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눈이 내리네 펄~펄~ 당신이 떠나간 지금 눈이 내리네 펄~펄~ 외로워지는 내 마음” 무대에서는 판소리 창법으로 편곡된 아다모의 ‘눈이 내리네(Tombe La Neige)’ 피아노 연주가 아련하고 눈 내리는 광한루에 초로에 접어든 선비 성이성이 춘몽(春夢)과 같은 기억을 떠올리며 회한에 젖는다. 어제 2월 8일 밤 8시 국립국악원 예약당에서는 판소리 춘향가가 아니라 실존인물 성이성의 《호남암행록》을 바탕으로 새로 쓴 대본의 <춘향실록(春香實錄), 춘향은 죽었다> 창극이 무대에 올랐다. 그동안 우리가 익히 들었던 판소리 춘향가는 이몽룡이 암행어사가 되어 남원에 내려와 감옥에 갇힌 춘향을 구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전혀 결말이 다른 <춘향실록>은 늙은 선비 성이성이 죽은 춘향의 붉은 치마에 오열하면서 들려주는 춘향의 비극적인 이야기다. 성이성(成以性, 1595∼1664)은 실존인물로 33살에 과거에 급제하여 암행어사를 네 차례나 지냈으며, 청백리로 뽑힌 인물이다. 그 성이성은 그의 아버지 성안의(成安義, 1561~1629)가 남원부사로 있던 13살부터 17살까지 남원에서 살았다고 전해진다. 성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경상북도 문경시 산북면 대상리에는 장수황씨(長水黃氏) 소윤공파(小尹公派) 후손들이 빚어온 전통술 경상북도 시도무형문화재 제18호 <문경호산춘(聞慶湖山春)>이 있습니다. 장수황씨 일가가 집안의 전통주 겸 손님접대용으로 빚었던 술입니다. 약 200년 전 황의민(黃義民)이란 풍류가가 자기 집에서 빚은 술에 자기 시호인 ‘호산(湖山)’과 술에 취했을 때의 춘색을 상징하는 ‘춘(春)’자를 따서 호산춘이라고 이름 지었다 하지요. 호산춘은 멥쌀, 찹쌀, 누룩, 솔잎, 물로 담그고 술이 완성되는 데는 한 달쯤 걸린다고 합니다. 이 술은 매우 향기롭고 약간 짠득한 끈기가 있으며, 특히 똑같은 원료와 똑같은 방법으로 술을 빚어도 산북면 대상리가 아닌 다른 곳에 술을 빚으면 제 맛을 내지 못한다고 하지요. 그것도 꼭 산북면 대하마을에서 나는 물을 새벽 0시에서 4시 사이에 길어 와서 끓이고 식혀서 술을 빚어야 제 맛을 낼 수 있는데, 그런 점이 호산춘 특징의 하나입니다. 재미난 것은 이 술이 유명해지자 그것을 즐기기 위하여 문경지방 뿐 아니라 상주 등 근방에서 주객이 모여들었고 그 향기에 취해보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고 합니다. 알코올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조선청년독립단(朝鮮靑年獨立團)은 우리 이천만 겨레를 대표하여 정의와 자유와 승리를 얻은 세계 여러 나라 앞에 우리가 독립할 것임을 선언하노라.” 이는 3ㆍ1만세운동에 불을 지핀 도쿄 2ㆍ8독립선언서의 일부분입니다. 조선이 일제의 강압에 의해 “한일강제병합"을 당당한 9년 뒤 도쿄에 유학하고 있던 조선청년들은 조국의 아픔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1919년 2월 8일 도쿄 기독교청년회관(YMCA)에서 <독립선언서>를 발표하고 독립선언서와 청원서를 각국 대사관, 공사관과 일본정부, 일본국회 등에 발송했습니다. 이날 독립선언식에는 도쿄 유학생 거의 전부를 망라한 600여 명이 참가했으며 회장 백남규가 개회를 선언한 다음 최팔용의 사회로 역사적인 ‘조선이 독립국임을 세계만방에 선포하는 선언식’을 거행했습니다. 독립선언문 낭독은 백관수가 맡았으며, 김도연이 결의문을 낭독하자 장내는 독립만세소리로 가득 찼습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나라밖으로 파견된 사람을 뺀 실행위원 모두를 포함 27명의 유학생이 검거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지요. 이날의 함성은 이내 조선에 전해졌고 도쿄의 2ㆍ8독립선언은 이후 3ㆍ1만세운동의 불씨를 당겼습니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階前偃蓋一孤松(계전언개일고송) 계단 앞 누운 듯 서 있는 한 그루 외로운 소나무 枝幹多年老作龍(지간다년로작룡) 가지와 줄기는 여러 해 지나 늙은 용의 모습이네 歲暮風高揩病目(세모풍고개병목) 해 저물고 바람 거셀 제 병든 눈을 비비고 보니 擬看千丈上靑空(의간천장상청공) 마치 천 길의 푸른 하늘로 솟아오를 듯하네 이 시는 조선 전기의 문신 강희안(姜希顔, 1417년 ~ 1464년)의 <사우정영송(四友亭詠松)>이라는 한시입니다. 사우정이란 정자에 올라 누은 듯 서있는 소나무를 보고 노래한 시로 “영물시(詠物詩)”의 하나입니다. 영물시란 자연계 또는 현실 생활 속의 구체적인 사물을 노래한 시가인데 ‘영설(詠雪)’과 ‘영매(詠梅)’, ‘영선(詠扇)’처럼 제목에 사물과 함께 읊을 영(詠) 자가 들어가지요. 오랜 세월 늙어 마치 누운 듯한 노송(老松)의 위용을 눈앞에서 보는 듯 생동감 있게 잘 묘사했습니다. 소나무는 늙은 용이 승천하기 위해 꿈틀거리는 모습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해는 또 저물어 가고 바람이 드센 날 잘 보이지 않는 눈을 비비고서 노송(老松)을 바라보니, 마치 천 길이나 되는 푸른 하늘로 솟아오를 것 같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제주도 민요 중에 “정의(성읍) 산 앞 큰 애기들은 ‘털벌립’ 만들기가 일쑤로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이로 미루어 보면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 쪽에서 ‘털벌립’ 곧 털벙것(털벙거지, 제주도 사투리)을 많이 만들었음을 알 수 있지요. 제주도는 예부터 목축이 발달하여 가축이 유난히 많았습니다. 털벌립은 그런 가축 특히 소의 등에 붙은 진드기 같은 벌레를 ‘부그리글갱이’라는 기구로 긁어낼 때 빠져 나온 털을 모았다가 깨끗이 빨아 말린 뒤 콩풀과 섞어 모자 틀에 눌러서 만든 모자입니다. 언제, 어디에서 유래되었는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털벙것이 갓의 모양을 하고 있고, 조선시대 진상 품목에 들어 있는 것으로 보아 군인들이 썼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다가 포도청의 나졸이 해산된 뒤에 민간에서 쓰기 시작했다고 하지요. 특히 텁벌립은 단단하고 비바람에 잘 견뎠기에 농부들도 즐겨 썼다고 합니다. 또 제주도 사람들은 한라산에 자생하는 댕댕이덩굴로 만든 “정당벌립(정동벌립)”이란 모자도 즐겨 썼습니다. 댕댕이덩굴 줄기는 내구성이 강하고 탄력성이 좋을 뿐 아니라 물에 젖으면 잘 구부러져 풀공예에 적합한 재료지요. 또 줄기의 지름이 2㎜ 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브랜딩 전문회사 엑스포디자인브랜딩(대표: 정석원)은 최근 국민 500명을 대상으로 '정부상징 마크 대국민 선호도 조사'를 진행, 그 결과를 발표했다. 대한민국 정부상징 체계 개편은 박근혜 정부 때인 지난 2016년 3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했었다. 정부 부처마다 제각기 사용되던 상징마크의 낮은 인지도를 개선하고, 통합된 정부 이미지를 구축한다는 게 추진 명분이었다. 과거부터 사용하던 정부 상징인 ‘무궁화 마크'와 각 기관의 로고를 버리고 현재의 ‘태극 마크'를 정부 상징으로 개발하면서 통합화가 시작되었다. 800여개의 정부 기관이 똑같은 얼굴, 똑같은 옷으로 갈아입은 것이다. 그러나, 주요 정부 부처가 아닌 국민 서비스 기관이라 할 수 있는 국립 박물관, 국립 도서관, 국립 과학관, 국립 수목원, 국립 의료원까지 획일화된 상징마크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과거 군사정권 때나 가능한 전체주의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디자인계뿐만 아니라 공무원 사회 일각에서도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조사 결과, 각 국립기관의 이전 마크가 현행 통합 마크로 교체된 것에 대한 국민 의견은 ‘개성이 있는 이전 마크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는 ‘광개토대왕’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솥 모양의 그릇 곧 보물 제1878호 “청동 ‘광개토대왕’명 호우”가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 국립박물관이 처음 발굴조사를 시작한 경주 시내 돌무지덧널무덤(積石木槨墳)인 노서동 140호분에서 출토된 것입니다. 140호분은 청동호우가 출토되어 ”호우총(壺杅塚)“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습니다. 발굴 당시 호우총은 봉분이 무너진 채 2m 안팎만 남아 있었으며, 그 위로 2채의 민가가 들어선 상태여서 시급히 국립박물관의 첫 발굴조사로 결정되었습니다. 호우총 봉분의 지름은 16m, 높이는 4m 안팎으로 추정되는데, 다행히 목곽(木槨)을 포함한 매장중심부는 온전한 채로 남아 있었다고 합니다. 이 호우총에서는 청동호우뿐만이 아니라 청동이형동기, 목심칠면(화살통), 물고기와 용이 상감된 고리자루칼 등 중요한 유물들이 출토되었습니다. 이 청동호우는 높이 19.4cm, 그릇 깊이 10cm, 몸통 지름 24cm인 구리로 만든 솥인데 그릇 바닥면에는 “을묘년국강상광개토지호태왕호우십(乙卯年國罡上廣開土地好太王壺杅十)” 곧 “국강상에 영원히 잠드신 광개토대왕을 기념하는 그릇”이라고 돋을새김(양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항일의 노래를 부르며 독립을 간절히 꿈꿨을 광복군 오희옥 지사. 민족문제연구소가 진행한 항일음악회에서 오희옥 지사가 들려주었던 ‘독립군가’와 안중근 ‘옥중가’를 여러분께 전합니다.(민족문제연구소 제공)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대한민국 국가무형문화재 제1호는 조선시대 역대 임금과 왕비 신위를 모신 사당(종묘)에서 제사를 지낼 때 무용과 노래와 악기를 사용하여 연주하는 “종묘제례악”이다. 종묘제례의식의 각 절차마다 보태평과 정대업이라는 음악을 중심으로 조상의 공덕을 찬양하는 내용의 ‘종묘악장’이라는 노래를 부른다. 또 종묘제례악이 연주되는 동안, 문무인 ‘보태평지무(保太平之舞, 선왕들의 문덕을 칭송)’와 무무인 ‘정대업지무(定大業之舞, 선왕들의 무공을 찬양)’가 곁들여진다. 그야말로 악가무가 하나 되는 완벽한 예술이다. 종묘제례악은 본래 세종 29년(1447) 궁중회례연에 사용하기 위해 창작하였으며 세조 10년(1464) 제사에 맞게 고친 후 지금까지 전승되고 있다. 종묘제례악은 조선시대의 악가무 곧 기악연주와 노래ㆍ춤이 어우러진 궁중음악의 정수로서 배달겨레의 문화적 전통과 특성이 잘 나타나 있으면서도 외국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이 대한민국 국가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은 현재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으로 올라 있다. 그 종묘제례악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어제 2월 2일 밤 8시 역대 최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舊疾巳隨殘盡 묵은 병은 이미 겨울을 따라 사라지고 休祥遠早春生 경사로운 징조는 이른 봄을 좇아 생겨나네 眼如明鏡頭如漆 거울같이 맑은 눈, 옻칠같이 검은 머리 最是人間第一榮 이것이 인간의 첫째가는 영화라네 위 글은 조선중기의 문신이자 의병장인 우성전(禹性傳, 1542~ 1593)이 쓴 《계갑일록(선조 16년, 1583년》에 나오는 글로 입춘첩을 소개한 것입니다. 이틀 뒤면 24절기가 시작되는 입춘(立春)이지요. 선비들이 동지 때부터 그린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가 완성되면서 드디어 기다렸던 봄이 온다고 생각합니다. 입춘 무렵의 세시풍속으로는 봄이 온 것을 기리어 축원하는 입춘축(立春祝)을 집 대문이나 대들보ㆍ천장 따위에 붙입니다. 입춘축을 다른 말로는 춘축(春祝), 입춘첩(立春帖), 입춘방(立春榜), 춘련(春聯), 문대(門對), 춘첩자(春帖子), 춘방(春榜), 대련(對聯), 춘첩(春帖)이라고도 하지요. 입춘축 가운데 가장 많이 쓰는 것은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으로 “입춘이 되니 크게 길 할 것이요, 만 가지 일들이 형통하라”라는 뜻이 담겨 있지요. 그밖에 쓰는 말로는 수여산 부여해(壽如山 富如海)“로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