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대흥사 북미륵암 삼층석탑 - 이 달 균 두륜산 서녘 발자국 스미듯 내려오면 남도 땅끝 지나는 새의 길을 말하리라 아직은 열반의 잠을 청할 때가 아니다 에워싼 안개엔 이끼가 묻어 있고 바위는 더 무거운 침묵으로 밤을 맞는다 잠시 전 미륵 다녀가셨나 주위 더욱 고요하다. 남도 땅끝마을 해남 간다면 맨 먼저 떠오르는 곳, 바로 대흥사(大興寺)다. 2018년 6월 30일 유네스코 제42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산사(山寺), 한국의 산지승원’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오른 명찰이다. 가람의 아름다움은 물론 13명의 대종사(大宗師)와 13명의 대강사(大講師)를 배출한 유서 깊은 절이니 귀 기울이면 부처님 목소리도 들려올 듯하다. 이 삼층석탑은 두륜산 봉우리 부근의 북미륵암에 세워져 있다. 탑신은 거뭇거뭇 돌이끼가 묻어 있으나 비교적 원형에 가까운 안정된 모습을 하고 있다. 탑 구성은 몸돌과 지붕돌이 각각 한돌로 되어 있으며, 몸돌 네 모서리엔 기둥 모양을 새겼다. 상륜부엔 머리장식 받침과 연꽃모양 장식을 했다. 이와 함께 보물 제48호인 북미륵암 마애불좌상, 서산대사 유물이 보관된 보장각, 웅진전 앞에 선 보물 제320호 대흥사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우리는 지금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큰 어려움에 부닥쳐 있습니다. 지금의 어려움은 아직 이에 대한 백신이 없다는 데 있습니다. 그런데 백신이 없었던 조선시대 후기만 해도 두창(천연두는 일본에서 유래한 이름)은 조선시대에 만연했던 여러 가지 돌림병(전염병) 가운데서도 감염률과 치사율이 매우 높았고, 낫더라도 흉한 곰보 자국을 남길 정도였고 그래서 마마라고 높여 부르기도 했습니다. 1876년 수신사를 수행해 일본에 다녀온 박영선은 일본에서 서양의학의 종두법을 소개한 《종두귀감(種痘龜鑑)》이라는 책을 가져옵니다. 그런데 자신의 조카를 비롯한 수많은 어린이가 죽는 것을 무력하게 지켜보기만 했던 지석영은 이 《종두귀감》을 읽고 두창 예방을 위한 서양의학의 방법을 배우기 위해 부산에 있는 일본 해군 소속의 서양식 병원인 제생의원에 찾아갑니다. 가난했던 지석영은 타고 갈 말 한 필을 구할 수 없어서 서울부터 부산까지 20일을 걸어갔습니다. 그리곤 해군 군의관에게서 두 달 동안 종두법을 배우고, 종두 접종을 위한 우두의 원료를 구해 가지고 와 종두법을 시행했지요. 그 뒤 지석영은 1880년 제2차 수신사의 일원으로 일본에 건너가 위생국에서 본격적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넷째 춘분(春分)입니다. 이날은 해의 중심이 춘분점 위에 왔을 때인데 흔히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고 하지요. 사람들은 춘분 무렵이 되면 봄이 왔다고 하지만, 이때는 음력 2월이라 꽃샘추위가 남아 있는 때로 "2월 바람에 김치독 깨진다", "꽃샘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라는 속담에서 보듯이 이때 한차례 남은 추위는 동짓달처럼 매섭고 찹니다. 선조들은 춘분을 '나이떡 먹는 날'이라고 했습니다. 나이떡은 송편과 비슷한 떡인데 온 식구가 모여 앉아 아이들은 크게 빚어서, 어른들은 작게 빚어서 나이 수만큼 먹었지요. 또 머슴들에게 한해 농사를 잘 지어달라고 나이떡을 빚어 먹게 했는데 그래서 '머슴떡'이라고도 했습니다. 또한, 춘분 무렵엔 '볶음콩'을 먹기도 했는데 볶은 콩을 먹으면 새와 쥐가 사라져 곡식을 축내지 않는다고 믿었지요. 天時忽忽到春分 세월은 문득 흘러 춘분 절기 왔어도 東北都無吉語聞 동북엔 좋은 소식 들려옴이 전혀 없네 山雨溪風渾漫興 산속 비 계곡 바람 부질없는 흥취이니 不如終日醉醺醺 온종일 술에 취해 지냄이 더 낫구나 조선 중기 문신 이정암(李廷馣)의 한시 ‘춘분’입니다. 봄이 왔어도 환한 소식은 없고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중요무형문화재 제69호 “하회별신굿탈놀이”에 보면 <초랭이>가 등장합니다. 초랭이는 여기서 양반의 하인으로 등장하는 인물인데 초랑이ㆍ초란이ㆍ초라니라고도 합니다. 이 초랭이는 무색 바지저고리에 쾌자((快子, 옛 군복의 일종으로 등 가운데 부분을 길게 째고 소매는 없는 옷)를 입고 머리에는 벙거지를 씁니다. ‘방정맞다 초랭이 걸음’이라는 말처럼 점잖지 못하게 까불거리며 촐랑거리는 역을 하지요. 춤을 출 때도 활달하고 생동감 있게 움직입니다. 초랭이탈은 하회탈 가운데 가장 작은 20×14cm에 불과한데 광대뼈는 입매를 감싸면서 왼편은 위쪽이 툭 불거져 있고 오른편은 아래쪽이 곡선의 볼주름을 이룹니다. 그리하여 왼쪽 입매는 화난 듯 보이지만 오른쪽은 웃는 모습이 되어 기가 막힌 불균형입니다. 또 앞으로 툭 불거져 나온 이마, 올챙이 눈에 동그랗게 파여 있는 동공(瞳孔-눈동자), 끝이 뭉툭하게 잘린 주먹코, 일그러진 언챙이 입을 비롯하여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는 온갖 못생긴 것을 한데 모아놓은 듯한 얼굴이지요. 초랭이는 놀이에서 여인과 놀아나는 중을 비난하고, 양반과 선비를 우스갯거리로 만듭니다. 특히 양반과 선비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무궁화를 조선의 명화라 하지만은 사실로는 진달네(杜鵑花)가 조선의 대표명화와 가튼 감이 잇다. 진달네는 색깔이 아름답고 향취가 조흘뿐 안이라 전조선 어느 곳이던지 업는 곳이 업서서 여러 사람이 가장 넓히 알고 가장 애착심을 가지게 되는 까닭에 조선에 잇서서 꼿이라 하면 누구나 먼저 진달네를 생각하게 된다. 조선의 봄에 만일 진달네가 업다면 달업는 어두운 밤이나 태양 없는 극지(極地)보다도 더 쓸쓸하고 적막하야 그야말로 ‘춘래불이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으되 봄 같지 않구나)’을 늣기게 될 것이다." 위는 일제강점기에 나온 잡지 <별건곤> 제20호(1929년 4월 1일)에 실린 이야기입니다. 머지않아 산에는 진달래로 뒤덮일 것입니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듯이 진달래 꽃잎이 휘날리면 보는 이의 맘을 싱숭생숭하게 만듭니다. 이 우리 겨레의 꽃 진달래는 다른 이름으로 참꽃 또는 두견화라고도 하는데 이 꽃잎을 청주(淸酒)에 넣어 빚은 술을 두견주라고 부르지요. 진달래술, 곧 두견주는 꽃의 향기뿐만 아니라, 혈액순환개선과 혈압강하, 피로회복, 천식, 여성의 허리냉증 등에 약효가 인정되어 신분의 구별 없이 가장 널리 빚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 이하 문체부)와 국립국어원(원장 소강춘, 이하 국어원)은 코로나19와 관련해 국민이 이해하기 쉽도록 어려운 외국어 ‘드라이브스루’를 쉬운 우리말 ‘승차 진료(또는 승차 검진)’로 제시했다. 승차 진료(드라이브스루)는 코로나19 확진 여부를 알기 위해 차에 탄 채 안전하게 문진ㆍ검진ㆍ검체 채취ㆍ차량소독 등을 하는 것으로 환자와 의료진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검사시간을 줄여 신속하고 안전하게 검사할 수 있다. 국내에서 2020년 2월부터 시행한 제도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있는 외국 정부와 해외 주요 언론으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이밖에도 국어원은 새말 모임을 통해 ‘코호트 격리→동일 집단 격리’, ‘팬데믹→(감염병) 세계적 유행’, ‘에피데믹→(감염병) 유행’, ‘비말→침방울’, ‘진단 키트→진단 도구(모음), 진단 (도구) 꾸러미’, ‘의사 환자→의심 환자’ 등을 제안한 바 있다. 앞으로도 문체부는 어려운 외국어 대신에 국민이 알기 쉬운 우리말 사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해 나갈 것이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 이하 문체부)와 국립국어원(원장 소강춘, 이하 국어원)은 ‘패닉 셀링’과 ‘블라인드 펀드’를 대체할 쉬운 우리말로 ‘공황 매도’와 ‘투자처 미특정 기금’을 뽑았다. ‘패닉 셀링’은 갑작스러운 요인으로 주가가 떨어질 때, 투자자들이 보유 주식을 마구 파는 일을 가리키는 말이며, ‘블라인드 펀드’는 투자자들에게서 먼저 자금을 모은 다음에 투자처를 정해 투자하는 펀드를 이르는 말이다. 문체부와 국어원은 지난 3월 9일부터 11일까지 열린 새말모임*을 통해 ▲ ‘패닉 셀링’의 대체어로 ‘공황 매도’를, ▲ ‘블라인드 펀드’의 대체어로 ‘투자처 미특정 기금’을 뽑았다. 뽑은 말 말고도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다른 우리말 대체어가 있다면 사용할 수 있다. * 새말모임: 어려운 외국어 새말이 널리 퍼지기 전에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 바꿈말을 제공하기 위해 국어 전문가 외에 외국어, 교육, 홍보‧출판, 정보통신, 언론 등 다양한 분야 사람들로 구성된 위원회로서, 누리소통망(SNS)을 통해 진행됨. 문체부와 국어원은 ‘패닉 셀링’과 ‘블라인드 펀드’처럼 어려운 용어 때문에 국민이 정보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1915년 3월 4일 매일신보는 “난 경성 서대문이올시다.”라는 제목의 조선총독부 기관지답지 않은 기사를 실었습니다. 서대문이라고도 불렸던 돈의문의 철거를 의인화해서 ‘영원히 사라질 서대문’을 안타까워했지요. 기사는 “나는 1421년(세종 3년) 팔도장정 30만 명의 손으로 탄생한 성문 8곳, 곧 8형제 중 둘째 되는 돈의문이다”로 시작됩니다. 그러면서 “이름 덕분에 몇백 년 먹어도 갓난아이처럼 ‘새문 새문’ 소리를 듣더니…여러분과 인연이 끝나 경매되어 팔린답니다.(가운데 줄임) 조국에 변란이 일어나면 무능한 나도 국가의 간성(干城, 방패와 성)노릇을 해서 성밑에 몰려드는 적군의 탄환과 화살을 온몸으로 견뎌내고 지엄하게 한성의 서편을 지켰는데 다만 경매 몇푼에….(가운데 줄임) 도끼와 연장이 내 몸을 파괴한다는 생각을 하니 소름이 죽죽 돋아난다.”라고 이어집니다. 이로부터 3달여가 지난 6월 10일 마침내 돈의문은 일제에 의해 철저히 파괴되고 흔적도 없이 사라지지요. 당시 조선총독부는 경성(서울)을 정비한다는 명목 아래 ‘시구개정’이라는 이름으로 도성 안 각종 도로 정비를 추진 중이었는데, 이 사업의 하나로 돈의문이 철거되었습니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부여 정림사지 오층석탑 - 이 달 균 거기 절이 있었다 한 왕조가 있었다 무너진 계백의 하늘은 어떤 빛이었을까 아득한 역사의 성문을 여는 열쇠는 내게 없다 시방 나침반은 어느 곳을 향해 있나 낙화암의 아우성도 장수 잃은 말울음도 조용히 돌에 가둔 채 석탑은 말이 없다 탑을 우러러 본다. 정읍에도 이보다 높은 건물은 즐비하다. 그러나 천년이 훨씬 지난 6세기경, 정림사지에 우뚝 세운 이 오층석탑(국보 제9호)과 비견할까. 이런 정도라면 건립 당시 석가세존의 나라를 칭송하여 무지개라도 찬연히 걸리지 않았을까. 이 탑은 그날의 황홀과 감동, 백제의 흥망성쇠를 재는 가늠자임에 틀림없다. 안타까운 것은 신성한 탑신에다 백제의 멸망과 연관 있는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大唐平百濟國碑銘’이란 글을 새겼다니…. 수난의 역사가 가슴 아프다. 분명한 것은 이 탑과 정림사지석불좌상(보물 제108호) 등이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정림사는 백제 왕실 또는 국가의 상징적 존재였음을 짐작케 한다. 하지만 그 잊힌 역사의 성문을 여는 열쇠는 내게 없다. 낙화암의 전설과 황산벌의 흙먼지를 떠올리며 그저 역사의 한 페이지를 걸어볼 뿐이다.(시인 이달균)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판소리 유파에는 크게 서편제, 동편제와 중고제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서편제는 영화 ‘서편제’로 많이 알려진 것으로 소리가 애절하고 기교적이고 붙임새도 다양하고 소리의 꼬리도 길어져서 아기자기한 맛이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동편제 소리는 대마디 대장단을 선호하며 잔 기교보다는 소리 자체를 통성으로 꿋꿋하고 튼실하게 내 쇠망치로 내리치듯이 마친다고도 하지요. 그런데 중고제는 그 맥이 별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데 《한겨레음악대사전》에서 중고제(中高制)의 설명을 찾아보면 “동편제(東便制)나 서편제(西便制)가 아닌 그 중간에 해당되는 유파라는 뜻의 중고제는 경기도 남쪽 지방 및 충청도 지방에서 성행(盛行)한 유파이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중고제는 서산지역의 심정순, 심화영 등 심씨 일가에서 전승해왔으며, 후기 5명창 가운데 고종의 총애를 받은 이동백과 김창룡 등이 중고제 명창으로 유명했지요. 판소리의 음악적 구조나 선율상의 특징을 분석하고 연구한 전문가들은 중고제 소리의 특징을 무엇보다도 평탄하게 선율이 진행된다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 또한, 그 음악적 특징이 독서체여서 억양이 분명하고 노래 곡조가 간결하다는 점, 장단이 변화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