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짐이 덕이 없다 보니 어려운 시기를 만났으나 상제(上帝)가 돌봐주신 덕택으로 위기를 모면하고 안정되었으며 독립의 터전을 세우고 자주의 권리를 행사하게 되었다. 이에 여러 신하들과 백성들, 군사들과 장사꾼들이 한목소리로 대궐에 호소하면서 수십 차례나 상소를 올려 반드시 황제의 칭호를 올리려고 하였는데, 짐이 누차 사양하다가 끝내 사양할 수 없어서 올해 9월 17일 백악산(白嶽山)의 남쪽에서 천지(天地)에 고유제(告由祭)를 지내고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 국호를 ‘대한(大韓)’으로 정하고 이해를 광무(光武) 원년(元年)으로 삼으며, 종묘(宗廟)와 사직(社稷)의 신위판(神位版)을 태사(太社)와 태직(太稷)으로 고쳐 썼다.” 위는 《고종실록》 36권 고종 34년(1897년) 10월 13일 기록으로 121년 전 오늘 고종은 나라 이름을 “대한제국(大韓帝國)”이라 하며 임금은 황제라 부르고, 연호를 “광무(光武)”라 하였음은 물론 종묘(宗廟)와 사직(社稷)을 태사(太社)와 태직(太稷)으로 고쳐 썼습니다. 또 왕후(王后) 민씨(閔氏)를 황후(皇后)로 책봉하고 왕태자(王太子)를 황태자(皇太子)로 책봉하였지요. 그뿐만 아니라 이후 고종황제는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진주박물관에 가면 보물 제1096호 《오희문 쇄미록(吳希文 瑣尾錄)》이란 책이 소장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조선 중기 학자 오희문(1539∼1613)이 임진ㆍ정유 양란을 겪으면서 쓴 일기로, 선조 24년(1591)부터 선조 34년(1601)까지 약 9년 남짓 동안의 사실을 기록한 것입니다. 이 일기는 모두 7책으로 되어있고, 각 책의 끝에는 임금과 세자의 교서, 의병들이 쓴 여러 글, 유명한 장수들이 쓴 성명문, 각종 공문서, 과거시험을 알리는 글, 기타 잡문이 수록되어 있어서 당시의 사정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특히 책에는 경상도의 곽재우(郭再祐)ㆍ김면(金沔), 전라도의 김천일(金千鎰)ㆍ고경명(高敬命)ㆍ김덕령(金德齡), 충청도의 조헌(趙憲)ㆍ심수경(沈守慶) 같은 각 지역 의병장들의 활약상이 기록되어 있지요. 그뿐만 아니라 왜군의 잔인한 살인과 약탈행위, 명나라 군대의 무자비한 약탈과 이에 따른 황폐화 같은 다른 정사 자료에서 찾아보기 힘든 내용들도 있습니다. 또한 이 책은 전란 탓에 군사 징발과 군량 조달로 피폐해진 백성들 이야기 특히 유행병과 배고픔으로 인해 남편이 처와 자식을 버리고 도망했다거나, 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한글박물관(관장 박영국)은 오는 10월 12일(금) 낮 3시부터 국립한글박물관 강당에서 소장자료 연계 강연회 <손끝으로 읽는 한글, 훈맹정음>을 연다. 10월 9일 제572돌 ‘한글날’과 10월 15일 ‘흰지팡이의 날’(시각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지정한 날)을 계기로 열리는 이번 강연회는 최초의 한글 점자 훈맹정음의 창제 배경과 점자의 원리에 대해서 전 국립장애인도서관장 김영일 교수(조선대 특수교육과)가 강연을 할 예정이다. 1926년 11월 4일 백성을 가르치는 또 하나의 바른 소리인 훈맹정음이 창제되었다. 훈맹정음 창제 이전 한국의 맹아 교육은 1898년 미국인 선교사 홀 부인이 뉴욕식 점자를 활용하여 만든 ‘조선훈맹점자’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자모음을 풀어쓰는 조선훈맹점자는 음절단위로 끊어 읽는 우리말 체계와 잘 맞지 않아 불편함이 컸다. 이후 일제강점기에는 시각장애인까지도 한글 점자가 아닌 낯선 체계의 일본 점자를 익혀야 하는 이중고를 겪어야 했다. 일제강점기 제생원 맹아부 교사였던 박두성 선생(1888~1963)은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에게 모국어를 가르치지 않으면 이중의 불구가 될 터, 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한글을 만들어 세상에 반포한 것을 맨 처음 기린 날은 1926년의 일입니다. 그때 조선어연구회(朝鮮語硏究會, 지금의 한글학회)가 《세종실록(世宗實錄)》 28년(1446) 9월조의 “이 달에 훈민정음이 이루어지다(是月訓民正音成).”라고 한 기록을 바탕으로 음력 9월 29일을 가갸날이라 하고, 기념식을 열었는데 이 해는 한글이 반포된 지 8회갑인 480년이 되던 해였습니다. 이 가갸날은 1928년 한글날로 이름을 바꾸었으며, 1931년에는 그동안 음력으로 기려오던 한글날을 양력으로 환산하여 10월 28일로 고쳐 기념식을 가졌지요. 그 뒤 광복이 된 1945년 《훈민정음》 해례본 서문에 반포날을 “정통 11년 9월 상한(正統 十一年 九月 上澣)”이라고 기록한 것을 바탕으로 ‘9월 상한’ 곧 9월 상순의 끝날인 음력 9월 10일로 잡고 그것을 양력으로 환산한 10월 9일로 고쳐 잡았습니다. 그런데 한글날은 1970년 대통령령으로 공포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서 관공서의 공식 공휴일이 되었지만 1990년 휴일이 많은 것은 산업 발전에 장애가 된다는 경제 단체의 문제 제기가 있어 그해 8월 국무회의에서 한글날을 국군의 날과 더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며칠 전 신문에는 대형 건설사들의 아파트 연합광고가 나왔습니다. 이 광고에 나온 아파트 이름 가운데는 금호산업의 “어울림”과 한화건설의 “꿈에 그린”, 코오롱글로벌의 “하늘채”처럼 우리말로 된 아름다운 이름이 보입니다. 그런데 이 세 아파트를 빼고는 모두가 영어 일색이며, 한자로 쓴 것까지 보입니다. 힐스테이트, 자이처럼 영어를 한글로 표기한 것은 그래도 낫습니다. 아예 LOTTE CASTLE, IPARK(롯데건설), SKVIEW(SK건설), We’ve(두산건설)처럼 영문자로 쓰거나 한자로 藝家(쌍용건설)라고 쓰기도 합니다. 16 개의 아파트 가운데 무려 13개 곧 81%가 이렇게 우리의 말글생활을 헤살하는 이름들입니다. 이들 건설사들은 민족주체성을 짓밟은 채 영어나 한자로 써야 멋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요? 아니면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분양하는 아파트인가요? 도대체 알 수 없습니다. 한글날만 돌아오면 여기저기서 많은 한글 관련 행사가 벌어집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말이 외면되고 헤살되는 이 현실을 어떻게 해야 하나요?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이제 이런 아파트들에 대해 불매운동이라도 벌여야 하는가요?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조선 중기 문신 정철(1536∼1594)이 쓴 《관동별곡》에는 “연추문(延秋門, 영추문의 옛 이름)으로 달려 들어가 경회루 남문 바라보며 임금님께 하직 인사를 드리고 물러나니”라는 대목이 나온다. 굳게 닫혔던 이 영추문(迎秋門), 드디어 빗장을 풀고 문을 활짝 열 예정이다. 문화재청은 3일 “그동안 경복궁 서문인 영추문의 통행이 제한돼 개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이어져왔다. 인력 배치와 소방, 전기 시설 등의 실무 작업을 마무리한 후 11월부터 시민들이 들어오고 나갈 수 있도록 전면 개방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사실 김슬옹 세종나신곳성역화국민위원회 사무총장은 지난해 8월 20일 영추문 폐쇄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칼럼 “경복궁 영추문은 왜 꽁꽁 닫아놓았나”를 우리 신문에 올린 적이 있었고, 또 지난 5월 8일에 기자가 쓴 “한재준의 <붉은 한글>, 세상에 대한 외침” 기사에서 한재준 교수와의 대담을 통해 이를 지적한 바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 신문은 지난해 8월 문화재청장 앞으로 “영추문 개방에 관한 건”이라는 제목으로 공문을 보내 영추문 개방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런 우리의 소망이 드디어 이뤄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은 24절기 열일곱째로 찬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는 때라는 뜻의 “한로(寒露)”입니다. 한로가 지나면 제비도 강남으로 가고 대신 기러기가 날아옵니다. 《고려사(高麗史)》 권50 「지(志)」4 역(曆)을 보면 “한로는 9월의 절기이다. 초후에 기러기가 와서 머물고 차후에 참새가 큰물에 들어가 조개가 된다. 말후에 국화꽃이 누렇게 핀다(寒露 九月節 兌九三 鴻鴈來賓 雀入大水化爲蛤 菊有黃華).”라고 기록 했습니다. 이렇게 옛사람들은 한로 15일 동안을 5일씩 3후로 나누어 초후에는 기러기가 오고, 말후에는 국화가 핀다고 했지요. 한로 무렵은 찬이슬이 맺힐 때여서 날이 더 추워지기 전에 가을걷이를 끝내야 하므로 농촌은 오곡백과를 수확하기 위해 눈코 뜰 새가 없습니다. 한로는 중양절과 비슷한 때이므로 중양절 풍속인 머리에 수유열매를 꽂고, 산에 올라가 국화전을 먹고 국화주를 마시며 즐겼지요. 이렇게 수유열매를 꽂는 것은 수유열매가 붉은 자줏빛으로 양(陽)색이어서 잡귀를 쫒아준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또 한로와 상강(霜降) 무렵에 사람들은 시절음식으로 추어탕(鰍魚湯)을 즐겼습니다. 한의학 책인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미꾸라지가 양기(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거문고병창? 가야금병창이라면 몰라도 아마 들어본 사람이 전혀 없을 일이다. 그러나 어제 인천서구문화재단 소공연장에서는 세상에 듣도 보도 못한 일이 생겼다. 바로 거문고앙상블‘라미(藍人)’ 제4회 정기연주회 “뿌리 깊고 샘이 깊게 <인천, 거문고로 물들이다>”에서 일어난 일이다. 연주가 시작되자 9현 개량거문고가 아주 묵직한 저음을 토해낸다. 이 신비스러운 연주는 청중의 가슴을 후벼내고 있다. 거문고가 남성의 매력을 담아준다고 하지만, 여기 여성 거문고 연주단 라미는 우리도 있다고 얼굴을 들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8인의 현란하면서도 장중한 거문고 4중주는 연주자들의 창과 함께 장내를 숨죽이게 만든다. “뿌리 깊은 나무, 샘이 깊은 물, 뿌리 깊은 나무, 샘이 깊은 물은 물이 마르지 않네!” 장중한 그러면서 저 깊은 심연의 물을 끌어올리는 듯한 소리가 저음과 고음을 교차하면서 잔잔히 울린다. 2016년 제1회 국제 박영희 작곡상 대상을 받은 바 있는 이예진 씨의 작곡 “거문고를 위한 노래 <나무 그리고물>”이 초연되는 것이다. “거문고를 위한 노래 <나무 그리고물>”은 <용비어천가(龍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국어원(원장 소강춘)은 오는 10월 9일 한글날 ‘제4회 나만의 국어사전 뜻풀이 공모전’ 수상작 전시회와 시상식을 연다. 이번 공모전에서는 ‘만남과 어울림–함께 만드는 우리말 사전, 하나 되는 우리’를 주제로 그립다, 도란도란, 만남 등 10개 낱말에 대한 창의적 뜻풀이를 공모하였다. 공모전에는 주어진 10개의 낱말 가운데 5개 이상을 골라 뜻풀이한 개인 또는 단체, 외국인의 작품 4,119점이 출품되어, 작년과 견주면 1,000점 가까이 늘어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끌었다. 또한 올해에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상 부문을 새롭게 만들어 외국인들도 우리말 사전으로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하였다. 국립국어원은 공모전 출품작들을 창의성, 명료성 등을 중심으로 심사하여 마지막으로 20점을 뽑았고, 이를 멋글씨(캘리그래피) 작품으로 만들어 전시한다. 이번 전시회는 10월 9일 광화문 북측 광장에서 2018 한글문화큰잔치의 참여 행사로 열고, 10월 10일부터 23일까지는 이촌역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 나들길에서, 12월 11일부터 23일까지는 서울 시청 내 서울도서관에서 찾아가는 전시회로 열예정이다. 시상식은 10월 9일 낮 1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공동대표: 고영회ㆍ김경희ㆍ노명환ㆍ박문희ㆍ이대로ㆍ이정우, 아래 겨레모임)는 2018년 우리말 으뜸 알림이에 ‘방탄소년단’을 뽑았다. 겨레모임은 우리말 으뜸 알림이에 ‘방탄소년단’을 뽑은 까닭으로 “우리말 노래꾼 방탄소년단이 세계 으뜸 노래꾼으로 뽑히고 며칠 전엔 유엔에서 연설까지 했다. 그래서 우리말 으뜸 지킴이로 추천한 분들이 많았으나 세계에 우리말과 문화를 알리는 일에 공적이 커서 “우리말 지킴이”보다 <우리말 알림이>가 더 좋겠다고 생각되어 올해부터 우리말을 나라밖에 알리고 빛내는 일을 하는 이들에게 “우리말 으뜸 알림이”라는 특별상을 새로 만들어 발표하기로 하고 ‘방탄소년단’을 뽑아 칭찬하고 고마움을 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2018년 우리말 으뜸지킴이에는 한글운동가 김슬옹 박사가 뽑혔다. 김슬옹 박사는 1994년에 《우리말 산책》이란 단행본 펴냄을 시작으로 2018년 《웃는 한글》 책까지 61권이나 되는 단행본을 썼으며 2017년에 낸 《훈민정음 해례본 입체강독본(개정증보판)》은 ‘2018 베이징 국제 도서전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저술 40권’에 뽑히기도 했다. 또 훈민정음 연구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