임의로 만들어 치는 즉흥적인 변화형 장단형과는 그 성격이 다른 것이다.
긴염불과 반염불의 관계처럼 전통 국악곡 중에는 서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는 악곡들이 의외로 많다. 그 대표적인 예가 영산회상과 평조회상, 관악영산회상의 관계라 하겠다. <본령(本令)>이라는 곡을 풀어서, 곧 가락을 넣고 이를 길게 늘여서 연주하는 <해령(解令)>이라는 곡도 그러하고 <보허자>라는 곡에서 파생된 <미환입>이라는 곡도 그러하다.
또한 미환입을 한 옥타브 올려서 연주하는 <세환입>의 관계나, 세환입에서 2개의 음을 뽑아 놓고 그 앞에 장식음을 넣는 <양청환입>이나 이 곡을 타령장단으로 연주하는 <우조가락환입>의 관계 등이 그러하다. 그런가 하면 가곡의 경우에도 <이수대엽>에서 파생된 <중거>, <평거>, <두거> 등의 관계나 평조의 노래를 계면조 노래로 변조하는 등, 양곡이 서로 깊은 관계를 지니고 있는 곡은 허다하다.
![]() |
||
민간 대풍류에서 승무를 비롯한 춤의 반주음악으로 널리 쓰이고 있는 긴염불과 반염불이라는 음악도 서로 상관관계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 이름부터가 상당한 관계를 연상하는 이름이다. 긴염불의 장단을 반으로 줄였다고 해서 반염불이라는 이름이 생겨난 것인지? 아니면 긴염불의 박자를 반으로 줄였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인지 불분명하다.
그런데 이를 연주하는 연주자들이나 대부분의 무용수들은 긴염불이라는 곡을 먼저 만들어 쓰고 있다가 후에 상대적으로 빠르게 연주하는 반염불을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반대로 빠른 곡이 원곡이고, 이를 길게 늘려 연주하는 긴염불이 변형이라고 하겠다. 그 이유는 긴염불이라고 하는 곡조는 그 어떤 문헌에도 이름이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반염불이라고 하는 곡조는 그 가락이나 박자가 관악영산회상의 염불가락과 흡사하다는 점이다. 마치 종묘제례악에서 초헌의 <희문(熙文)>이라는 원래의 곡조를 길게 느리고 가락을 첨가하여 <전폐희문>이라는 악곡을 만든 예와 같다.
곡명 사용에 있어서도 쓰는 사람마다 각양각색으로 혼란스러워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긴염불을 <염불>, 또는 <염불타령>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또한 반염불을 <염불>, <도드리>로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국립국악원에서는 느리게 연주할 때에는 염불과 분리해서 아명처럼 <헌천수(獻天壽)>라는 이름으로 쓰고 있으며 반염불이라는 이름은 쓰지 않고 도드리라는 이름으로 쓴다. 헌천수는 주로 단소나 피리 등, 관악기의 독주음악으로 쓰이고 있다.
이 곡들이 언제부터 승무를 비롯한 춤음악이나 무속음악 등에 폭넓게 쓰였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염불이라는 곡명 앞에 ‘긴’ 또는 ‘반’의 접두어가 붙어 있는 것으로 미루어 염불의 연주형태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음은 분명하다. 관악영산회상의 <염불도드리>와도 관계가 깊은 것도 분명하다. 어떤 관계가 있는 곡일까?(다음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