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충북 충주시 감노로(중앙탑면) 있는 충주고구려비전시관에는 나라 안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고구려 석비인 국보 제205호 충주 고구려비 (忠州 高句麗碑)가 있습니다. 장수왕이 남한강 유역의 여러 성을 공략하여 개척한 뒤에 세운 기념비로 추정되지요. 비는 높이 2.03m 너비 0.55m 가량 되는 두툼한 돌기둥인데, 만주 집안현에 있는 광개토왕비와 매우 닮았습니다. 석비는 돌기둥 모양의 자연석을 이용하여 4면에 모두 글을 새겼는데, 비문은 심하게 닳아 앞면과 왼쪽 측면 일부만 읽을 수 있는 상태입니다. 내용 가운데 처음에 “고려대왕(高麗大王, 고려는 고구려를 뜻함)”이라는 글자가 보이고, “전부대사자(前部大使者)ㆍ제위(諸位)ㆍ사자(使者)” 따위 고구려 관직 이름이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광개토대왕 비문에서와 같이 “고모루성(古牟婁城)”등의 글자가 보이고, “모인삼백(募人三百)ㆍ신라토내(新羅土內)” 같은 고구려가 신라를 불렀던 말들이 쓰여 있어 고구려비임이 분명합니다. 이 고구려비는 고구려 영토의 경계를 표시하는 비로, 백제의 서울인 한성을 함락하고 한반도의 중부지역까지 장악하여 그 영토가 충주지역에까지 확장되었음을 말해주지요. 현재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광주박물관(관장 송의정)은 5월 3일(수)부터 7월 9일(일)까지 기획특별전 “흙 속에서 발견한 역사의 조각들-2015~2016 호남·제주고고학의 성과”를 개최한다. ‘발굴(發掘)’이란 땅속이나 큰 무더기의 흙, 돌 더미 따위에 묻혀있는 것을 찾아서 파낸다는 뜻으로 고고학에서는 고고학자가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사용하는 연구방법을 의미한다. 땅 속을 발굴하면 수백만 년 전에 묻힌 석기부터 토기, 청동기, 철기 등의 유물과 집자리, 무덤, 산성 등의 유구까지 다양한 과거의 잔해가 발견된다. 발굴은 이것들을 ‘발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고민하고 탐구한다. 때문에 물질 자체보다는 인간이 어떻게 살았는지 과거를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번 전시는 2015~2016년 호남ㆍ제주 지역의 발굴 성과를 소개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최근 2년 동안 호남ㆍ제주지역에서는 400건 이상의 발굴조사가 이루어졌으며, 이번 전시는 그 결과를 한자리에 모아 정리하기 위한 것이다. 전시는 모두 3부로 나뉘며, 다양한 성과를 보여줄 수 있도록 주제별로 구성된다. 1부는 ‘선사시대 - 기록 이전의 과거’라는 주제로 구석기시대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서울에 도착하자 잔치를 베풀어 접대하였는데 예조판서가 주관하였다. 술자리가 무르익자 다치바나 야스히로가 후추를 잔칫상 위에 흩어놓으니 기생과 악공들이 서로 빼앗으려고 뒤죽박죽이었다. 야스히로가 자기가 묵는 숙소로 돌아가 탄식하면서 통역관들에게 ”너희 나라는 망한다. 기강이 이미 무너졌으니 망하지 않는 것을 어찌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하였다.” 이는 조선 중기의 학자 신경(申炅)이 쓴 《재조번방지(再造藩邦志)》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다치바나 야스히로는 임진왜란을 일으키기 전에 조선을 염탐하러 왔던 일본 사신이지요. 부산에서 한성으로 올라오는 도중에서도 허술한 모습을 보아온 야스히로는 궁궐에서조차 후추를 놓고 아수라장이 된 것을 보고 전쟁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이러한 이야기는 신경(申炅)이 야스히로를 들어 조선인의 기강에 대한 “경계”를 하고자 함이겠지만 하필 그것이 “후추”라니 아이러니합니다. 후추는 열대성 식물로서 고추(苦椒)나 산초(山椒), 천초(川椒, 초피나무)처럼 향신료로 쓰였습니다. 그러나 처음에는 향신료보다는 약재로 사용되었다고 하지요. 위를 튼튼하게 해주고, 더위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우리문화신문= 김영조 기자] “이번 전시회 주제는 불전에서 쓰는 4가지 법구 곧 범종, 법고, 운판, 목어로 이 네 가지 사물은 우리가 살고 있는 중생계의 생명있는 존재들에 대한 깨달음을 염원하는 도구입니다. 흔히 절에 가면 볼 수 있는 것이지만 작품으로 대하니 새롭습니다. 이 법구를 통해 우리 안에 깊이 잠들어 있는 부처님의 씨앗을 일깨웠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는 어제 (5월 1일) 저녁5시, 서울 법련사 불일미술관에서 열린 제22회 불교사진협회 회원전에서 최우성 회장(한국불교사진협회)이전시회 개막식 인사말이다. 이번 전시회 개막식은 회원 작품 46점과 제 11회 청소년불교사진공모전에 입상한 12작품이 선보인 가운데 미술관을 가득 메운 100여명의 참석자들과 함께 1시간여 동안 진행되었다. 특히 이날 개막식에는 경기도 양주에 있는 스리랑카절인 마하보디사의 와치싸라 스님과 10여명의 스리랑카 스님 그리고 마침 내한 중인 스리랑카 민속예술단원 20여명 등의 귀빈들이 참석하여 개막식을 한층 빛냈다. 최우성 회장의 개막을 알리는 축사에 이어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법련사 진경스님대신 읽은 격려사에서“한 장의 사진이 역사를 바꾼다는 말이 있듯이 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부산 동아대학교박물관에는 보물 제1810호 ‘황리현’ 글씨가 새겨진 청동북 (黃利縣銘 靑銅金鼓)”이 있습니다. 이 청동북은 고려 선종 2년인 1085년 황리현(黃利縣, 현 경기도 여주)의 호장(戶長)이자 무산계(武散階) 정9품 인용부위(仁勇副尉)인 민씨(閔氏) 등이 만든 것으로, 황리현과 가까운 원주시 부론면 법천리에서 발견된 것으로 전합니다. 청동북은 앞면에는 크고 작은 동심원을 돋을새김(양각)하고 안쪽 동심원에 연꽃무늬 당좌(撞座, 북채로 치는 부분), 바깥쪽 동심원에는 구름무늬를 새겼습니다. 북의 뒷면에는 넓은 공명구를 뚫고, 옆면에는 글씨를 오목새김(음각)하여 고려시대 청동북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여줍니다. 청동북의 규모는 비교적 작은 편이나 짜임새 있는 앞면 구성, 앞면 볼록형 동심원에 상응하는 뒷면의 오목형 동심원, 옆면에 글씨를 새긴 점 등에서 수준 높은 공예기술을 보여준다는 평가입니다. 통일신라시대의 시공사 글씨가 새겨진 청동북(時供寺銘靑銅金鼓, 865년), 고려시대의 경암사 글씨가 새겨진 청동북(瓊巖寺銘靑銅金鼓, 1073년), 법해사 글씨가 새겨진 청동북(法海寺銘靑銅金鼓, 1084년)에 이어 지금까지 알려진 4번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한 신문에는 현대백화점 광고가 났는데 “THE HYUNDAI”, “Picnic in the Hyundai”라고 영어를 커다랗게 써두었습니다. 그리고 아래에는 “HAPPY EVENT”, “PIXAR GIFT”, “PICNIC HOT ITEM” 같은 꼭지도 있습니다. 한글이 있기는 하지만 모두 작은 글씨입니다. 현대백화점은 외국인 대상 백화점인가요? 참 안타깝습니다. 그러고 보니 광고 속 모델들도 외국인이네요 같은 신문 다른 면엔 동서식품 영어광고도 보입니다. 뭐 “KANU LATTE”라나요? 여어 아래에 작은 한글은 “카누니까 라떼에도 깊이가 있다.”고 합니다. “카누”는 백과사전에 “길쭉하고 선두와 선미가 뾰족한 배”라고만 나와 있는데 그 카누와 라떼에 무슨 관련이 잇는지 모르겠습니다. 제발 기업들이 정신 차려서 한글, 우리말을 사랑하기를 바라는 것은 허황된 꿈일까요?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未到雙溪寺(미도쌍계사) 쌍계사에 이르기 전에 先逢七寶僧(선봉칠보승) 먼저 칠보암 스님을 만났네 僧乎從我否(승호종아부) “스님, 저를 따르시겠소? 春入白雲層(춘입백운층) 봄이 층층의 흰구름 속에 왔다오 이는 송강(松江) 정철(鄭澈, 1536~1593)의 “제쌍계설운시축(題雙溪雪雲詩軸)”이라는 제목의 설운 스님 시축에 쓴 시입니다. 정철은 쌍계사에 이르기 전에 칠보암 스님 설운을 만났습니다. 스님이 시를 써달라고 하니, 정철이 말합니다. “스님, 저나 따라오시지요. 저 층층의 흰 구름 속에 이미 봄은 있는데, 굳이 시를 쓸게 무에 있소.”라고 말합니다. 마지막 구절에 출세를 상징하는 청운(靑雲)이 아니라 은자를 상징하는 백운(白雲)을 썼습니다. 스님의 이름인 운(雲)자를 써서 시를 마무리하는 묘미가 있습니다. 정철은 학문이 깊고 시를 잘 지어 우리 문학 사상 불후의 명작을 남겨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의 입에 회자되고 있는 문인이지요. 정철이 지은 시조 가운데 “퍼붓는 소나기에도 연잎은 젖지 않는다.”라는 구절이 있어 그가 누구인지 잘 알게 해줍니다. 숙종 때 김만중(金萬重)은 《서포만필(西浦漫筆)》에서 ‘관동별곡’ㆍ‘사미인곡’ㆍ‘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연구공간 파랗게날(대표연구원 이이화)은, 진전하는 우리 시대의 길을 찾아, 예순네 번째 인문학 강좌이자 여섯 번째 학술토론회를 <함께 꿈꾸는 세상>이란 주제로 우리 공동체의 희망을 조명하는 학술토론회, 야영과 영상감상, 그리고 답사로 마련한다. 첫째 날인 4월 29일(토) 낮 2시, 파랗게날 연구공간(경남 거창군 웅양면 동호리 835) 뜨락에서의 학술토론회는, 아시아평화시민네트워크 이대수 운영위원장이 “한반도 평화와 동아시아 희망 만들기”로, 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정운현 사무처장(전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이 “친일반민족을 헐어내는 정화”로, 대구동학 김성순 대표가 “내 마음이 네 마음―오늘에 되새기는 동학”, 연구공간 파랗게날 이이화 대표연구원(인문학 편집자)이 “대청마루, 파란 빨간 노란 어우러지는 바람”으로 주제 발표에 나선다. 발표에 이어 발표자와 참석자들이 쟁점을 두고 자유롭고 열린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이어 저녁 7시 같은 연구공간 뜰에서 꿈꾸는 세상을 향한 국내외 격정의 영상 <격랑의 동북아>, <깨어나라, 역사여!>, <사람, 다시 하늘이 되다> 등을 관람한 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어제 신문을 보니까 우리말을 사랑하는 좋은 광고가 눈에 띄었습니다. 아이들 공책에 선생님이 찍어주는 스탬프 모양으로 광고를 했는데. 그 가운데에 우리말로 “참 좋았어요”라 써놓았습니다. 흔히 잘못 쓰이는 “너무 좋았다”라고 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영어도 쓰지 않았네요. 지저분하게 잔소리를 늘어놓지 않고 쉬운 우리말로 써서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으면서 눈에 쏙 들어오는 좋은 광고입니다. 같은 신문에 SK hynix는 “벚꽃은 봄에만 피지 않는다.”면서 역시 우리말로 예쁜 광고를 합니다. 그런가 하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도 “하루 더”라는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 광고를 우리말 중심으로 했습니다. 또 코레일은 “내 인생의 봄날”이라는 제목으로 “사랑하는 당신과 함께 있는 지금이 봄날입니다.”라는 사랑스러운 광고를 선보입니다. 모처럼 민족주체성이 살아있는 좋은 광고들을 보게 됩니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금강산! 지금은 갈 수 없는 산이지만 조선시대만 해도 숱한 시인 묵객과 화가들이 금강산에 올라 시를 짓고 그림으로 남겼습니다. 금강산을 오른 사람가운데 여성도 적지 않겠지만 열네 살의 나이로 이 산을 오른 사람은 김금원(金錦園, 1817~?)뿐일지도 모릅니다. 원주에서 태어난 김금원은 아버지가 사대부 출신이지만 어머니의 신분이 기생이라 그녀 역시 기생의 삶을 살게 된 여인입니다. 그런 김금원이 열네 살 때 남장을 하고 금강산을 여행하는데 그때 보고 느낀 것을 《호동서락기(湖東西洛記)》라는 책에 남기는 등 비록 신분은 천했지만 그녀는 뛰어난 시문학의 감각을 지닌 여인이었습니다. 서호의 좋은 경치 이 누대에 있으니(西湖形勝在斯樓) 마음대로 올라가서 흥겹게 노닌다네.(隨意登臨作遊遊) 서쪽 언덕 비단옷 입은 이 봄풀과 어울렸고(西岸綺羅春草合) 강물 가득 빛나는 푸른 물빛 석양 속에 흐르네.(一江金碧夕陽流) 구름 드리운 작은 마을엔 배 한 척 숨어 있고(雲垂短巷孤帆隱) 꽃이 진 한가한 낚시터에 멀리 피리소리 구슬퍼라.(花落閑磯遠笛愁) 끝없는 바람과 연기 거두어 모두 사라지니(無限風烟收拾盡) 시 담은 비단 주머니 그림 난간 가에서 빛나네.