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영화 ‘말모이’의 주인공 류정환(윤계상 분)의 실존 모델로 알려진 한글학자이자 독립운동가인 고루 이극로(1893~1978)가 1923년 독일 훔볼트대학(Humboldt University of Berlin)에서 한국어강좌를 개설했다는 독일 정부의 공식 문서 등 관련기록이 공개됐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원장 이소연)은 이극로가 독일유학 중이던 1923년 유럽 최초로 프리드리히 빌헬름대학(현재는 훔볼트대)에 개설한 한국어강좌 관련 독일 당국의 공문서와 자필서신 등을 수집해, 제공할 예정이라고 8일 밝혔다. 이번 이극로* 관련기록은 국가기록원이 지난 2014년 독일 국립 프로이센문화유산기록보존소**에서 수집한 기록물 6철 715매 가운데 11매다. 국가기록원은 번역 등의 과정을 거쳐 일반국민에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독일서 수집한 이 기록에는 1868년 발생했던 독일인 오페르트의 남연군묘 도굴사건 보고서, 한국주재 독일대사관이 본국에 보낸 정세보고서 등 19~20세기 초 한국 정치ㆍ경제ㆍ외교 관련 기록물 등이 포함돼 있다. * 이극로 - 1893∼1978년 경남 의령 출생 한글학자, 독립운동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국어원(원장 소강춘)은 573돌 한글날을 맞이하여 일상 언어생활에서 흔히 쓰이고 있는 일본어 투 용어 가운데 ‘꼭 가려 써야 할 일본어 투 용어 50개’를 뽑았다. 국립국어원이 이번에 뽑은 목록은 “일본어 투 용어 순화 자료집(2005, 국립국어원)”에 실린 1,100여 개의 용어 가운데 특별히 개선이 시급하며 실생활 속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말들로 고른 것이다. 국립국어원 우리말다듬기위원회 위원 15명이 참여하여 선정한 목록에는 ‘망년회’, ‘구좌’, ‘익일‘, ’가불‘ 등의 일본식 한자어 20개와 ’분빠이하다‘, ’나가리‘, ’쇼부‘, ’쿠사리‘ 등의 일본어 음차어 30개가 포함되었다. 우리나라는 광복 직후부터 국어 순화 정책을 대대적으로 실시해 왔으며, 그 결과 상당한 일본어 투 용어들을 우리말로 정착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그러나 아직도 비공식적인 자리나 특정 전문 분야에서 일본어가 버젓이 쓰이고 있어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쓰는 일본어 음차어는 사람들이 일본어인 것을 알고 있지만 재미로 쓰는 것들이 대부분이므로 의식적으로 우리말로 바꾸어 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앞으로 국립국어원은 적극적인 홍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세계 언어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글을 으뜸글자라고 말합니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미국의 언어학자 제임스 매콜리 교수는 한글날만 되면 언어학자로서 최고의 글자를 기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친구 친지, 제자들을 불러 잔치를 하곤 했다지요. 그러면 왜 한글이 이렇게 으뜸글자로 대접받는 것일까요? 먼저 한글의 특징 가운데 중요한 것은 과학적이며 철학이 담긴 글자라는 것입니다. 한글 닿소리(자음)는 소리를 낼 때 발음기관의 생긴 모양을 본떴기 때문에 과학적이라 하는 것이며, 홀소리(모음)는 하늘(ㆍ)과 땅(ㅡ)과 사람(ㅣ)이 담겨 있기에 철학적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또 한글은 배우기 쉬운 글자입니다. 한글은 가장 발달한 낱소리(음소) 글자면서 음절글자의 특징도 아울러 가지고 있지요. 한글은 글자 하나하나가 낱소리(하나의 소리)를 표기하는데, 홀소리와 닿소리 음을 합치면 글자가 되고, 여기에 받침을 더해 사용하기도 합니다. 글자가 질서정연하고 체계적인 파생법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게다가 한글은 필기체, 인쇄체의 구분이 없고, 대ㆍ소문자의 나눔이 없어서 아주 배우기가 쉽지요. 훈민정음 해례본에 있는 정인지의 꼬리글에는 "슬기로운 사람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연화열도(蓮花列島) 지나며 남으로 달려오던 소백은 허기져 욕지도 인근에서 그예 드러누웠다 열도의 지치고 지친 등뼈가 외롭다 벗이여 옹이 맺힌 노래를 어쩔거나 찢겨 우는 바람의 생채기를 어쩔거나 자욱한 해무 속에서 그만 줄을 놓아라 부질없는 약속과 이름을 지우고 바다에 곤두박힌 유성처럼 아득히 욕망의 수첩에 적힌 별자리도 지워라 봄 간다 섬섬옥수, 썰물도 쓸려간다 절창의 가락 속에 꽃 진다 하염없이 심해에 닿을 수 없는 저 일몰의 낙화여 위 시조는 이달균 시조시인이 지은 “연화열도(蓮花列島) 지나며” 시조다. 이호우ㆍ이영도 문학기념회(회장 민병도)는 ‘2019 이호우ㆍ이영도 시조문학상’ 수상자로 이달균 시인(62)을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청도군은 우리나라 현대시조 문학사에 큰 업적을 남긴 청도 출신 시조시인 이호우(李鎬雨)ㆍ이영도(李永道) 남매의 훌륭한 작품세계와 높은 시문학 정신을 기리기 위해 매년 시조문학상 수상자 선정과 함께 오누이 시조문학제를 열고 있다. 올해 본상인 이호우ㆍ이영도 시조문학상은 이달균(경남 창원) 시인의 시조집 《열도의 등뼈》, 이호우 시조문학상 신인상에 박종구(경북 포항) 시인의 시조집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장례식장에 가보면 분향실 입구에 많은 조화들이 놓여 있습니다. 그런데 그 많은 조화의 리본에는 거의가 “삼가 故人의 冥福을 빕니다.”라는 글귀가 적혀있습니다. 더러는 “謹弔”라고 쓴 것도 있습니다. 그렇게 한자로 써야 품위가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에 아직도 상가집 조화 리본은 ‘한글’이 아닌 어려운 한자로 쓰고 있는 것입니다. 가뭄에 콩 나듯이 “삼가 슬픔을 함께 합니다”라든지 “극락왕생하옵소서” 같은 한글 리본을 만나면 반갑습니다. 특히 “슬픔을 함께 합니다” 같은 글귀는 한글날을 코앞에 두어서 인지 신선하기 조차합니다. 내일이면 제573돌 한글날이지요. 절대 군주였던 세종은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백성을 위해 훈민정음을 만들었습니다. 자신이야 한문에 능통했기에 새로운 글자를 만들 필요가 없던 분이었지요. 하지만 백성이 글자를 몰라 삶에서 여러 가지 불이익을 당하는 것을 보고 배우기 쉽고 쓰기 편한 새로운 글자를 만들기로 다짐합니다. 심각한 안질에 걸려 고생하고 온몸이 종합병동일 만큼 일생을 병고 속에 살면서도 오로지 훈민정음 만드는 일에 매달린 끝에 현대 언어학자들이 세상 으뜸 글자로 인정하는 훈민정음을 만들고 만 것입니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원장 김연수)은 무형문화재 전승자들이 전통공예 유물을 복원하는 과정을 교육받고 그 연구과정의 결과물을 전시하는 ‘색을 입히고 수를 놓다’ 전을 오는 8일부터 20일까지 전승마루 2층 중앙홀에서 연다. 국립무형유산원은 지난 2016년부터 무형문화재 전승자들을 대상으로 ‘무형유산 전통공예 복원연구 과정’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전승자들은 교육을 통해 유물을 실제로 보고, 현존하는 전통공예 유물에 대한 기법, 재료, 색상, 비례 등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연구를 하게 된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는 자수, 침선, 누비 분야를 특화해 조선 시대 흉배 관련 남녀 복식을 재현하고 있는데, 이번 전시는 복식 재현품, 자수 흉배 등을 실제로 만들었고, 염색 과정을 담은 사진들도 영상으로 공개한다. 전시에 공개되는 복식 재현품으로는 ▲ 이단하 부인 원삼 봉흉배, ▲ 경빈김씨 원삼ㆍ부금수자흉배, ▲ 전(傳) 화산군 단령과 금쌍학 흉배, ▲ 영친왕 곤룡포와 용보ㆍ견화, ▲ 이구 자적곤룡포ㆍ부금용보, ▲ 덕혜옹주 당의와 부금용보, ▲ 청송심씨 당의, ▲ 홍단령, ▲ 김여온 단령ㆍ흉배 등이 있다. * 원삼(圓衫): 조선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한글날 제573돌을 맞는 지금도 우리말이 아직도 남의 나라말과 글에 시달리고 있다. 옛날에는 중국 한자와 한문이 우리 말글살이를 힘들게 했는데 요즘엔 미국말과 로마자가 우리 말글살이를 어지럽히고 있다. 그리고 이제 한자는 거의 쓰지 않지만 일본 식민지 때에 길든 일본 한자말과 말투가 아직도 공문서와 교과서에 많다. 이 일본 한자말과 일본 말투를 버리고 우리 토박이말을 살려야 하는데, 요즘엔 미국말과 미국말투까지 더 늘어나 우리 말글살이가 더 어지럽다. 이에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공동대표 고영회ㆍ김경희ㆍ노명환ㆍ박문희ㆍ이대로ㆍ이정우 아래 모임)는 올해 우리말 지킴이로 영어 오남용 문제를 풀려고 애쓰는 경희대 한학성 교수, 우리말 속에 남아있는 일본 한자말을 가려내려고 애쓰는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 이윤옥 소장, 한글 빛내기와 바른 글쓰기 교육에 힘쓰는 신우성글쓰기운동본부 신향식 대표, 우리 토박이말 살리기에 힘쓰는 ‘푸른누리’ 최한실 대표, 오랫동안 한글학회ㆍ외솔회 같은 한글단체에서 활동을 열심히 한 김덕영 전 외솔회 이사를 뽑았다. 특히 이 가운데 눈에 띄는 사람은 이윤옥 소장이다. 이 소장은 특이하게도 일본어를 전공한 학자면서도 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합천 영암사터 삼층석탑 - 이 달 균 탑을 마주서면 황매산이 우뚝하다 삼층탑은 아들 탑 황매산은 아비 탑 아들이 잘났다 하나 어찌 아비를 넘을까 삼층탑 뒤엔 작은 석등, 석등 뒤엔 가지런한 송림, 그 뒤엔 병풍 같은 황매산. 이 탑은 황매산에 널브러진 돌을 깎아 만들었으리라. 그러니 아들 탑이 틀림없다. 황매산은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산이다. 탑을 두고 허위허위 돌산 오르다 꼭대기에 닿으면 산꼭대기는 뜻밖에 평탄하다. 동남쪽 비탈을 흐르는 시냇물은 가회면에서 사정천에 흘러들며, 북쪽 비탈을 흐르는 시냇물은 황강의 물줄기인 옥계천을 이룬다. 북동쪽을 내려다보면 합천호가 보인다. 6월 합천호는 넘치듯 수량 가득하다. 배가 부르다.(시인 이달균)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지난 7월에 개봉된 영화 “나랏말싸미”는 훈민정음을 세종대왕이 아닌 중 신미(信眉)가 창제했다고 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신미가 아니라 세종 때 예문관대제학을 지내고 세종을 도와서 음악을 정비하는 데 크게 공헌했다는 난계(蘭溪) 박연(朴堧)이 창제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과연 그들의 말이 얼마나 믿을만한 얘기일까요? 신미대사 창제설을 보면 1443년보다 8년 앞선 1435년 한글과 한자로 된 《원각선종석보(圓覺禪宗釋譜)》를 신미대사가 펴냈다는 것을 근거로 주장합니다. 그러나 학자들에 따르면 이 책은 여러 가지 면에서 가짜 책임이 분명하다고 합니다. 현대에 만든 위작이라는 것이지요. 또 박연의 책 《난계유고(蘭溪遺稿)》에 나오는 몇 가지 말을 들어 박연 창제설을 주장하는데 이 말들은 어문용어가 아니라 음악용어임을 모르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훈민정음 해례본(訓民正音解例本)》 정인지 서문에는 “계해년 겨울에 우리 전하께서 정음 28자를 처음으로 만드셨다.”라고 분명히 말하고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세종실록 세종 26년 2월 20일 기록에는 최만리의 반대 상소에 “신 등이 엎디어 보옵건대, 언문(諺文)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김영삼 정부가 영어 조기 교육을 시작하면서 시작한 영어 바람이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엔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는 이들까지 나오더니 거리에 영어 간판이 점점 늘어나고 우리말이 몸살을 앓고 있다. 게다가 지난 수천 년 동안 한문을 섬기던 버릇이 영어 섬기기로 바뀌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일본처럼 한자를 혼용하자는 이들과 싸워서 간신히 우리말을 한글로 적는 나라가 되었는데 이제 한글과 영어 혼용나라로 가고 있으며, 특히 정부와 공공기관이 그 바람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에 그를 정확히 짚어내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한말글문화협회 이야기마당이 어제 4일 저녁 4시 한글학회 얼말글교육관에서 “영어 남용과 혼용 그대로 두고 볼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렸다. 이야기마당은 먼저 한말글문화협회 이대로 대표의 인사말씀과 한글학회 권재일 회장의 격려말씀으로 시작됐다. 이후 경희대학교 한학성 교수와 국어문화운동실천협의회 이대로 회장의 주제발표가 있었고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고영회 공동대표의 지정토론이 이어졌다. 먼저 한학성 교수는 “우리 말글살이 속 영어 오남용과 국어기본법”이라는 제목의 주제발표에서 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학자로서의 자괴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